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쌤에게 보내자, ‘첫번째 아이’[편파적인 씨네리뷰]

이다원 기자 2022. 10. 2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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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첫번째 아이’ 공식포스터, 사진제공|영화사 화원



■편파적인 한줄평 : 문제가 있어, 아이 말고 주인공이.

문제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공감대’에 문제가 있다. ‘처음 엄마가 되는 한 여성의 분투기와 사회 구조적 불합리성’을 그리고 싶어했지만, 성인 ‘금쪽이’ 사연처럼만 비치고 만 영화 ‘첫번째 아이’(감독 허정재)다. 공감대 떨어지는 이런 주인공이라면 극장이 아닌, 오은영 교수에게 보내야할 듯 하다.

‘첫번째 아이’는 1년여 육아휴직 후 복직한 정아(박하선)가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무수한 딜레마 끝에 ‘엄마’로서 선택을 고민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박하선과 오동민이 부부로 호흡을 맞췄고, 오민애, 공성하, 임형국 등이 출연했다.



이야기가 나홀로 힘을 갖지 못하고 기획의도에 끌려가는 인상이다. ‘육아휴직 후 복직한 여성이 의지할 수도 홀로 설 수도 없는 세상과 마주한 우리 시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는 기획의도에 억지로 전개를 맞추려는 듯, ‘엄마’와 ‘자신’ 사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할 지 혼란스러워하는 정아가 선택하는 것들에 자꾸 물음표가 뜬다. ‘소재에 대한 취재를 충실히 한 것일까’라는 의문마저 든다.

캐릭터들도 머리속으로만 만들어낸 듯 작위적이다. 그 중 가장 큰 허점은 ‘정아’다. 복직을 계기로 자신의 딸을 대하는 태도 변화들이 상식적이지 않다. 주제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골몰한 메가폰은 정작 ‘정아’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진 못한 듯 하다. 실제 워킹맘이 관객이라면 더더욱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기적으로 굴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남편(오동민)부터 딱딱하게만 구는 어린이집 원장 등 현실에서 붕 뜬 인물들이 영화의 공감력을 더욱 떨어뜨린다.

이야기가 선명하지 않고 캐릭터가 힘을 얻지 못하니 주제 도출도 선명하지 못하게 됐다.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여운이 남기보단 ‘그래서 어쩌란 거야’라는 문장이 머릿속을 지나갈 수 있다.

박하선은 고군분투했다. 처연한 얼굴과 안정된 연기력으로 ‘정아’의 황폐한 내면을 표현하고자 한다. 오동민, 오민애 등 연기파 배우들과 합도 나쁘지 않다. 다음 달 10일 개봉.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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