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기후위기 대응 성과 점수는 ‘F’”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SK하이닉스도 최하위권
“기업은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 적극 요구해야”
삼성전자,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가 기후위기 대응 성과 부문에서 모두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는 미국 기후 환경단체 스탠드어스와 공동으로 전 세계 전자제품 브랜드와 공급업체의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분석하고 평가한 ‘온실가스 배출의 외주화’ 보고서를 28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전자제품 브랜드의 탈탄소화 노력과 진전이 자사 운영과 공급망 관리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자사 운영 기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100%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주요 제조사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대부분 한 자리수에 그쳤다. 또 공급망까지 포함해 배출량 감축 목표를 밝힌 6개 기업(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HP, 소니) 가운데 실질적으로 공급업체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릴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 곳은 애플과 구글 단 두 곳밖에 없었다.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F를 받은 브랜드사는 델·레노보·소니가 있었다. 나머지 브랜드사 중 애플은 ‘B’, 구글·마이크로소프트·HP ‘C-’, 아마존 ‘D-’였다.
캐트린 우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ICT 캠페인 리더는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제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평균 77%가 공급망에서 발생한다”며 “브랜드사는 말로만 공급망 탈탄소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과 검증 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D+’와 ‘D’를 기록했다. 두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5%와 11%로 매우 낮았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급업체 중 가장 낮은 점수인 ‘D’를 받았다. 2020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가입했지만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4.1%에 그쳤다. 2019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은 11.7%나 증가했다. 반도체 공급업체로 평가 대상에 포함된 삼성전자는 ‘D+’를 받았다.
국내 공급업체도 국내 브랜드사와 마찬가지로 REC나 녹색프리미엄(전기료에 웃돈을 낸 뒤 ‘재생에너지 사용량 확인서’를 발급받는 방식) 등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방법에 의존하고 있었다. 자사 공급망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도 수립하지 않았다.
그린피스는 ICT 산업이 빠르게 성장해 전력 소비도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기후대응 성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30년에는 전 세계 기술산업 분야 전력 소비량은 2020년 대비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대부분이 화석연료로 생산되는 만큼 기술 산업 발전은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연호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ICT 기업은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지구온난화의 주요 책임자로서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전력 다소비 기업은 정부 탓만 하기보다는 해외 기업처럼 직접 나서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고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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