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추리 음악예능, "고마 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2. 10. 28. 10: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사진출처=MBC '복면가왕' 방송 영상 화면 캡처

"고마 해라,마이 무따 아이가?"

영화 '친구' 속 명대사다. 무언가 도가 지나친 행동을 보일 때, 소환되곤 한다. 요즘은 대동소이한 추리 음악 예능에 딱 들어 맞는 표현이다. 여전히 추리 음악 예능은 방송가에서 성행 중이다. 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그럼에도 제작진들은 수시로 만든다. 왜일까?

#음악+추리, 그 뻔한 공식

음악 예능의 중심은 물론 '음악'이다. 빼어난 가창력을 가진 이들이 등장해 노래를 부른다. 

이는 일선 음악 순위 프로그램과는 달리 봐야 한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가수들의 자신의 최신 발표곡을 부른다. 이런 무대는 '아이돌'이라 불리는 K-팝 가수들의 독무대가 된 지 오래고, 시청률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음악 예능'에는 유명 가수 외에도 무명 가수, 가창력만으로도 프로에도 뒤지지 않는 비(非) 연예인들이 대거 참여한다. 그들은 통상 이미 발표된 명곡들을 부른다. 대중 입장에서는 기억 한 켠에 자리하고 있던 주옥같은 노래들을 다시 듣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재미가 더해진다. 바로 추리다. 노래를 부르는 이의 정체를 맞히는 식이다. 그 계보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진제공=JTBC

지난 2012년 말 론칭된 JTBC '히든싱어'는 추리 음악 예능의 원조 격이다. 원조 가수와 모창 가수들이 한데 어우러져 노래를 부르고, 패널과 방청객들은 정체를 맞히는 식이다. 박정현, 김경호, 이문세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섭외하는 데 성공했고, 영탁처럼 모창 가수로 등장(휘성 편)한 후 시간이 흘러 스타덤에 오르는 경우도 생겼다. 신승훈, 조성모, 송가인 편처럼 원조 가수로 탈락하고 모창 가수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방청객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추리에 참여하고, 그 결과에 경악했다. 그 사이 '히든싱어'의 인기는 급상승했고 현재 7번째 시즌이 진행되고 있다.

2015년 시작된 MBC '복면가왕'은 추리 예능 시장에 본격적으로 불을 댕겼다. 유명 가수들이 복면을 쓴 채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정체를 숨기고 오직 가창력만으로 평가를 받으니, 정체를 공개했을 때 "그 가수가 그렇게 노래를 잘 불렀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초대 우승자인 걸그룹 EXID 출신 솔지는 "아이돌은 노래를 못한다"는편견을 깼으며, '쉬즈 곤'을 부른 밀젠코 마티예비치와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깜짝 참여하기도 했다. 역시 2015년 시작돼 9번째 시즌까지 진행된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역시 여러 단서를 두고 실력자와 음치를 가려내는 추리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롱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등장한 비슷한 결의 음악 예능들에서는 더 이상 차별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재 방송 중인 MBN '아바티 싱어'가 대표적이다. 참여 가수의 아바타가 대신 노래를 부른다는 콘셉트인데, 가수들이 정체를 숨긴 채 노래를 부른다는 건 '복면가왕'와 판박이다. 게다가 회당 10억 원을 들였다는 이 프로그램 속 아바타의 그래픽 수준은 조악하기 이를 데 없다. 결국 1.4%로 시작한 시청률은 현재 0.5%까지 추락했다.

사진제공=MBN '아바타싱어'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두 가수가 듀엣을 부른 후 서로를 확인하는 설정의 MBN '미스터리 듀엣' 역시 반응이 미지근하다. 2.1%로 준수한 출발을 보였으나 이후 1%대 시청률을 전전하고 있다. 기대감을 갖고 유입된 시청자들이 별다른 차별화는 느끼지 못하고 이탈했다는 의미다.

지난 9월 종영한 SBS 'DNA 싱어-판타스틱 패밀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명 가수의 가족이나 친척들이 나와 뛰어난 노래 실력을 뽐내고, 그 가족이 누구인지 맞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런 음악 예능의 시청률은 이미 하향 평준화됐다. 한 때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히든싱어'의 이번 시즌 시청률은 2∼6%를 오간다. 국카스텐의 하현우가 장기 가왕 자리를 누리던 시기, 14%가 넘는 시청률을 구가하던 '복면가왕' 역시 현재 시청률은 5% 문턱을 넘기 버겁다. "그 사이 OTT 등 볼거리가 많아졌다"고 변명하기에는, 화제성 역시 크게 하락했다.

사진출처=MBN '미스터리 듀엣' 방송 영상 화면 캡처

#왜 추리 음악 예능에 집착하나?

음악 예능이 자주 제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예능인이라 분류되는 대부분이 '가수'들이다. 배우들에 비해 가수들이 예능 참여가 월등히 높다. 그러니 음악적으로 활용도가 높을밖에. 

게다가 음악은 불과 3분 안팎의 짧은 시간 안에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점을 가진 콘텐츠다. 임팩트를 주며 짧은 호흡을 이어가니, 지루함을 배제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진 입장에서는 선호하는 콘텐츠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한 수익성이 높다. 음악 예능을 통해 화제를 모은 음원은 전문 음원업체를 통해 유통된다. 물론 원곡자에게도 적잖은 몫이 돌아가지만, 이를 리메이크하고 새 숨을 불어넣은 방송사에 큰 수익을 안긴다. 예를 들어 '미스터트롯'의 경우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강진의 '막걸리 한잔', 이성우의 '진또배기', 조항조의 '고맙소'를 각각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의 곡으로 아는 이들도 적잖다.

여기에 '추리'라는 MSG를 추가하는 이유는, 시청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더없이 좋은 도구다.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과 더불어, 대중은 쌍방향 소통에 익숙해졌고 이를 원한다. 추리 예능은 대중도 함께 고민하고 답을 맞혀간다는 측면에서 참여를 독려하고, 채널에 머무는 시간을 높인다. 이는 결국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 방송 관계자는 "추리를 가미한 음악 예능이 인기를 얻은 지 어느덧 10년이 되어 간다. 그만큼 대중의 선호도가 높은 장르라는 의미"라면서 "하지만 이제는 대중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운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때 방송가를 풍미한 비 연예인 참여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순간에 사그라졌듯, 추리 음악 예능 역시 쉬어갈 타이밍"이라고 충고했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