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랩 등 콘텐츠 발굴 긍정…이슈, 플랫폼별 전략은 과제”
디지털·영상 콘텐츠 집중 점검
뉴스가 세상에 전달되는 방식은 다양해졌다. 이제 신문사는 더 많은 독자를 만나기 위해 종이뿐 아니라 여러 디지털·영상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5층 회의실에서 열린 10기 열린편집위원회 회의에서는 <한겨레> 디지털·영상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승윤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김경식 고철연구소장,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 대학생 위지혜씨, 이명재 시민언론 ‘민들레’ 대표이사,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이 참석했다. 한겨레에서는 백기철 편집인, 권태호 저널리즘책무실장과 정은주 콘텐츠총괄, 김원철 디지털미디어부문장, 이경주 영상제작 담당 부국장, 정환봉 소통데스크가 함께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와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다른 일정 등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오 연구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SNS 특성 담은 전달방식 고민 필요
이승윤 오늘은 한겨레 디지털·영상 콘텐츠 전반을 점검하겠다.
이소희 한겨레가 운영하는 에스엔에스(SNS) 채널들을 우선 살펴봤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사진과 함께 많은 텍스트가 입력돼 있는데, 이 방식은 개선되면 좋겠다.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는 인스타그램의 특성에 맞는 콘텐츠 전달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실제 이미지를 통해 사안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인스타그램이 유용한 것 같다.
지난 2일 인도네시아 축구경기장에서 난동으로 127명이 사망한 사건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현장 사진으로 당시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한 량차오웨이(양조위) 관련 게시물도 과거 출연한 영화 사진을 첨부해 인스타그램의 장점을 부각했다. 다만 10월22일 윤석열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의 경우 페이스북에는 현장 사진 중심의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정작 인스타그램에는 업데이트되지 않아서 의아했다.
한겨레21 인스타그램 계정도 살펴봤는데, 활성화되어 있지 않더라. 주간지의 경우 표지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니까, 해당 주의 표지와 함께 메인기사만이라도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려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겨레가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에스엔에스는 페이스북 같다. 한 주의 한겨레 그림판을 모아서 보여준다거나 매일 주요 뉴스를 소개하는 ‘아침을 여는 한겨레’ 등을 잘 보고 있다.
주제나 이슈별 에스엔에스도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젠더 기사를 보고 싶을 때 이정연 젠더팀장의 개인 트위터를 찾아가곤 한다. 아예 한겨레 차원에서 젠더나 환경 등 사회적으로 주목하는 이슈와 관련해서는 별도 채널을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한겨레티브이(TV)의 ‘공덕포차’와 ‘논썰’을 처음 봤는데, 해당 이슈를 계속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면 프로그램 호흡이 길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중단됐던 슬랩 재개는 반가웠다. 한겨레가 다양한 독자층을 만나려고 한다면 슬랩에 무게중심을 좀 더 실어주는 게 필요하다. 다만 슬랩 제작진이 1~2명 정도뿐인 것 같아 운영이 안정적으로 될지 걱정이다.
위지혜 젊은 세대가 뉴스레터를 찾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본다. 신문을 읽지 않고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빠르게 알 수 있고, 이해하기 어렵던 뉴스를 쉬운 말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겨레의 ‘휘클리’는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신문기사보다 쉬운 표현으로 해설 기사, 인터뷰 기사 등의 역할을 하는 콘텐츠를 배치해 하나의 이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H:730’의 경우에는 이슈나 기사를 소개하는 뉴스 브리핑 형식이다. 심혈을 기울여 기사를 선택한다는 인상은 받았지만, 읽은 뒤에 정보가 쌓인다기보다 기사에 대한 티저를 읽는 듯한 인상이 강했다. 젊은 세대들은 기존 뉴스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다시 관련 뉴스를 찾아서 읽도록 하는 방식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한겨레의 큐레이팅 방식에 큰 호감을 갖고 있는 젊은층도 있다. 주위에 신문은 안 읽지만 ‘H:730’를 읽는 친구들은 한겨레의 의제 설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런 정체성을 뚜렷하게 가져가면 진보적인 시각을 가진 20대 독자층에게 매력적일 수 있을 것 같다.
‘S레터’의 경우 링크를 통해 주말판 기사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한겨레S 커버스토리는 일반 스트레이트, 해설 기사와 달리 바쁜 와중에도 한번 공들여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다만 뉴스레터 이후의 플랫폼도 한번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뉴스레터의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구심이 든다. 뉴스레터의 흥행 비결은 콘텐츠가 매일 배달되는 유통 방식보다는 뉴스를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글쓰기 방식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기사 자체를 쉽고 친근하게 쓸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니면 별도의 독창적인 플랫폼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겨레 영상 콘텐츠 중에는 슬랩을 가장 좋아한다. 내 관심사와도 맞닿아 있고 주제가 시의적절하게 선정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편집 방식도 윤리적이면서 트렌디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상 업로드 빈도수다. 1개월 전 기준으로 살펴보니 5개의 영상이 올라왔다. 비슷한 기간 한국일보의 ‘프란’, 시비에스(CBS)의 ‘씨리얼’은 각각 9개의 영상이 올라왔다. 경쟁 언론사의 유튜브 채널에 비해 젊은 세대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한 투자가 부족한 느낌이다.
콘텐츠 편중, 지속성 부족 아쉬워
이승윤 연령 등에 따라 선호가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 위지혜 위원은 ‘휘클리’가 더 재미있다고 하지만, 나는 ‘H:730’을 주로 본다. 주요 기사들을 잘 큐레이션해주고 바로 링크를 타고 기사를 볼 수 있어서 좋다. ‘H:컷’이나 ‘H:넘버’ 등도 읽는 맛이 있다.
오동재 지속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려는 시도가 진행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콘텐츠의 지속성이 떨어지거나 영상 편집의 질이 편차가 많이 생기는 단점이 생긴다. 한겨레 유튜브의 얼굴 격이라 할 수 있는 한겨레티브이가 지나치게 정치 콘텐츠에만 편중되어 있다는 점을 짚고 싶다. 지면보다 심한 상황이다. 이는 한겨레 기자들이 일선에서 생산해내는 다양한 사회 의제들이 영상 콘텐츠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구나 한겨레가 정파적인 언론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한겨레티브이가 정치 이외의 의제에 더 주목하거나, 정치 전문 채널을 따로 만드는 방법 등을 제안하고 싶다.
김영주 나는 보통 뉴스를 페이스북으로 접한다. 한겨레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가급적 해시태그를 달아주면 좋겠다. 해시태그를 달면 주목도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뉴스를 읽는 연결고리로 작동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또 플랫폼별로 이용자층이 다른데, 이를 고려한 콘텐츠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다. 동영상 콘텐츠는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한겨레티브이가 염두에 두는 주 시청자층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선 한겨레티브이에 들어가면 화면에 대부분 중장년 남성 출연자들이 보인다. 정치 이슈를 주로 다루다 보니 젊은 세대가 출연할 기회 자체가 별로 없는 것 아닌가 싶다. 플랫폼 성격에 맞게 다양한 연령, 계층을 위한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해달라. 뉴스레터는 ‘H:730’을 매일 본다. 대부분 모바일로 이용하지만, 컴퓨터로 보니까 ‘쾌적하게 보기’ 메뉴가 있더라. 눌러보니 정말 쾌적하게 뉴스레터를 볼 수 있었다. 이런 섬세함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김경식 한겨레 누리집의 반응이 굉장히 느린 점을 지적하고 싶다. 기사 제목을 클릭해도 본문이 열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기사 공유를 하는 버튼도 반응이 느리고, 불편한 점이 많다. 그래서 한겨레 누리집이 아니라 포털에서 기사를 복사해 공유하게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자체 누리집 페이지뷰가 떨어지고 기사 전파에도 제약이 있는 것 아닌가 한다.
한겨레의 경우, 기후나 젠더 등 새로운 이슈를 굉장히 일찍 포착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제를 관심 있는 당사자들에게 맞춤형으로 잘 전달한다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승윤 동영상 콘텐츠는 슬랩이나 애니멀피플을 좋아한다. 애니멀피플은 중고등학생이 친숙하게 접하면서 기후위기나 동물권 문제들을 고민할 수 있는 채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겨레 유튜브는 품격을 높여서 돈을 내고도 살 만큼 매력적인 ‘하이엔드’(최고의 품질)를 지향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영국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 뉴스레터를 받고 있는데, 기사를 클릭해서 들어가면 뉴스를 읽어주는 기능이 있다. 그냥 읽으면 몇분이 걸리고, 읽어주는 기능을 활용하면 몇분이 걸리는지도 다 나온다. 상당히 유용해, 한겨레에서도 참고해보면 좋겠다.
이경주 한겨레티브이의 경우 여러 이슈의 콘텐츠를 올릴 경우 구독자들이 떠나기도 해서 정치 콘텐츠 중심으로 제작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여러 위원의 말처럼 사회나 경제 문제도 다룰 필요가 있어 어떻게 편성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김원철 최근 세계신문협회 총회에 참석했다. <뉴욕 타임스>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모토를 ‘모든 뉴스를 모든 형태로 제공한다’고 말하더라. 그 말이 지금 언론사들이 마주한 도전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늘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우선 에스엔에스와 관련해서는 최근 소셜에디터 직군을 처음 채용했다. 최근까지 페이스북과 트위터 중심으로 운영했고, 이제 인스타그램 등도 관리를 시작할 계획이다. 슬랩 역량 투여와 기사를 읽어주는 서비스 등은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겠다. 뉴스레터는 저희가 많은 자원을 들여서 진지하게 실험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지금 뉴스레터팀이 직접 운영하는 것은 ‘H:730’과 ‘휘클리’이며 나머지는 각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연속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고민이다. 뉴스레터는 독자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플랫폼 중 하나다. 독자들이 뉴스레터를 만드는 기자를 라디오 진행자처럼 여기고 많은 피드백을 준다. 장점이 많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비판할 때는 강도와 수위에 맞는 표현 필요
이승윤 이제 다른 논의를 진행해보자.
위지혜 1면 제목에 사실보다 감정적 동요를 일으킬만한 표현들이 많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문 겨눈 윤…민주 전면전’처럼 대결 구도가 부각된 제목이 그런 사례다. 사실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면서 직관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는 제목을 더 많이 써주면 좋겠다. 가령 10월5일 ‘서해사건 감사, 적법절차 안거쳤다’는 특종이면서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드러낸 제목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겨레의 매력은 저널리즘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취재하고 보다 윤리적으로 보도하려는 노력이 있기에 한겨레 기사를 신뢰할 수 있다. 정파성이 아닌 신뢰를 기반으로 합리적이면서도 끈끈한 독자층들을 많이 형성하면 좋겠다.
이명재 한겨레의 양비론에 대해 거듭 지적하고 싶다. 국감 등 정치 기사에 ‘정쟁’이라는 표현을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쓰는데, 기본적으로 정치는 전쟁이다. 정쟁 자체가 문제인 게 아니다. 필요한 건 ‘정쟁을 제대로 하라’고 하는 것이다. 한겨레마저 대중의 정치에 대한 냉소와 혐오 감정에 편승하는 식이어선 안 된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 보도는 기계적 균형, 표면적 중립에 갇힌 보도였다고 본다. 도로 통행 지장 운운은 과거 도로교통법이 헌법보다 우위에 있었던 듯했던 시위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한겨레의 보도라고 믿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한겨레 내부 편집회의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뉴스레터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망언을 두고 에디터가 ‘잘못했다고 사과만 하면 될 일’이라는 정도로 얘기한 것을 봤다. 사과로 끝낼 발언도 아니거니와 친일이 왜 과거의 문제가 아닌 현재화된 구조적 문제인지를 규명하는 기사가 나오지 않는지, 보여준 인식이었다.
어떤 사안에 대한 비판을 할 때 바늘로 찌를 것과 송곳으로 찍을 것, 망치로 때릴 것에 맞춰 그 강도와 수위에 맞는 표현을 써야 하는데, 의도적이건 비의도적이건 그 논지와 표현 간에 괴리가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예컨대 맹공을 퍼부어야 할 사안에 대해 ‘지적이 크다’도 아닌 ‘지적이 적지 않다’고 서술한 것은 둘 중 어느 쪽인가.
최근 발간한 신뢰도 보고서는 발간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외부 전문가들의 주장이 열거된 수준에 그치고 한겨레 내부에서의 사실과 의견의 분리, 주관과 객관 등의 근본적인 주제에 대한 탐색과 논의가 빠져 있어 아쉬웠다.
이승윤 한겨레의 탄생 배경이 특수하다. 이 때문에 매우 열정적인 오랜 독자층이 있고, 이는 중요한 지지 기반으로 작용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모습도 떠오른다. 유럽 사민주의 정당은 전성기에 아주 열정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이후에 크게 쇠퇴한다. 많은 전문가는 쇠퇴의 원인을 이제 중산층이 된 노동자 계층 및 전통적 사민주의 지지집단과 당이 의제 확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명재 위원의 말처럼 한겨레의 보도 태도를 양비론으로 볼 수도 있지만, 새로운 독자나 새로운 사회 변화를 일구기 위한 확장의 노력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부분을 한겨레가 더 명확하게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한겨레의 독자층도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일관된 가치를 계속 가져가되 의제 확장을 위한 고민도 해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한겨레의 촛불집회 기사가 오히려 진보-보수 대결 구도로 쓰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열린편집위원들의 생각을 한겨레가 잘 참고해주면 좋겠다.
김경식 나는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지만 주변에서 한겨레는 제목만 보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진영논리에 따라 기사를 쓰기 때문에 제목만 보면 그 다음 내용은 뻔하다는 취지다. 관련해서 기업 출신으로 몇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이번에 대우조선해양이 한화로 넘어간다. 그런데 지난 9월26일 관련 기사 제목이 ‘21년 산은 관리체제 한계 직면…2조원대 헐값 매각 논란 일 듯'이고 9월30일은 ‘대우조선 인수 한화에 5년간 이자 1조 깎아준다’였다. 한겨레 전통 독자들이 기다리는 제목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대우조선해양이 주인을 제대로 못찾아서 만신창이가 된 상태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제목이 현재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9월29일자 1면에는 ‘간접고용 70% 대기업이 원청 재벌에 막힌 고용개선'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하지만 고용 불평등 경우 재벌만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조합의 이기심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가 다르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원래 합쳐져 있었는데 정규직이 비정규직들을 노조에서 쫓아냈다. 한겨레가 노동 관련 기사를 쓸 때 모든 것을 재벌의 책임으로 환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자 사이의 계층화 등의 문제를 어떻게 풀까도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옴표 제목 신중해야
김영주 따옴표 제목을 달 때는 신중하면 좋겠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말을 인용해 ‘이재명, 수사 방해…김의겸,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제목을 달면 수사 방해와 거짓말이 사실인 것처럼 느껴진다. ‘친한 친구를 입양해 법적 가족이 됐다’는 기사는 인상적이었다. 다섯살 차이밖에 나지 않은 친구가 가족이 된 것인데, 생활동반자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방식의 대안 가족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해주는 기사였다. ‘조용한 사직’ 관련 기사도 새로웠다. 월급을 받은 만큼만, 근무시간에만 일한다는 젊은 세대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기사였다. 다만 사회 전체적으로 이런 흐름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여러 고민을 던져주는 기사였다.
오동재 국정감사에서 나온 기후위기 보도 관련해서는 산업통상부가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과거보다 낮추자 환경부에서 이를 상향 검토하라는 의견을 낸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이슈였는데, 한겨레 지면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다. 반면 배출거래제 관련 기사나 폭염이 두배로 늘었다는 기사는 새로운 이슈가 아니었는데 중요하게 다뤄진 측면이 있었다.
이소희 국정감사에서 다뤄지는 이슈가 우리 삶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더 자세히 다뤄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친구를 입양해 가족이 되었다는 기사와 노인을 위한 택시 애플리케이션이 없다는 기사, 어린이가 스쿨존 제한속도인 시속 30㎞를 어떻게 느끼는지를 보여주는 기사 등이 좋았다. 사회적 소수자가 어떻게 이 사회를 경험하고 있느냐를 구체적으로 다뤄준 점이 인상 깊었다.
■ SPC 산재 사망 다각적·연속적 보도 높은 평가
10기 열린편집위원들은 10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20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기사는 에스피씨(SPC) 평택공장 산재 사망 연속 보도였다. 이 기사를 추천한 이승윤 위원장은 “한겨레가 에스피씨 산재 사망 사건의 원인과 구조적 문제를 짚으며, 다각적이고 연속적으로 보도한 측면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1. SPC 평택공장 산재 사망 연속 보도
장현은·전종휘·박태우 사회정책부 기자
심사평: “사안을 끈질기게 취재한 한겨레의 의지가 돋보였다.”
2. ‘치매 돌봄’ 국정과제라더니…내년 예산은 싹둑 잘랐다
박준용·임재희 사회정책부 기자
심사평: “말 따로 예산 따로인 정부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짚었다.”
3. 서해 사건 감사, 적법절차 안 거쳤다
박수지 이슈팀장, 이우연·강재구·서혜미 사회부 기자
심사평: “감사 절차의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해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친 보도.”
4. 친한 친구를 입양해 법적 가족이 됐다
서혜미 사회부 기자
심사평: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법 제정의 필요성을 잘 짚은 기사.”
5.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연속 보도
오세진·이주빈·박고은 스페셜콘텐츠부 기자
심사평: “여가부 폐지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정환봉 소통데스크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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