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엮인 ‘이주호-에듀테크업체’ 총정리…청문회 관전 포인트 셋

이유진 2022. 10. 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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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월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8일 오전 10시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국정감사 직전인 9월29일 이 후보자를 지명한 탓에 후보자의 교육철학과 과거 행적을 검증하는데 시간이 빠듯했지만, 에듀테크 업체와의 유착 의혹, 딸의 이중국적 등 굵직한 논란이 잇따라 제기됐다. 특히 인사청문회 전날 불거진 ‘딸 장학금 수여 기업에 장관상 수여’ 논란은 지난 5월 자진 사퇴한 김인철 후보자의 ‘아빠찬스’ 의혹을 떠올리게 하면서 막판 쟁점이 됐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뜨겁게 달굴 주요 쟁점 3가지를 정리했다.

돈으로 엮인 ‘이주호-에듀테크 업체’ 고리

이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이 될 경우 이해충돌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에듀테크 업체와 단순 협력 관계라기보다는 후원금·기부금 등 돈으로 깊게 엮여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언론 인터뷰를 하고 기고를 쓰기 시작한 시점은 2018년께다. 이후 이 후보자는 2020년 4월 교육 소외계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활용 교육 연구 등을 진행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아시아교육협회를 설립한다. 에듀테크 업체와의 연결고리가 처음 드러나는 것도 이때다. 회원사가 133곳에 이르는 에듀테크 관련 협회 고위 관계자 ㄱ씨는 협회 설립 전인 2019년 11월18일 2400만원을 아시아교육협회 운영재산으로 무상 출연한다는 증서를 썼다. 초창기 운영재산만 놓고 보면 ㄱ씨와 이 후보자(1900만원)가 6대4 비율로 공동출연해 아시아교육협회를 설립한 셈이다. ㄱ씨는 현재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인데 아시아교육협회 누리집은 ‘회원 칼럼’ 명목으로 ㄱ씨가 대표인 사교육 업체가 개발 중인 인공지능 수학 앱을 홍보하는 기사를 소개하고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아시아교육협회 설립허가 신청 관련 회원 명부’를 보면, ㄱ씨뿐만 아니라 에듀테크 관련 협회 회원사 2곳의 부회장과 대표이사도 창립회원(57명)에 포함돼 있다. 또 아시아교육협회는 지난해 2월 정관을 변경해 ‘연회비 1000만원’의 단체 회원을 받기 시작했는데 업계 최다 수준인 36건의 에듀테크 특허를 보유했다는 사교육 대기업과 에듀테크 관련 업체 등 2곳이 단체 회원으로 등록했다.

유명 에듀테크 업체 ㄴ사도 아시아교육협회에 1억원을 기부했다. 아시아교육협회는 아동양육시설과 지역아동센터 등을 대상으로 6건의 연구를 진행하면서, ㄴ사의 인공지능 학습기기를 사용했다. 기기 대여료 명목으로 ㄴ사에게 지급된 금액만 1억3600만원으로, 기부금보다 많은 금액이다. 또 협회는 ㄴ사 학습기기를 사용한 연구가 끝날 때마다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친구에게 ㄴ사 학습기기를 추천해줄 마음이 드는지’ 등을 물어, 협회가 사교육업체의 사업확장을 위한 연구를 대신 수행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연관성이 부각되자 ㄴ사의 회장은 25일 언론 간담회에서 “이 후보자와 개인적인 친분은 없고 회사의 해외 진출에 좋겠다는 기대에서 기부금을 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에듀테크 업체 관계자들은 이주호 후보자가 올해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로 나서자 고액의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ㄱ씨와 또 다른 에듀테크 업체 전무 ㄷ씨가 5월11일 500만원씩 후원금을 냈다. 이날은 이 후보자가 예비후보 사퇴 의사를 밝힌 5월8일보다 3일이나 지난 시점이어서, 후원 의도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두고 뒷말이 나왔다. 당시 이 후보자는 주요 공약으로 ‘모든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인공지능 보조교사 지원’을 내세운 바 있다.

이처럼 이 후보자와 에듀테크 업체와의 유착 의혹 및 이해충돌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데도 이 후보자는 “특정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해명만 반복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는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기술을 교육 현장에서 편리하고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가 등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26일 고등교육단체 8곳이 이 후보자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27일 임명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는 지난해 에듀테크 업체가 연 세미나에 참석해 ‘학교가 에듀테크 기업 경쟁력을 위해 테스트베드(시험장)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이 후보자가 학교를 사교육 업체의 이익 창출을 위한 시험장 정도로 여기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이 후보자 임명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 시절, 딸은 기업 장학금 2억 받아…이후 해당 기업에 장관상 수여

이 후보자가 국회의원이었던 2006년 후보자의 딸이 ‘미래에셋 장학생’으로 선발돼 약 2억원의 장학금을 지원받았고 이후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 후보자가 미래에셋에 장관상을 수여한 것을 두고도 이해충돌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자의 딸은 2006년 6월 외국어고등학교 재학 중 금융그룹 미래에셋의 ‘글로벌 투자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의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장학생에게 4년간 연간 5만달러(2006년 환율 기준 5000만원) 한도 내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2006년 처음 실시됐다. 이 후보자 딸은 해당 프로그램의 첫 장학생으로,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던 이 후보자는 17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 중이었다. 이 후보자의 딸은 고교 졸업 후 미국에서 유학하며 4년 동안 장학금을 받았는데, 최대 20만 달러(약 2억원)가량 지원받은 셈이다.

이후 이 후보자는 교과부 장관이던 2012년 미래에셋에 ‘제1회 교육기부대상 장관상’까지 수여한 것으로 확인돼 이해충돌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교육기부대상은 교과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해 교육 기부활동을 펼친 기업과 대학, 단체 등에 수여하는 상으로 2012년 신설됐다. 공교롭게도 딸에게 장학금을 준 미래에셋이 첫 수상기업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미래에셋은 2013년 1월 교과부에서 수여하는 교육기부 인증마크를 획득하기도 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 후보자였던 김인철 후보자 역시 온 가족이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은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불거지며 결국 낙마한 바 있다.

“상해임시정부는 임시기구에 불과”…‘정통성 부정’ 지적에 뒤늦게 부인

보수 진영이 ‘2022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 시안을 두고 이념 공세를 퍼붓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자의 보수 편향 역사관도 문제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서울시교육감 선거 예비후보 시절 낸 공약집에서 “상해 임시정부는 건국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국민의 대표성을 충족하지 않은 채 구성된 임시기구임을 분명하게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1948년 이전의 임시정부와 항일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비판이 큰 뉴라이트의 ‘1948년 건국론’ 주장과 빼닮았다.

상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본인의 발언을 두고 이 후보자는 서면 답변서에서 “해당 표현은 임시정부를 구성함에 있어 당시 여건상 국민의사를 결집하는 국민총선거 과정이 없었다는 의미일 뿐, 그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공약집에서 해당 표현뿐 아니라 “전교조는 좌파적 시각에서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건국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1919년 3·1 독립선언과 같은 해 4·11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주장하고 있다”고도 써, 상해 임시정부를 재차 격하한 사실이 있다. 이를 두고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검정교과서 통제를 통해 보수적 역사관을 강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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