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한국은행 총재의 화법

2022. 10. 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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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방향을 예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를 중단할 뜻을 밝혀 관심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한은 총재로선 아주 이례적인 화법이었다.

총재의 말 한마디가 자칫 화(禍)를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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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가 제롬 파월 의장의 입을 주목하는 것을 보면 실감 난다. 지난 2018년부터 17대 의장을 맡은 그는 물가와 전쟁을 치르며 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으로 세계 경기 침체 논란까지 부른다.

역대 Fed 의장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앨런 그린스펀(13대·1987∼2006)일 게다. 4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임기가 역대 두 번째로 길었던 그는 언어의 연금술사 등 별명도 많고 일화도 많았다. 1990년대 인터넷 열풍이 거센 때 ‘비이성적 과열’이란 말로 증시 이상 과열을 경고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금리 정책에 대해 난해한 화술을 구사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그도 오랜 저금리로 유동성 과잉을 초래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렇지만 금융위기를 헤쳐 나갔던 그의 후임 벤 버냉키 14대 의장과 15대 의장 재닛 옐런(현재 미 재무장관), 그리고 파월 현의장 모두 그의 카리스마엔 못 미친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방향을 예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를 중단할 뜻을 밝혀 관심이다. 이 총재가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올린다고 했던 것이 한·미 금리 격차가 커질 것이란 기대치를 키웠다는 비판에 밀린 모양이다. 본심을 몰라줘 섭섭해 하는 기색도 보인다. 그러나 처음부터 한은 총재로선 아주 이례적인 화법이었다. 게다가 미국이 계속 금리를 대폭 올리고 있는 때다. 베이비 스텝 필요성을 강조하는 게 더 생뚱맞다.

이 총재는 취임 전후에도 소신이라며 성장에 역점을 둬 주위를 긴장시켰다. 한은의 목적은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 안정이다. Fed와 달리 성장이 한국에선 정부 몫이다. 문재인 전 정부는 국채 매입에 한은의 발권력을 끌어들이려 부단히 시도했다. 전임 이주열 총재는 이런 ‘정부 부채의 화폐화’를 극력 저지했다. 한은의 정치 중립은 끊임없이 시련을 겪는다. 총재의 말 한마디가 자칫 화(禍)를 부를 수 있다. 물론 시장과 소통이 중요하지만, 한은 총재가 민감한 금리의 방향과 폭을 예단하는 언급을 자제하는 게 문제가 될 리 없다. 오히려 이 총재가 이제 안착했다는 안도감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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