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한 성동일·김희원에게 닥친 이 외부 충격을 어찌 극복할까('바달집4')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3년간 코로나로 가장 크게 맞이한 일상의 변화는 마스크 착용과 여행의 자유 제한이다. 사실 코로나 이전 5년여 간은 저가항공사의 활황, 나쁘지 않은 원화가치, 경제수준 향상에 힘입어 가장 자유롭고 손쉽게 한반도를 벗어난 여행을 다니던 시대였다. 그렇기에 예능 콘텐츠 중에서도 일상에서 벗어나는 떠남의 설렘과 로망을 담은 여행예능이 창대하게 하늘을 날았다.
그런데, 팬데믹이 여행을 멈추게 하자,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던 여행예능도 단번에 사라졌다. 여행의 재미가 일상화 되었는데 바다 건너 여행을 떠날 수 없으니 사람들은 공항에 가는 대신 다른 대체재를 마련했다. 2000년대 후반 일었던 캠핑붐 이후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자연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예능기획에 있어 하나의 장르이자 일상을 위로하는 정서로 대중과 소통하던 여행예능도 언제까지 문 닫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코로나 시대의 주어진 환경과 대중의 로망을 담아 탄생한 가장 대표적인 여행예능이 바로 <바퀴 달린 집> 시리즈다.
tvN <바퀴 달린 집>은 여행예능에 내려진 청천병력 같은 선고를 가장 슬기롭고 재빠르게 극복한 사례다. 미니멀 하우스, 카라반 캠핑의 감성을 담은 슬로우 예능으로 아름다운 자연 풍광 속에서 성동일과 김희원이라는 두 50대 중년 배우의 수더분한 매력을 중심으로 좋은 사람들끼리 별다른 일 없이 둘러앉아 맛있는 것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데서 힐링의 정서를 전한다. 수많은 캠핑 예능들이 대부분 실패한 이유인 캠핑 고수의 느낌이나 취향, 라이프스타일 등은 아예 제쳐두고 사람에게 집중한 전략이 오히려 통했다.
무언 갈 열심히 할 필요도 없고, 해야 할 미션이나 대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즌4 또한 새로운 막내로 로운이 합류하고, 제작진 일부가 바뀌고, 바퀴 달린 집이 업그레이드되긴 했지만 이전 시즌의 연장선상에 있다. 김아중, 김하늘 등 반가운 초대 손님이 나와 먹고 이야기한다. 여전히 성동일의 말 그대로 "쉬었다가는" 예능이다.
그런데 이번에 찾아온 네 번째 시즌에는 큰 외부적인 충격이 있다. 이 시리즈가 탄생한 이후 처음으로 여행이 다시 활성화된 시기에 찾아왔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억제되었던 떠남의 공기가 팽배한 시기에 기존의 볼거리와 설정으로 대리만족을 여전히 건넬 수 있을지 도전을 맞이했다. 실제로 지난 8월에서 9월말까지 제작진, 배우들의 여행예능, 캠핑 콘셉트, 아저씨 등 여러 면에서 <바퀴 달린 집>의 파생, 발전된 프로그램으로 볼 수밖에 없는 <텐트 밖은 유럽>이 이국적인 볼거리와 로망과 러닝, 백패킹이라는 새로운 제안을 이미 보여준 바 있다.
물론, 늘 그 자리에 있는 익숙함이 주는 반가움 등 심리적 위안은 있지만 두 중년 배우의 수더분함, 편안함을 넘어서 대체제로서 효용을 건넸던 것 이상의 다른 전개가 필요해 보인다. 이제 풍광이 주는 대리만족이나 자연이 주는 힐링 등의 경쟁력은 기존 여행예능이 돌아옴에 따라 비교적 둔화될 수밖에 없다. 주꾸미잡기와 연날리기를 15분~20분간 지켜보고, 산해진미로 마련한 캠핑식 한상차림으로 로망을 자극하기엔 너무나 많은 반복을 했다. 슬로우라이프를 지향하는 콘텐츠이긴 하나 색다른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에피소드를 집어넣을 수밖에 없고, 3화에서는 시리즈 최초로 세 명의 호스트 모두와 일면식이 없는 게스트와의 화학작용 지켜보는 실험도 했다.
좋은 사람들끼리 부정적인 감정 없이 친해지는 과정은 수수하고, 자연은 푸르고 포근하다. 저녁은 고즈넉하고 함께 마련해 나누는 식사는 풍요롭고 따뜻하다. 여전히 매력적이긴 하나 <바퀴 달린 집> 시리즈가 리모델링 시기를 놓친 테마파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들이 어울리는 기분 좋은 분위기나 여배우들이 보여주는 예쁜데 소탈하고 생활력 있는 모습을 넘어서 또 하나의 제안과 로망에 대한 도전이 필요해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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