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확정

회원국과 유럽의회, 탄소 배출 규제 법안 합의
제조사, 앞서 2030년까지는 배출 55% 줄여야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서 전기차들이 충전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35년부터 휘발유 등 화석연료를 쓰는 자동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로마/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27개 회원국에서 휘발유 등 화석연료를 쓰는 내연기관 차량 신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유럽연합 회원국 대표단과 유럽의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7일(현지시각) 이런 내용을 담은 자동차 제조업체의 탄소 배출 규제 법안에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회원국들과 유럽의회의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유럽연합 회원국 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35년부터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여야 한다. 화석연료를 쓰는 내연기관 차량의 신차 판매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유럽의회 협상단 대표인 네덜란드 출신 의원 얀 하위테마는 “이번 합의는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탄소배출 없는 새 차 가격이 더 싸져서, 누구나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 기후행동 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합의가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유럽은 ‘탄소 배출 없는 이동’으로 전환하는 걸 받아들여 가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합의된 법안은 2030년까지 새 자동차의 탄소 배출을 지난해 수준보다 55%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기존의 목표 37.5%보다 17.5%포인트 높여 잡은 것이다. 승합차의 경우는 2030년까지 신차의 탄소 배출을 2021년보다 50% 줄여야 하며, 2035년에는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탄소 배출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

다만, 한해 차량 생산 규모가 1만대 미만인 소형 자동차 업체들의 탄소 배출 금지 시한은 2036년으로 한해 늦춰진다. 이에 따라 고성능 차를 소량 생산하는 업체들은 내연기관 신차를 대형 제조사들보다 한해 더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회원국과 유럽의회 협상 대표들은 2035년 이후 ‘이산화탄소 중립 연료’를 쓰는 차의 판매 방안에 관해서는 따로 초안을 마련해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이 지난해 7월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방안을 처음 제시했을 때만 해도 유럽자동차산업협회 등 자동차 업계는 강하게 반발했으나 규제기관들의 압박이 강화되면서 전기차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유럽 최대 자동차기업인 폴크스바겐의 토마스 셰퍼 승용차 부문 최고경영자는 26일 2033년부터는 유럽 공장에서 전기차만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애초 목표인 2033~2035년보다 2년 가량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