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억원 수수 이정근發 ‘친문 게이트’, 공기업·지자체·경찰도 얽혔다

공성윤·조해수·김현지 기자 2022. 10. 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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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래구 수자원공사 감사, 최영호 한전 감사, 김보라 안성시장 등 연루…민주당 중진 의원도 거론돼

(시사저널=공성윤·조해수·김현지 기자)

각종 청탁의 대가로 사업가 박우식씨(63)로부터 1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59)이 문재인 정부 시절 공기업 감사, 지자체장, 경찰 간부 등을 알선해 준다는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시사저널은 10월21일자 기사를 통해 이정근 전 부총장과 문재인 정부 당시 유력 인사들 간의 커넥션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이들 외에도 이정근 전 부총장은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최영호 한국전력공사(한전) 상임감사, 김보라 안성시장 등에게 공기업 납품과 경찰 인사 등을 청탁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성만 민주당 국회의원, 류영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강래구 수자원공사 감사, 최영호 한전 감사, 김보라 안성시장 등은 이정근 전 부총장 기소 과정에서 '실명'이 거론된 인물"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강래구 감사, 정치적 동지이니 앞장설 것"

D사는 태양광 발전설비, 수력발전기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7월 박씨는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D사가 한국수자원공사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납품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탁했다.

이에 이정근 전 부총장은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가 정치적 동지이니 앞장서서 해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강 감사를 알선해 주는 명목으로 박씨로부터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2개월 후 박씨는 "D사의 수력발전 설비를 한국수자원공사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또다시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청탁했다. 이 전 부총장은 "강래구 감사와 골프를 치며 얘기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박씨는 경기도 여주시에 있는 골프장을 162만원에 예약하고, 강 감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500만원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래구 감사는 문재인 대선후보 정무특보 출신으로 민주당 전국원외위원장 협의회장을 지냈다. 2019년 12월 문 대통령이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로 임명했다. 그 전인 2019년 1월 이정근 전 부총장과 함께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맡은 인연이 있다.

시사저널은 강래구 감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로 연락을 취했으나, 강 감사는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최영호 감사 만나려면 현금 필요"

S기업은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공급하는 회사다. 박씨는 올해 초 "S기업이 한전에 납품하고, 한전 소유 서울 중곡동 소재 토지를 헐값에 사게 해달라"고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청탁했다.

이정근 전 부총장은 "최영호 한전 상임감사를 만나보겠다. 현금 2000만원을 달라"고 박씨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금이 부족했던 박씨는 400만원만 현금으로 주고, 신용카드를 빌려줘 약 350만원을 결제하도록 했다.

최영호 감사는 2020년 11월 문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그는 이정근 전 부총장과 같은 시기에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지냈다.

최영호 감사는 시사저널 기자에게 "이 전 부총장과는 지역위원장 임기가 끝나고 1년 전쯤에 딱 한 번 본 사이"라며 "그 후로는 안부전화 한 번 주고받은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와 S사는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 "납품과 관련한 사항은 실무자들이 검토할 사항이고 중곡동 한전 부지 매각에 대해선 관여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뉴시스·뉴스1

■"경찰 인사, 안성시장에게 부탁"

이정근 전 부총장은 경찰 인사를 청탁하고 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박씨는 사업 파트너였던 김아무개씨로부터 "H경정을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발령받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박씨는 올해 초 이를 이 전 부총장에게 청탁했다.

그러자 이정근 전 부총장은 "'(H경정의 발령을) 경기남부경찰청장에게 잘 말해 달라'고 경찰 간부와 안성시장에게 부탁했다"고 박씨에게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가로 이 전 부총장이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H경정은 올해 2월 정기인사 때 경기남부경찰청 팀장으로 전보됐다.

당사자들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인사청탁 전달책으로 언급된 안성시장은 김보라 현 시장이다. 김 시장은 2020년 4월 안성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올해 6·1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김 시장은 2018년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이정근 전 부총장과 함께 일했다.

김보라 시장은 이정근 전 부총장에 대해 "같은 당 여성 정치인으로서 단체활동을 할 때 몇 번 마주쳤을 뿐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또 "H경정이나 경기남부경찰청장은 모르는 사람"이라며 "내가 인사청탁을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H경정은 "외압이나 청탁은 결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씨의 사업 파트너인) 김씨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가까운 분이라 '경기남부청에 가고 싶다'고 말한 적은 있다"면서도 "그게 인사 청탁으로 이어졌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또 "재작년부터 경기남부경찰청 팀장 자리가 비어 지원했고, 면접 등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부임했다"면서 "이정근 전 부총장은 기사로만 봤지 개인적인 인연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경기남부경찰청장이었던 김원준 전 청장 역시 의혹에 선을 그었다. 김 전 청장은 "H경정은 부임한 뒤에 처음 봤고 김보라 시장은 이름도 몰랐던 사람"이라고 밝혔다.

박씨의 청탁 대상에는 이정근 전 부총장 외에도 민주당 중진 의원 A씨도 거론됐다. A의원이 박씨의 부인을 통해 5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의원은 "이정근 전 부총장의 메모에 그런 얘기가 나온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 전 부총장에게 전화통화로 '내 얘기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 전 부총장은 '그런 적 없다'고 하더라"면서 "또한 박씨는 물론 박씨의 아내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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