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부품 공급업체 온실가스 배출도 책임지고 있는데···삼성은?
삼성, 애플 등 세계 주요 전자제품 브랜드들이 부품 공급업체의 온실가스 배출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품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비중은 공급업체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는 미국 기후환경단체 스탠드어스와 공동으로 세계 전자제품 브랜드와 이들에게 납품하는 공급업체의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분석한 ‘온실가스 배출의 외주화’ 보고서를 28일 공개했다. 조사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LG전자 등 브랜드사 10곳과 인텔, TSMC,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최종조립 부문 공급업체 14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린피스는 기후위기 대응 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및 조달 방법, 전력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 정책 옹호 활동을 토대로 기업을 평가했다.
전자제품 브랜드사 10곳 중 7곳은 2030년까지 자사 운영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
문제는 부품 공급업체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77%는 공급망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평가대상 공급업체가 보고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의 중간값은 5%였다. 인텔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82%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은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LG 디스플레이, TSMC 등은 약 10% 수준이었고, 삼성 디스플레이, SK 하이닉스 등은 약 5%였다.
애플, 아마존 등 6개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에 공급망까지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공급업체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릴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한 곳은 애플과 구글 두 곳 뿐이었다. 애플은 공급업체에도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달성을 요구하고, 공급망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경로를 설계한 유일한 기업이었다.
양연호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전자제품에 브랜드 로고가 달려 나간다면 최종 책임은 브랜드사가 져야 하는데, 공급업체가 책임지도록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외주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업체들은 ‘낙제점’
한국 업체들만 주목해 본다면 전자제품 브랜드사 중 삼성전자는 RE100 선언에도 불구하고 전자제품 브랜드 중 가장 낮은 점수인 F를 받았다. 제시한 RE100 달성 시점이 2050년으로 다른 기업보다 약 20년 늦은 점,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에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점 등이 이유였다. 보고서는 이 조달 방식에 대해 “대부분 다국적 전자제품 브랜드가 폐기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는 반도체 제조사 중 가장 낮은 D등급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2021년 4.1%로 낮은 점, 재생에너지 조달 성과가 저조한 점,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 2019년 이후 계속 증가한 점 등이 이유로 꼽혔다. LG 디스플레이는 2021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11%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재생에너지 관련 목표를 약속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양 캠페이너는 “전력 다소비 기업은 정부 탓만 하기보다는 해외 기업처럼 직접 나서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고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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