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전 개입시 서방 위성 공격"…스타링크 겨냥 가능성(상보)
(서울=뉴스1) 강민경 김민수 기자 = 러시아 외무부 고위 관리가 미국과 동맹국의 상업용 인공위성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연루된다면 러시아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7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콘스탄틴 보론초프 러 외무부 비확산·군비통제국 국장은 제77차 유엔총회 제 1위원회 회의에서 "미국과 동맹국이 상업을 포함한 민간 우주 기반 시설의 구성 요소를 분쟁에 연루시키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론초프 국장은 "준민간 기반 시설은 보복 공격의 정당한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론초프 국장은 이날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우주 기술의 무해한 사용을 넘어서는 극도의 위험한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우주에서 상업용을 포함한 민간 기반시설을 무력 충돌에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기업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이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위성 인터넷 시스템 '스타링크'를 겨냥한 발언일 수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특히 유용했다. 인프라 손상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게 된 전장에서 통신할 수 있도록 지원했기 때문이다. 스타링크는 자체적인 단말기를 보유한 이들이 저궤도 위성을 통해 통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의 크루즈 미사일 공격으로 인프라가 손상됐을 때 스타링크 시스템을 활용했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게다가 비아샛과 맥사, 플래닛랩스 등 미국의 민간 위성업체들은 미국 안보기관에 위성사진 분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맺고 있다. 실제로 미국 민간 위성업체들은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여러 차례 대중에 공개한 바 있다.
러시아 보론초프 국장은 지난 9월 유엔에서 비(非)군사적인 인공위성 사용도 군사 충돌에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미국 백악관은 미국의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경우 적 절한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위성 등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가 위성을 공격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공개 기록을 직접 보면, 러시아가 대위성 기술과 능력을 추구하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답했다.
머스크는 과거 러시아가 스타링크 통신을 방해하려고 시도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달 초 그는 트위터를 통해 "스타링크가 "끊임없는 방해 공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아샛 또한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등 유럽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자사 네트워크 중 하나가 고의적인 사이버공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당시 덴마크 국방부는 사이버공격의 배후를 러시아로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분석가들은 러시아 관리의 성명이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뒤스부르크-에센대학의 아르네 쇠니히센 우주 보안·기술 연구원은 "예상보다 일찍 우주를 전쟁터로 만들 수 있다는 위협이자 일종의 긴장 고조 행위"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러시아가 작동하지 않는 위성 중 하나를 미사일로 명중시켰고, 이로 인해 궤도에 1500여개의 파편이 생겨났다. 당시 미 국무부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우주비행사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ISS는 최근 이 파편들을 피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해야 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단일 대형 위성을 사용한 네트워크보다, 스타링크처럼 분산된 위성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것이 잠재적인 공격에 더 회복력이 있다고 밝혔다.
챈스 솔츠먼 미 우주군 중장은 지난 9월 상원에 출석해 "분산된 위성 네트워크를 겨냥하려면 목표물 설정이 더 어려워진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쇠니히센은 러시아가 분산 네트워크를 겨냥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만큼 충분한 미사일이나 킬러 위성(위성 파괴 위성)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러시아가 다른 위성들을 타격한다고 해도, 파편이 생겨나기 때문에 러시아의 위성도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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