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펑크 록그룹 섹스 '피스톨'즈를 기억하라!
아이즈 ize 이주영(칼럼니스트)
섹스 피스톨즈는 1970년대 펑크 록 무브먼트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섹스 피스톨즈는 짧고 굵게 그들 만의 족적을 록 뮤직 히스토리에 남겼다. 단 한 장의 정규 앨범 그리고 베이시스트 시드 비셔스의 죽음. 하지만 그들이 음악 역사에 남긴 영향력은 가히 엄청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훗날 한국의 홍대 클럽에서 크라잉 넛, 노브레인 등과 같은 펑크 록 밴드가 등장한 데에도 섹스 피스톨즈의 영향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섹스 피스톨즈는 노브레인의 '청춘은 불꽃이어라'라는 곡 타이틀처럼, 정말 불꽃처럼 순식간에 모든 것을 태우고 재가 되어버린 청춘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런 섹스 피스톨즈를 대단히 흥미롭고, 조금 더 컨텍스트적으로 다룬 시리즈가 있다. 심지어 '쉘로우 그레이브' '트레인스포팅' '비치' '28일 후' 등으로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사이 영화계를 발칵 뒤집었던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피스톨 Pistol'이 바로 그것. 총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피스톨'은 그간 섹스 피스톨즈를 소재로 한 여러 작품들 중 밴드와 주변 히스토리에 대해 제일 상세하게 그려낸다.
기타리스트 스티브 존스가 매니저 말콤 맥라렌을 만나 밴드를 만드는 이야기. 말콤 맥라렌의 부인이였던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어떻게 밴드를 이미지화했는가에 대한 이야기. 스티브 존스와 더불어 밴드의 또 다른 얼굴이었던 보컬리스트 조니 로튼의 이야기. 그의 친구 시드 비셔스가 기존 베이시스트 글렌 매틀록으로 어떻게 대체되었는가에 관한 이야기 등 밴드와 멤버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사가 곁들여진다. 심지어 더 흥미로운 건 스티브 존스와 연인이자 파트너로 지냈던 크리시 하인드가 몇 년 후 또 다른 유명 록 밴드 프리텐더스의 프론트 맨이 되는 이야기까지 곁들여진다는 점이다. 섹스 피스톨즈의 베이시스트 시드 비셔스는 걸출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런 그가 낸시라는 이성을 만나고, 마약에 찌들어 세상을 떠나는 불꽃 같은 순간까지도 이 시리즈에 충분히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대니 보일의 시리즈 '피스톨'은 그간 선보였던 섹스 피스톨즈 소재의 어떤 작품들보다 더 명확한 사실에 기반한 더 감각적 작품이다. 여기에서 감각적이라고 하는 건 모든 캐릭터가 실제에 유사하면서도 그 실제가 대니 보일 특유의 현란한 편집 속에서 또 다른 재현으로서 완벽히 기능하고 있음을 뜻한다. 예를 들어 말콤 맥라렌을 연기하는 토마스 브로디 생스터는 흡사 실제의 말콤과 닮았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연기한 탈룰라 라일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 중 최고는 앤슨 분이 연기한 보컬 조니 로튼이다. '피스톨'을 위해 촬영한 오리지널 이미지와 오리지널 섹스 피스톨즈의 자료 화면이 뒤섞여 있는데도 이질감이 전혀 없다는 게 바로 그 완벽함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과거 펑크 록 키드 중 한 명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내게 섹스 피스톨즈는 완벽한 우상이었으며, 그들의 이야기와 음악이 나오는 것들이라면 항상 관심의 대상이었다. 기억하기에 말콤 맬라렌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펑크 록 무브먼트 자체가 일종의 쇼였으며 거대한 사기극이었음을 은유하는 유명한 다큐멘터리 '그레이트 로큰롤 스윈들 The Great Rock 'n' Roll Swindle'(1980)이 첫 작품이었다. 그리고 게리 올드먼이 시드 비셔스로 분하고, 바로 앞의 작품에서 실제 시드가 불러 유명한,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를 펑크 록으로 부르는 장면이 압권이었던 '시드와 낸시'(1986)도 있다. 물론 이 유명한 커플은 여러 영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곤 했다. 완전한 섹스 피스톨즈 이야기는 아니지만 영국 맨체스터 음악(이는 하나의 장르로 고착화되어 '매드체스터'라 불리기도 했다)을 고찰하는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24시간 파티피플'(2002)의 첫 오프닝에도 이 유명한 밴드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섹스 피스톨즈에 대해 이토록 정교하고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준 시리즈는 없었다. 이 탓에 대니 보일의 6부작 '피스톨'은 펑크 록은 물론 로큰롤 자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선물과 같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단 한 장의 정규 앨범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 속에 담긴 음악은 물론, 사운드트랙 잘 고르기로 유명한 대니 보일의 여러 선곡들은 시리즈 '피스톨'을 더 맛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지금 섹스 피스톨즈는 존재하지 않지만 음악 팬들에게 그들의 음악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런 섹스 피스톨즈를 학습하고 공부하는 데 그 어떤 책과 영화보다 이 시리즈만 한 게 없다. 아, 그렇다고 '피스톨'이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밴드 소개서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이 시리즈는 굉장히 극화된 서사를 구축하고 있고, (기타리스트 스티브 존스의 회고록 '외로운 소년 Lonely Boy'를 바탕으로) 거의 사실에 가까운 아니 실제를 재현하고 있다.
더욱이 '피스톨'이 지금 시점에서 더 흥미로운 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가 겹쳐지기 때문이다. 섹스 피스톨즈의 가장 유명한 곡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Anarchy in The UK' 'God Save The Queen'이라 답할 수 있다. 그들이 이 노래를 발표했던 1970년대 중반은 여전히 여왕이라는 상징이 군림할 때였다. 이런 시기에 말콤 맥라렌이라는 희대의 선동가, 비비안 웨스트우드라는 진보적 패션 디자이너는 뜻을 모아 섹스 피스톨즈라는 아바타를 통해 기성 세대의 모든 것을 조롱했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꽤 좋은 음악 드라마로 존재하지 않을까 싶다. 당신이 섹스 피스톨즈라는 천방지축 펑크 록 밴드에 대해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피스톨'의 재생 버튼을 클릭해보길 권한다. 신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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