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중국은 시위대도 시진핑도 같은 노래를 부른다
지난 23일 저녁 중국 상하이에서 벌어진 소규모 시위 모습입니다. 젊은이 2명이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데 다른 젊은이 몇 명도 그 뒤를 따르는 모습입니다. 이들이 든 현수막에는 '원치 않는다(不要), 원한다(要)'는 글씨만 적혀 있습니다. 무엇을 원치 않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국인이든, 다른 나라 사람이든 최근 중국 관련 뉴스를 관심 있게 본 사람이라면 무엇을 뜻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벌어졌던 반 시진핑 현수막 시위를 모방-동조하면서 지지 의사를 나타낸 행동임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베이징 현수막 시위에는 '코로나 검사 말고 밥을 원한다', '봉쇄 말고 자유를, 거짓 말고 진실을, 문화혁명 말고 개혁을, 영수 말고 선거권을, 노예 말고 공민을 원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게다가 같이 내걸린 다른 현수막에는 '나라의 도둑, 독재자 시진핑을 파면하라'는 문구까지 있었습니다.
"일어나라 고통받는 자들이여"... 시위 참가자가 부른 노래 '인터내셔널'
시진핑 주석도 부른 노래…중국 공산당의 99년 된 전통
익숙하고 안전한 노래…하지만 체제전복과 선동의 가사
시위 참가자들이 이 노래를 부른 이유로 추정되는 두 번째 이유도 가사 때문입니다. '인터내셔널'에는 매우 강한 체제 전복과 선동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원래 프랑스어 가사를 각국에서 번역하다 보니 조금씩 다른 부분은 있는데 전체적인 내용은 비슷하다고 합니다. 중국어 가사는 "일어나라, 굶주림과 추위에 고통받는 노예들이여!(起来,饥寒交迫的奴隶!)"로 시작합니다. 이후 사회주의 혁명을 고취하는 가사가 이어집니다.
"고통받는 자들이여 진리를 위해 투쟁할 때가 되었다. 구세계는 낙화유수처럼 부서질 것이다"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 말지니, 우리가 반드시 천하의 주인이 되리라"
"구세주는 없고 신이나 황제에 기대선 안 된다. 행복을 위해선 자신을 의지해야 한다"
150년 전 사회주의 혁명과 구체제 전복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가사 내용이 이런 것은 당연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국가 체제로 자리 잡은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면서 이 노래를 부르면 어떻게 들릴지는 자명합니다. 북한의 조선노동당 행사에서도 인터내셔널이 연주되는데, 만약 반체제 시위대가 이 노래를 부른다면 3부자 세습체제를 뒤엎자는 뜻으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천안문 사태 때도 불렸던 노래…의용군행진곡도 시위 현장에서 불려
오래 전 사회주의 혁명과 체제 전복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가, 정작 그 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나라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에게는 현 체제를 비판하기 위한 노래로 불리고 있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도 할 수 있을까요.
사진출처 : 바이두
정영태 기자jyt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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