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정명재, 27년째 기러기父 생활 "애들 보내기 싫어서 반대했는데.." ('특종세상')[SC리뷰]
[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개그맨 정명재가 27년째 기러기 아빠로 사는 이유를 밝혔다.
27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서는 27년째 기러기 아빠로 사는 정명재의 사연이 공개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정명재의 근황이 공개됐다. 현재 일산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그는 틈틈이 그림과 시를 쓰며 작가로도 활동 중이었다.
정명재는 과거에도 남다른 그림 실력을 활용한 개그를 최초로 선보이며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동시에 외로운 기러기 아빠 생활도 시작됐다. 그는 "하루는 (아내가) 나한테 미국에 가서 공부시키자고 해서 반대했다. 나중에 커서 대학교 갔을 때, 고등학생 때 가는 어학연수는 괜찮지만 지금 어렸을 때 보내는 거는 안 될 거 같다고 반대했다. 보내기 싫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기러기 아빠 생활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27년째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정명재는 집안 곳곳을 아이들의 사진으로 장식해놓고 외로움을 달랬다. 그는 "1995년도에 우리 식구들이 미국에 갔고, 그때 내가 여의도에서 작은 이벤트 회사를 차렸다. 근데 기러기 아빠가 되고 나서 2년 후에 IMF 외환 위기가 오면서 힘들어졌고, 이벤트 회사도 망하게 되고, 방송도 세대교체가 되기 시작했다"며 "그때 1달러가 2천 원이 넘었다. 1달러가 800원 하다가 거의 3배가 됐다. 그래서 미국에 돈 보낼 때 조금 휘청거렸다"고 털어놨다.
사업과 방송 일이 모두 힘들어지면서 생활고를 겪었지만, 미국에 있는 가족을 위해 한국에 남아서 생계를 책임졌다는 정명재. 그는 "지인이 도와줘서 가게를 조그맣게 하나 차리게 되면서 열심히 했다. 그래서 자주 갈 수 없었다. 그건 다른 기러기 아빠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여기서 일상에 쫓기는 것도 있고, IMF 외환위기 때나 그 이후에 미국에 한 번 갔다 오면 당시 700~1천만 원이 없어진다. 그 정도 돈이면 차라리 미국에 보내면 그쪽에서 더 나은 생활을 하니까 열 번 갈 거 한 번 가게 되는 거다"라며 가족과 자주 만날 수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이날 정명재가 오랜만에 행사 MC로 일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행사 MC로 무대에 서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그는 "어려운 시절에 행사를 많이 했다. MC 보면서 생긴 수입을 미국에 보내고 만약 큰 수입원이 없으면 조금 빌려서 보냈다가 나중에 갚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건너뛴 적도 많았다. 건너뛰었을 때는 마음이 좀 아팠다. 기러기 아빠들이 다 겪는 걸 거다. 과정은 다 똑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명재의 식당에는 후배 최양락이 찾아왔다. 최양락은 기러기 아빠가 된 지 25년이 넘었다는 정명재의 말에 "25년 됐으면 안 돌아온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정명재는 "연락하고 그사이에 몇 번 왔다 갔다 했다. 거기서 공부 다 마친 게 얼마 안 된다. 지금은 졸업하고 직장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양락은 "이미 끝난 거 같은데 형이 순진하게 아직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짓궂게 말했고, 정명재는 "아니다. 돌아온다. 내가 가고 싶은데 영어 못하니까 못 간다. 이제는 한국어 잘하는 걔들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 가정이란 게 희로애락이 있어도 꽃밭처럼 다 뭉쳐 살아야 되지 않냐. 근데 애들이 한국에 있어도 어느 정도 나이 먹으면 나가 산다고 그런다. 그리고 결혼하면 또 멀어진다. 그거나 이거나 장소만 한국과 미국일 뿐이지 똑같다. 애들한테 기대하는 건 포기해야 된다. 난 이렇게 흘러가는 거라고 본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 정명재는 "원래 이번에 가려고 했다. 저쪽 가게 할 때 그 가게를 팔고 미국에 갔다 오려고 했는데 코로나19가 터져서 못 갔다"며 "가끔 통화한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그러는데 나중에는 언젠가 모여서 살 거다"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최양락은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고 웃는 날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며 응원했다.
정명재는 "외국에 잠깐 (자녀) 어학연수 보내는 건 괜찮지만 일찍부터 미국에 보내는 부모님들에겐 반대하고 싶다. 아이들이 미국 생활에 젖으면 한국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문화도 다르고 다른 부분이 많다. 그러니까 결국은 뺏기는 게 아닌가 싶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날 정명재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냈던 첫 번째 집을 그리면서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가족이랑 모여서 예쁜 꽃밭 같은 집을 만들고 싶다. (지금은) 차근차근 그 길을 향해서 걸어가는 거다"라고 담담히 전했다.
supremez@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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