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시대] ② 주민 삶으로 더 깊이…'우리 동네 효자손' 자치경찰

박영서 2022. 10.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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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산간 동부행복치안센터, 궂은일 도맡아…"존재 자체가 힘"
'자치경찰 강화' 국정과제 채택…2024년 제주·강원·세종 시범운영
제주 중산간에 있는 동부행복치안센터 [촬영 박영서]

(제주·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뭘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경찰이 여기 있어 준다는 것 자체가 도움이고 힘이에요. 주민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거죠."

자치경찰과 2년 6개월째 '동거' 중인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홍용기(64) 이장은 같은 경찰이라고 다 똑같은 경찰이 아니라는 걸 가장 잘 이해하는 주민이다.

홍 이장은 2020년 3월 11일 송당 행복(행정복합)치안센터가 송당리사무소에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흔쾌히 사무공간을 내줬다.

그렇게 같은 공간을 공유하게 된 마을주민들과 자치경찰은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한층 가까워졌다.

마을 대소사에 빠삭한 송 이장이 주민들에게서 듣는 각종 민원이 자치경찰에 전해지면, 자치경찰이 이를 직접 해결해주거나 해결 방법을 안내해줬기 때문이다.

주민 설문조사를 통해 센터 확대 운영이 필요함을 확인한 자치경찰은 명칭을 지금의 '동부행복치안센터'로 바꾸고 인원과 장비를 늘렸다.

김동하 동부행복치안센터장은 "공간이 분리돼있으면 소통하려고 해도 어려운데 이곳에서는 주민들하고 접점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도 '이런 부분은 신경 써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며 "주민들과 소통하면 어떤 활동이든 실패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들개 포획하는 동부행복치안센터 직원들 [제주 동부행복치안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들개 포획 활동은 자치경찰이 주민 소통을 통해 이뤄낸 대표 성과 중 하나다.

주인을 잃은 반려견들이 들개로 변해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늘면서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아이들이 우산을 호신용으로 들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자치경찰은 해결책을 모색한 끝에 직접 포획에 나섰다.

행정청에다 신고한 뒤 들개포획팀이 출동하기까지 족히 2∼3시간은 걸리는 탓에 이미 현장에 도착했을 땐 들개가 사라지는 일이 일쑤였기에 해결사를 자청한 것이다.

이 밖에 매일 아침 학교 앞에서 교통지도 활동을 하는가 하면 고사리철 실종 사고 예방을 위해 해가 지기 전 귀가 알림 사이렌을 켠다.

또 건조기에는 영농폐기물 소각 중 산불 발생을 막고자 주민들을 붙잡고 주의사항을 신신당부하고, 때로는 치매 어르신의 말동무가 되기도 한다.

해안가와 달리 치안 서비스에서 소외돼있던 산간 지역 주민들은 초기에는 "우리 동네에 경찰이 꼭 있어야 하냐"며 반신반의했지만, 자치경찰의 존재 덕에 청소년들의 비행이나 이웃 간 다툼이 사라지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영농폐기물 소각 지도단속 활동 [제주 동부행복치안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해안에서 산간 지역으로 이주 계획을 세운 사람들에게는 치안이 중요한 요소인 만큼 자치경찰의 존재는 작은 마을과 학교를 살리는 일과도 연결된다.

홍 이장은 "자치경찰이 오기 전에는 순찰차 구경하기도 쉽지 않았다"며 "자치경찰이 오니 국가경찰에서도 중산간 순찰팀을 꾸려 순찰차가 오가는 등 치안 서비스 경쟁이 이뤄진다"며 "순찰차가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치안 서비스임을 느끼고,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는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어떨 때는 들개를 잡으러 다니거나 지저분한 업무를 하는 게 안쓰럽기도 하다"며 "국가경찰은 엄두도 못 내는 일을 자치경찰은 해주니 고맙지만,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관계 정립이 명확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렇듯 기본적인 순찰과 범죄 예방 활동에 더해 주민의 삶 속으로 한 발자국 더 들어간 제주자치경찰은 제주도가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을 통해 이뤄낸 많은 변화와 성장 사례 중 선도 모델을 꼽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례다.

어르신과 대화 나누는 자치경찰 [제주 동부행복치안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윤석열 정부도 자치경찰권 강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민관 합동 범정부협의체인 경찰제도발전위원회의 '자치경찰분과위원회'를 꾸려 이원화 자치경찰 모델을 마련해 2024년부터 제주, 세종, 강원에서 시범운영 하기로 했다.

정부는 시범운영 성과 분석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자치경찰 이원화를 위한 경찰법과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고, 2026년 이원화 자치경찰제 전국 시행에 나설 계획이다.

제주의 경우 112신고 중복·지연 출동 문제, 초동조치 권한 부재로 인한 현장 대응력 약화 등 한계도 드러났으나 전국에서 유일하게 16년간 운영한 경험과 노하우는 시범운영을 앞둔 강원도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창경 제주자치경찰단장은 "국정과제와 맞물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이원화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자치단체가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고 강력히 추진해나간다면 자치경찰 제도가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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