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 지휘자 "게임 음악… 문화로 급성장 중입니다"
"그녀의 손끝에서 게이머들에게 감동이 전달된다"
가디언 테일즈 심포니 테일즈 오케스트라는 환상적이었습니다. 올해는 메이플스토리, 로스트아크, 리니지 등 다양한 게임들이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선보였는데요. 가디언 테일즈의 경우 게임 테마에 어울리는 무대 연출로 시각적 재미까지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감동의 중심은 역시 오케스트라 음악단이었습니다. 게임 음악이 이처럼 고급스럽게 꾸며질 수 있다는 사실에 매번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또한 한 명의 게이머로서 게임에 관심을 가져준 음악인들에게 감사하기도 했죠.
공연이 끝나니까 음악인들은 게임을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가디언 테일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진솔 플래직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이야기를 듣고보니 진솔 지휘자는 가디언 테일즈를 직접 플레이하는 찐유저였습니다.
그동안 쌓인 해박한 가디언 테일즈 경험과 지식은 유저들을 더 감동시키는 원동력이었죠. 본인도 지휘하면서 추억이 떠오르니까 뭉클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지휘자와 유저가 같은 게임을 경험하니까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공연에 더욱더 몰입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진솔 지휘자 또한 게임과 음악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해 문화로서 발전 중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지금까지 진행한 다양한 게임 음악 콘서트를 발판 삼아 더욱더 많은 게임 음악을 다뤄보고 싶다는 목표를 전한 만큼 진솔 지휘자와 플래직의 다음 스텝이 기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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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먼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지휘자이자 플래직 대표를 맡은 진솔입니다. 플래직은 게임 음악을 통해 게임 속의 서사를 실제 무대에 구현해내는 전반적인 작업을 하는 플랫폼입니다. 상주하며 함께 작업하는 작·편곡가와 연주자들, 그리고 예술을 전공한 공연 기획 및 행정팀 멤버가 있습니다. 여기에 공연마다 협업을 진행하는 연출팀, 음향팀, 조명팀, 합창단 등 파트너사들로 있어요.
Q. 지휘봉을 사용할 때와 아닐 때가 있었습니다. 어떤 것이 다른가요? 추가로 어떤 지휘봉을 사용하는지도 알 수 있을까요?
지휘봉은 공연에 따라 여러 종류를 바꿔 가며 사용합니다. 보통 지휘자들은 전통적으로 나무로 된 지휘봉을 사용하는데 요즘에는 카본도 많이 쓰여요. 이번 연주 때 저는 카본 지휘봉을 사용했습니다. 가볍고 내구성이 좋다고 생각하든요.
지휘봉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편성이 작거나 음악의 결이 부드러울 때입니다. 또는 왈츠와 같은 춤곡을 지휘할 때도 지휘봉보다는 손으로 부드럽게 서로의 음악이 교감하도록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 가디언 테일즈 '심포니 테일즈' 오케스트라 공연
Q. 게임 음악 콘서트 경험은 있으신가요?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 스타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크고 작은 공연을 모두 통합하면 수십회 이상의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Q. 게임이 음악 문화에 끼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전에는 일부에서만 관심을 가졌고 큰 영향력이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공연들이 만들어질 만큼 꽤 성장했다고 봅니다.
Q. 관객들의 호응이 일반 클래식과 다른가요?
그렇습니다. 클래식 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이나 성악가를 포함해 대중성이 있는 가수 공연과도 결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꽉 찬 좌석에 비해 반응이 생각보다 미미한 것 같아서 공연이 불만족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게임 유저 분들이 공연장에 익숙하지 않아 박수를 치기가 조심스러운 것인지 겅정했습니다. 알고 보니 플레이어로서 더욱 입체적으로 게임의 감성에 집중하고 계신 것 같더라고요.
영화나 드라마, 또는 유명 가수의 공연은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인 게임과는 달리 일방적으로 보고 듣는 형태이기 때문에 관객의 몰입도와 집중도에도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게임 유저 관객분들이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디테일하게 공연을 즐기신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서사와 스토리가 있는, 자신이 주인공으로서 플레이를 하는 게임의 경우는 더욱 그렇죠.
Q. 가디언 테일즈를 직접 즐긴다고 말했는데요. 진도를 어디까지 진행했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게임도 즐기시나요?
현재 가디언 테일즈 공연 끝나자마자 네덜란드로 날아와 독일에서 리허설을 하며 연주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월드 14를 거의 다 클리어했습니다. 귀국할 때쯤엔 15를 플레이 중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가디언 테일즈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캐릭터도 도트로 이루어져 있고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분위기입니다. 감동적이면서도 교훈을 주는 스토리가 내재되어 있어 흥미진진하게 스토리를 따라가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중간 숨겨진 영화, 드라마, 타 게임 등 다양한 매체의 패러디나 인터넷 밈들을 발견해내고 피식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것 역시 소소한 재미입니다. 그래서 저와 제 주변이 이 게임에 푹 빠져 있는 것 같아요.
Q. 편곡과 관련해 개발사 측에서 요청한 오더가 있었나요?
저희는 원작자와 함께 소통하며 작업하는 것이 철칙입니다. 원작자의 개입이 없는 경우에도 본사와 협업하며 적극적으로 게임 제작사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콩스튜디오와의 작업 역시 김민정 콩스튜디오 작곡가와 강택구 플래직 편곡자가 대부분의 작업을 함께 했다고 보셔도 될 정도로, 작편곡의 디테일에 관한 방대한 대화를 교류하고 나누었습니다.
너무 다양한 오더가 있었고 편곡이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됐기에 하나하나 설명드리기가 어려울 정도예요. 업무 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편곡뿐 아니라 공연 총괄 및 연출에 관한 논의도 몇 개월 간 진행해 왔고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된 것 같고 모두가 열심히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임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Q. 지휘할 때 점프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지휘할 때도 그러시나요?
그렇기도 합니다. 신나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 음악의 흐름이 바뀔 때나 연주 중에 서로의 방향성과 템포가 다르거나 할 때 강하게 비트를 주기 위해 종종 활용되는 동작입니다.
Q. 공연을 보며 악보 넘기는 속도가 빠르다고 느꼈습니다. 분량은 클래식과 비슷한 수준인가요?
클래식보다 분량이 훨씬 많습니다. 특히 클래식은 기존에 모두가 알던 곡이라서 몇 번의 리허설을 거치는 동안 지휘자 주도로 음악적 흐름 정도만 약속하면 됩니다. 반면, 게임 콘서트의 경우 연주자들도 처음 들어보는 음악에, 편곡도 며칠 전에 완성된 상태라서 원곡자도 어떤 소리가 날지 모르는 조마조마한 상황이거든요.
첫 리허설 때 낯선 곡을 마주하기 때문에 기획 및 편곡 작업 분량 뿐 아니라 연습과 연주 때 곡을 읽고 연주하는 난이도도 상당해요. 편곡자들과 연주자들이 항상 고생하고 있습니다. 지휘자 입장에서는 클래식 음악보다 많은 악기가 디테일하게 들어가 있다보니 악보 자체가 굉장히 빽빽하게 프린트되어 있어서 악보의 분량도 많고 자주 넘겨야 하는 편입니다.
Q.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을 뽑는다면?
뮤지컬 배우 유소리 씨와 합을 맞추었던 '파노라마'는 원래 가사가 없는 곡인데 콩스튜디오에서 가사를 만들어 주셨어요. 가사도, 목소리도, 노래도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그 전에 나온 곡들 '리틀 프린세스'나 '세이 헬로 투 미 프롬 더 패스트' 같은 곡들도 게임 속 슬픈 상황이 떠오르며 눈물이 맺히는 음악입니다. "어쩜 이렇게 애잔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휘했어요.
Q. 가장 어려웠던 곡은 무엇인가요?
마계 음악이 신나지만 대체로 어려웠습니다. 해당 부분을 편곡한 편곡자님도 정말 어려웠다고 해요. 연습 막판에 가서야 익숙해지긴 했는데 다음에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가디언 테일즈 콘서트를 연습하면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기 전까지 전반적인 기획 논의를 오랫동안 해왔고 편곡도 여러 달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모두가 꼼꼼히 챙겼던 탓에 진도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디테일하게 소통한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저와 플래직 행정팀, 연출팀, 편곡팀 모두 가디언 테일즈를 열심히 플레이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모두가 비슷한 시각으로 일할 수 있어 더 기뻤어요.
Q. 분명 아쉬웠던 부분이 없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아쉽다기보다 더 익숙해져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모든 클래식 연주자들은 호흡이 쭉 이어지는 공연 형태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중간에 해설 또는 이벤트가 있는 것도 낯설고요. 어쩌면 오페라와도 같다고 해야 할까요. 어쿠스틱 연주자들이다보니 소리 하나하나를 내기 위해 힘이 많이 들어가서 쉽지 않습니다.
악기도 굉장히 예민합니다.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하면 음정이 맞지 않는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어요. 또 수천 마디에 달하는 분량의 곡을 연주하는 도중에 조명이 잠시 시야를 가리게 되면 음표를 놓치거나 잘못 보게 되는 가능성도 있답니다.
그렇다보니 저희도 항상 연주자 컨디션 체크를 최대한 하고 있지만 이러한 분위기에 서로 더욱 익숙해져서 연주의 수준을 더 높이는 것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공연이 많아지면 연주자들도 더 익숙해질 거고요.
Q. 음악 콘서트를 꼭 맡고 싶은 게임이 있다면?
생각보다 너무 많은데요. 제가 어릴 적 플레이한 게임들도 하나하나 다시 찾아 가고 있고요. 여기에 요즘 플레이하는 게임들도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게임을 많이 좋아하나 봅니다. 무언가를 딱 정하기 보다는 다양한 게임 음악을 지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Q. 클래식과 거리가 멀다 보니 여성 지휘자는 처음 뵙습니다. 지휘자의 꿈을 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여성 지휘자뿐 아니라 여성 오케스트라 연주자도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닙니다. 저는 지휘자의 꿈을 꾸기 이전에 그냥 공부라도 해보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고 운 좋게 지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고 싶습니다. 또 멋진 프로젝트들도 진심으로, 많이 보여드리고 함께 즐기고 싶어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요새는 여성 지휘자도 많이 흔해졌기에 여유가 되신다면 관심을 갖고 살펴봐 주시기를 바라요.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늘 배우고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연구하고 즐기는 삶을 살고 싶어요.
Q. 같은 꿈을 꾸며 달려오는 예술인들에게 조언과 응원을 전한다면?
자신만 생각하거나 서로를 경쟁 상대로 여기지 말고, 모두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관심을 갖고 함께 영감을 주는 존재로 존경하고 의지하며, 때때로 서로를 불쌍해 하기도 하면서 멀리서 응원해 줬으면 해요. 쉬워보이지만 정말 어려운 말을 해버렸네요.
Q. 마지막으로 콘서트를 관람한 팬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비록 지휘자라는 역할로 임하면서 이성적으로 공연을 리드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팬 분들과 함께 울었답니다. 다음에도 같이 마음이 몽글해졌으면 해요. 모두가 음악 하나로 함께 마음이 말랑해지고 뜨거워지는 것, 너무 설레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함께 한마음으로 즐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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