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혜 감독 "'이태성 엄마' 아닌 영화인으로...차기작 생각도" (인터뷰 종합) [단독]

연휘선 2022. 10. 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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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배우 이태성 엄마로 얼굴을 알렸지만 감독으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영화 '짜장면...고맙습니다'의 박영혜 감독 이야기다. 

최근 영화 '짜장면...고맙습니다'(감독 신성훈, 박영혜)가 해외 다수의 영화제들의 러브콜을 받아 회자되고 있다. 온라인 인디 영화제를 중심으로,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높은 인도, LA 웹페스트 등에 초청됐다는 것. 이에 '짜장면...고맙습니다'를 만든 두 감독을 27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의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올해로 63세인 박영혜 감독은 앞서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등에서 아들인 배우 이태성과 함께 출연해 '이태성 엄마'로 얼굴을 알렸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신성훈 감독으로부터 SNS를 통해 연락을 받아 인연을 쌓았고, 연출 제안을 받아 영화 감독에 도전하게 됐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으로 해외 영화제를 찾는 이례적인 상황. 이와 관련 박영혜 감독은 "얼떨떨하다. 해외에서 반응이 올 거라는 건 상상도 못했다"라며 놀라워했다. 특히 그는 "우리 영화가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이야기에 공감해주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해외에서 너무들 좋아하시고, 관심 깊게 봐주셔서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처음에 온라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해서 축하한다고 폭죽이 터지는 화면을 메일로 받았는데 실감이 안 났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신성훈 감독과 박영혜 감독 두 사람이 합심해서 만들었다. 무엇보다 영화는 박영혜 감독의 오랜 봉사활동에서 시작됐다. 그의 SNS 피드에 있던 한 장애인 커플의 사연에 신성훈 감독이 감명 받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영화로 제작하기로 했다. 여기에 15년 간 봉사활동을 하며 장애인 커플을 직접 알고 지낸 박영혜 감독이 연출적인 디테일과 고증을 맡아 함께 연출을 하게 됐다고. 이에 박영혜 감독은 

또한 그는 "저는 아들이 배우이지만 촬영 현장에 간 적도 없고 영화를 열심히 보는 편도 아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먼저 영화를 만들자고 하니 처음엔 겁도 났다. 영화가 장난도 아니라는 생각에 거절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제가 아이들 키우면서 동화구연도 하고, 마술도 하고, 마구마구라는 이름을 짓고 아동 극단도 만들었다. 그렇게 자원봉사를 했는데 거기서 대본도 쓰고 연출도 했으니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해주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박영혜 감독은 "마치 시골에서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할머니들이 야학에서 한글을 깨우쳐서 시나 수필을 쓰시면 사람들이 그 순수성과 진정성에 감동받고 이슈가 되는 일도 있지 않았나. 제가 꼭 그런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영화를 했는데 기교도 못 부려서 화려하지도 않은 데도 자극적인 게 없이 순수한 내용이 통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기뻐했다.

그렇다면 아들 이태성의 반응은 어땠을까. "영화에 특별출연 역할이 있는데 엄마가 한다고 하니 흔쾌히 촬영해줬다"라고 밝힌 박영혜 감독은 작품의 캐스팅 과정에 이태성의 도움을 받은 점을 밝혔다. 그는 "남여 주인공 역할에 오디션을 봤다. 장애인 연기를 준비해달라고 주문하고 오디션을 보는데 50명 넘는 분들이 와주셨다. 다들 훌륭하게 해주셨는데 너무 아프고 보는 제가 다 괴롭게 연기를 하시더라. 그런데 제가 봉사활동을 하며 가까이에서 본 장애인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분들이 많았다. 불편하더라도 아름답게 웃는 분들이 많았고 우리 영화는 그런 부분을 만드는 로맨스 영화인데 너무 괴롭게 연기를 하셔서 아쉽지만 오디션에서는 뽑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렵게 추천을 받은 배우들이 촬영 직전에 출연료 인상을 요구했다. 부족한 예산에 그럴 순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들 태성이한테 추천을 부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연 배우 김태성 씨는 태성이가 연기를 배운 연기학원 선생님이다. 본인이 지금도 연기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 분께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하겠다고 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또 다른 주연 배우 이혜인 씨는 김태성 씨의 제자다. 두 분이 사제지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흡도 맞고 연습도 해주셔서 더욱 좋은 연기가 나온 것 같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태성 외에도 배우 현영과 임호가 작품에 특별출연하는 터. 이와 관련 신성훈 감독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현영 누나 자선 바자회에도 함여했던 적이 있다. 누나가 장애인 재단에 기부도 많이 해서 장애인들의 사랑을 다룬 영화가 있는데 한번 출연해주실 수 있는지 물어봤다. 대본을 받고 재능기부로 하겠다고 하시더라. 정말 감사하게도.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 함께 비를 맞아가면서 촬영을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임호 선배님은 제가 따로 몇 번 뵌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한 씬밖에 안 되지만 해주실 수 있는지 여쭤봤고, 무조건 해준다고 하셔서 감사하게 할 수 있었다. 매일 낮에 연극 연습을 하실 때였는데 새벽 5시 반에 시간을 내서 와주셨다. 영화에 임한 저희들의 진심이 전달된 것 같아 감사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위의 도움과 응원 속에 박영혜 감독과 신성훈 감독은 '짜장면...고맙습니다'로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운 우리 새끼'를 비롯한 방송가의 응원도 있었단다. 박영혜 감독은 "SBS 예능 본부장이 지난 명절에 추석 선물을 보내왔더라. 저도 잘 받았다고 감사인사 연락을 남겼다. 그랬더니 '어머니 소식을 기사로 보고 있다. 저희가 어머니를 미처 몰라봤네요'라고 좋은 소리를 해주시더라. 저도 그걸 핑계 삼아 겸사겸사 제작진들과 명절 인사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영혜 감독은 "11월에는 해외 감사하게도 또 해외 영화제 초청 일정 등이 있다. 그걸 다 소화하고 11월 중순 이후에 뵙자면서 연락을 드렸다. 혹시라도 그 이후에 연락이 오고 좋은 소식이 있다면 당연히 '미우새'나 또 다른 좋은 방송에서라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식당을 운영하던 제가 이렇게 감독이 될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나"라며 감격을 표한 뒤 "내년 1월에도 새 작품을 보여드리려고 준비 중이다. 이번엔 조금 더 긴 작품을 만들고 싶다"라며 눈을 빛냈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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