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코드블루’ 발동된 소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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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점이요? 이미 소아과는 다 무너진 상황이에요. 의사가 없어서 밤에는 소아 응급환자를 못 받는 병원이 숱해요."
얼마 전 소아과 의료 공백 문제를 취재하면서 현장 고충을 묻자 경남 A 어린이병원장에게서 되돌아온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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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경 사회부 차장
“힘든 점이요? 이미 소아과는 다 무너진 상황이에요. 의사가 없어서 밤에는 소아 응급환자를 못 받는 병원이 숱해요.”
얼마 전 소아과 의료 공백 문제를 취재하면서 현장 고충을 묻자 경남 A 어린이병원장에게서 되돌아온 답이다. 그는 국내 소아과가 심폐소생술(CPR)도 통하지 않는 상태에 빠졌다고 씁쓸해했다. 지방에서는 밤마다 소아 응급환자들이 시도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대학병원마저 상주하는 소아과 의사를 구하지 못하자 소아 환자를 시간제로 받거나 아예 받지 않으면서다. 전국에 소아과가 없거나 2곳 이하인 지역은 63개 시군에 달한다. “어린 환자와 부모들이 울산, 부산으로 건너다니면서 병원을 찾아 헤매는 거죠. 이제는 아이들이 시간과 사는 곳에 맞춰서 아파야 합니다.”
서울 등 수도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독감과 메타뉴모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각종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돌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가 아닌데도 수도권 주요 상급병원들은 현장 대응 여력이 없다면서 버거워하고 있다. 호흡기 질환을 앓는 소아 환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이들을 진료할 전문의도, 전공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밤에 증상이 악화해도 응급실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서울 10대 종합병원 중 6곳에서만 한밤에 아이가 온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그나마 전화를 여러 통 돌려 병상이 남은 곳을 찾았을 때 가능한 얘기다. 여러 감염병이 유행하는 ‘멀티데믹’에 필수의료 공백 문제까지 맞물리자 당장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소아심장병이나 소아암 등 난치병을 다루는 곳은 더 심각하다. 소아암 환자는 국내에서 매년 1000∼1500명 발생한다.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소아암 전문의는 전국에 68명밖에 없다. 소아흉부외과는 절멸 위기다. 현재 국내 소아심장 전문의는 15∼16명에 불과하다. 이대로 지원자 없이 현직 의사들이 은퇴하면 소아심장 전문의는 대가 끊긴다. 소아과 존치 여부에 ‘코드블루(심정지 환자 발생 응급코드)’가 발동된 것이다.
왜 이렇게 상황이 악화됐을까. 주된 원인은 소아과 기피 현상이다. 여기에는 저출산과 만성적인 저수가 등 구조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 어린이 진료는 어른보다 까다롭고 손도 많이 간다. 진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의료 인력은 더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건강보험 수가는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2019년 처음 미달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올해에는 28%까지 떨어졌다. 전공의가 없다는 것은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고 교수도 사라져 아이들이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요즘이다. 아이를 안전하게 기를 수 있어야 낳을 수 있다. 소아 의료는 복지가 아니라 기본권이다. 다음 달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의사들 반응은 싸늘하다. A 병원장은 “소아과 정책은 이미 죽었습니다.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났죠. 필수의료 대책이요?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무너진 소아과의 골조를 다시 세우는 일도, 아이를 살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소아과를 선택한 의사들의 의지를 되살리는 일도 정부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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