240대 대규모 한미 공중훈련 겨냥 北 탄도미사일 도발
14일 이후 2주 만에 탄도탄 도발 재개
3년 전처럼 '북한판 에이태큼스'에 무게
한미 31일부터 '비질런트 스톰' 공군훈련
국가안보실, 긴급 NSC 상임위서 北 규탄
한미가 대규모 공중연합훈련을 예고하자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며 응수했다. 군사분계선(MDL) 인근 강원 통천군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한미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강력한 확장억제를 강조하는 것에 반발하며 무력시위로 으름장을 놨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28일 낮 11시 59분경부터 12시 18분경까지 강원 통천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 1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추정 미사일 발사 이후 14일 만이다. 합참은 “북한 SRBM은 비행거리 230㎞, 고도 24㎞, 속도 마하 5로 탐지됐다"며 "세부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북한 SRBM은 함경북도 화대군 알섬을 목표로 삼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천군은 군사분계선에서 고작 50여㎞ 떨어진 곳이다. 다만 이번 발사 지점이 9ㆍ19 군사합의에서 지정된 40㎞ 완충구역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다고 군 당국자는 설명했다. 북한이 김정은 정권 출범 후 통천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2014년 2월 및 2019년 8월에 이어 세 번째다. 특히 2019년 발사의 경우 이번 미사일 발사 제원과 거리 및 고도에서 유사한 수준인 30㎞, 비행거리는 약 230㎞, 최대속도는 마하 6.1 이상이었다. 당시 북한은 이른바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를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도발 역시 같은 종류의 무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군은 북한이 KN-24를 비롯해 KN-23과 초대형방사포 KN-25 계열의 무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무기체계는 모두 북한이 전술핵을 탑재해 발사하기 위해 개량을 거듭하고 있는 것들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해에만 총 28번째로, 탄도미사일을 25차례 쐈고 순항미사일을 3차례 발사했다.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 치면 14번째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5일간 진행될 한미 공군 전시 대비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훈련에는 우리 공군 F-35A 스텔스전투기와 F-15K·KF-16 전투기, KC-330 공중급유기 등 140여 대의 항공전력에 더해 미군의 F-35B 스텔스전투기, EA-18 전자전기, U-2 정찰기, KC-135 공중급유기 등 총 240여 대가 참여해 실전과 다름없는 훈련에 나선다.
호주 공군의 KC-30A 공중급유기 1대도 참가한다. 특히 주일미군 F-35B가 국내 기지에 직접 전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군은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명칭이 '비질런트 스톰'으로 바뀐 것과 관련, "올해부터 한미 연합공군의 전략적·전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강력한 연합 방위 태세를 확립하기 위해 훈련 규모를 확대하고 명칭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북한이 SRBM을 발사한 통천에서 오산 미군기지까지의 거리는 약 220㎞, 주한미군 평택 험프리스 기지까지는 약 230㎞다. 이날 북한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230㎞였던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맞대응하는 의미에서 도발을 감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합참은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 중 하나인 F-35B가 전개되는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하는 성격의 공중 무력시위는 물론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가안보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관련,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성한 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거듭 발사하고 서해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며 포격도발 등을 통해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데 이어 또다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반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지속적으로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조성하는 북한의 도발 행태를 규탄했다.
북한은 16~22일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 기간엔 탄도미사일 도발을 자제하고 동·서해 해상완충구역을 향한 포사격을 이어왔다. 북한은 7차 핵실험 준비도 마친 상태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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