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줄어도 과밀학급은 여전…“학습권” vs “통학거리”

2022. 10. 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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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줄어들지만 과밀학급 학교 여전
강남서초지원청 관내 초교 31곳 중 과밀학급 학교 6곳
내년 수서역세권A3블록신혼희망타운 입주
율현초에만 학생 240여명 배정될 듯…“과밀학급 우려”
율현초 외 학교 통학거리 1.5㎞ 초과…‘안전’ 문제 지적
“지자체, 교육청과 학교 신설·추가 부지 협의해야” 제언
서울 율현초등학교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서울 강남구 서울강남서초교육지원청 앞에서 율현초로 추가 배정될 학생으로 인한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율현초등학교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 제공]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최근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도 줄고 있다. 그러나 도시개발이 활발한 지역의 학교에서는 과밀학급 문제가 여전해 개선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일부 초등학교의 경우 ‘통학거리’를 이유로 현재 학생 정원보다 더 많은 학생이 내년 신학기에 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학부모는 ‘학습권 보장’을 내세우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28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혁신학교인 서울 율현초등학교는 내년 신학기 240여명의 추가 학생들이 본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커 과밀학급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율현초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도 지난 24일부터 서울 강남구 서울강남서초교육지원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비대위는 자녀들의 학습권이 침해받는다며 추가 배정 학생을 율현초가 아닌 인근 초등학교로 보낼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율현초가 아닌 다른 초등학교의 경우 통학거리가 1.5㎞를 넘어 안전 문제가 제기된다.

일부이긴 하지만, 초등학교 과밀학급 문제는 여전하다. 최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2022년 초중고 학생 수별 학급 현황’을 보면 초등학교의 경우 과밀학급 비율은 전체 12만6502학급 중 1만2574학급(9.9%)이나 됐다. 전년(14.9%) 대비 5%포인트 줄어들긴 했지만, 학급 10개 중 1개꼴로 과밀학급인 셈이다. 현재 교육부의 과밀학급 학교 기준은 학급당 학생 수가 28명 이상이다.

서울 내 11개 교육지원청 중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내 31개 초등학교에서 과밀학급 학교는 총 6곳(19.4%)이다. 이들 학교의 경우 대도초와 개일초 학급당 학생 수가 32.7명으로 가장 많았고 ▷도성초(32.2명) ▷언북초(31.2명) ▷대치초(31.1명) ▷언주초(30.7명) 순이었다.

율현초의 경우도 심각하다. 지난 5년간(2018~2022) 율현초 학생 수는 876 → 977 → 1037 → 1039 → 949명이었다. 비대위에 따르면 개교 당시 학교 정원은 750명으로 설정됐다. 이미 적정 인원을 초과한 학교인 셈이다. 지난해와 올해 학급당 학생 수도 각각 27.2명, 24.9명이어서 과밀학급 기준인 28명에 육박했다. 이런 가운데 율현초는 내년 신학기에 240여 명이 추가 배정 되면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을 초과, 과밀학급 학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율현초가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는 쉽지 않다. 도시개발 때문이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내년 1월 율현초 인근에 위치한 수서역세권A3블록신혼희망타운(이하 희망타운)에 들어올 입주자들을 고려하면 초등학생 240여명이 일대에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교가 새로 세워지지 않는 한 인근 초등학교에 학생들을 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율현초등학교 교실 내부 모습.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가정해 책상을 배치한 결과 교실 공간이 협소해졌다. [율현초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지원청의 교육장은 통학구역을 결정할 시 학급편제와 통학편의를 고려, 읍·면·동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나아가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상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학할 수 있도록 다른 공공시설의 이용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통학거리는 1.5㎞ 이내로 지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선 가까운 통학거리와 학습권 중 어느 쪽을 우선해야할지를 두고 갈등이 생기는 상황이다. 비대위는 율현초의 과밀학급 사태를 해결하고자 수서초등학교로 학생을 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희망타운 입주 예정자들은 통학거리가 율현초까지는 200m가량이지만, 수서초까지 2㎞나 돼 자녀들이 가까운 학교인 율현초에 배정되길 희망하고 있다.

희망타운 입주예정자 측은 “비대위에서 과밀학급을 우려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아이들의 안전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매일 공사현장을 걸어 다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셔틀버스를 태운다고 해도 방과 후 학원을 다니는 학생도 있을 수 있어 하굣길에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당국이 율현초 과밀학급 문제 해결책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측도 “문제는 적절한 대안을 제시 못하는 교육당국”이라며 “집이 있으면 학교도 필요한 법이지만 교육당국은 학교 신설에 소극적이다. 교육당국은 아이들에게 최선의 교육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한 책임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학부모들과 입주자 측, 학교 측 간 의견을 종합 수렴해 통학구역을 설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배성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령인구가 줄어들어도 도시 개발과 인구 이동으로 인해 과밀학급이 생기는 ‘미스매치’가 발생한다”며 “이 경우 지자체가 개발 허가를 내리면서 교육청과 충분한 논의를 진행해 새로 유입될 인구를 대비한 학교를 추가로 세우거나 기존 학교의 부지를 늘리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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