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위기론..."범국가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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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력 산업인 반도체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소장은 "한국은 그간 '기업이 잘하는데 왜 정부가 세금을 투자해 연구해야 하냐'는 식으로 반도체 산업을 민간 영역에 국한시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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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력 산업인 반도체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데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9일자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한국의 반도체 산업 관련 외교 행보와 분석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위기 상황에 대한 해법을 듣기 위해 연구기관에서 반도체 분야만 연구해 온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을 18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KIST에서 만났다. 김 소장은 “잊을 만하면 반도체 위기론이 나오는 것은 반도체에 대한 국가 차원의 로드맵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국가가 잘하는 부분을 좇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만을 내세웠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 소장은 “반도체 회로의 선폭을 줄이는 미세화 공정은 미국에서 먼저 손을 댄 분야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대만 TSMC 등 경쟁 기업보다 우위에 있을 정도로 잘 따라잡았다”며 “하지만 이제 경쟁은 첨단 패키징으로 넘어갔는데 한국은 이 분야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경쟁기업들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미세화 공정 대신 서로 다른 반도체를 연결하고 포장하는 패키징 기술로 반도체 자체 성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국이 다시금 후발주자로 서게 된 셈이다. 김 소장은 “TSMC와 미국 인텔은 이미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며 “연구개발(R&D) 분야의 범국가적인 로드맵을 그려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TSMC는 약 10년 전부터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 TSMC 내 실험설비들을 개방해 학계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함께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범국가적 로드맵을 그리고 20∼30년 후를 함께 준비해 왔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한국은 그간 ‘기업이 잘하는데 왜 정부가 세금을 투자해 연구해야 하냐’는 식으로 반도체 산업을 민간 영역에 국한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학계나 정부출연연구소는 반도체 중소기업의 현안을 해결하는 정도의 역할만 해왔다”며 “그 결과 현재 국내 학계와 출연연에 있는 반도체 연구 전문 인력을 모두 합쳐도 200여 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우 전문 인력이 약 2400명으로 한국의 10배가 넘고, 중국은 한국의 수십 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국내 연구자들도 소수정예로 반도체 전쟁 무기를 준비해왔다. 김 소장은 “KIST 연구진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최기영 서울대 교수 등은 2016년부터 차세대 AI 반도체로 꼽히는 뉴로모픽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며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고집적 대규모 디지털 뉴로모픽 반도체 설계 지식재산권(IP)을 선제 확보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산학연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또 “우리가 개발해 온 뉴로모픽 반도체는 국가의 무기가 될 수 있는 반도체다. 학계와 출연연에서 연구 중인 양자 기술도 반도체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며 “산학연이 함께 20∼30년 후를 그리며 반도체 전략을 세워 나가야 한다”고 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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