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시대] ① 제주에서 찾는 같지만 다른 길…새 시대 향한 날갯짓

박영서 2022. 10. 28.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별자치 16년' 제주도 명암 뚜렷…특별한 만큼 과제도 산적
강원도, 출범 전 특별법 개정 목표로 각종 특례 발굴 잰걸음

[※ 편집자 주 = 강원도가 1395년(조선 태조 4년) 도(道)로 정해진 지 628년 만인 내년 6월 11일 '강원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법적 지위를 부여받고 새롭게 출발합니다. 연합뉴스는 10월 29일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제주특별자치도의 역사와 경험을 토대로 강원특별자치도의 성공적인 출범 방안을 모색하는 세 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기사는 강원·제주기자협회의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강원도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강원=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363개와 23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은 2006년 7월 1일 조문 363개로 시작했다.

반면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강원특별법)은 28일 현재 조문이 23개에 불과하다.

강원특별법은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정치권에서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타 투표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입법 과정이 급했던 만큼 제주특별법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조문 23개만 가져와 기본적인 것만 갖춘 탓에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현재까지 6차례의 단계별 제도개선을 통해 자치입법권과 조직권, 조세권 등 국가 권한 4천660건을 단계적으로 이양받았다.

강원도는 최근 강원특별법 개정으로 국무총리 산하 강원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 설치가 가능해짐에 따라 특별자치도 출범에 탄력이 붙게 됐으나 제주도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 본회의 통과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적 성장 이뤄낸 제주도, 삶의 질 개선 물음표 여전

제주도의 특별자치도 출범 전(2006년)과 후(2021년)를 비교하면 양적 성장은 확연히 드러난다.

인구수 56만명→69만명, 관광객 531만명→1천201만명, 투자유치 1억500만달러→48억5천900만달러, 지방세 4천337억원→1조6천856억원, 국세 3천700억원→2조600억원 등 양적인 지표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그런데도 제주도의 특별자치도 성공 여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 있다.

김태형 제주특별자치도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은 "권한 4천660건을 이양받았는데도 도민들은 '그럼 우리가 좋아지는 건 뭐야?'라고 반문한다"고 말했다.

양적인 성장만큼이나 도민들의 삶의 질까지 극적으로 개선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양적 성장은 이뤘으나 기초지자체 폐지로 인한 도민의 자기 결정권이 약화하고, 경관 훼손과 쓰레기 문제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도민의 비판과 다양한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제주도는 지금도 제주특별법 전면개정을 통해 중앙 정부로부터 권한을 이양받으려고 애쓰고 있다.

특히 이번 7번째 제도개선은 단계별 과제 발굴을 통한 제도개선 방식이 아닌 한꺼번에 포괄적으로 권한을 이양받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김 특별보좌관은 "처음에는 특별자치도가 만능이라고 생각했다. 외교, 국방, 사법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준다고 했기에 우리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을 거라고 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도민 보고회 연 오영훈 제주지사 [제주도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도개선, 속도 빠르면 질 저하…시군 간 갈등 조정도 중요"

김 특별보좌관은 "강원특별자치도가 빨리 자리를 잡으려면 제도개선 시 조문을 강행 규정으로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률상 주로 '할 수 있다'라는 임의 규정은 강제성이 없지만, 주로 '하여야 한다'로 표기되는 강행 규정은 말 그대로 강제성을 띠기 때문이다.

게다가 권한만 이양되고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유명무실하거나 공무원들의 부담만 가중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입법 과정이 다르다는 점도 강원도로서는 고민해볼 지점으로 꼽힌다.

제주도는 여섯 차례의 제도개선을 이뤄내는 동안 스스로 개선안을 마련해 부처와 협의하고 국무회의 심의까지 거치는 '정부입법' 방식을 택했다.

반면 강원도는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의원입법' 방식으로 개선을 추진 중이다.

오 지사는 "의원입법이 속도는 더 빠르지만, 부처 간 협의 내용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도민들의 공감대 형성에도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경우 제주도와 달리 18개 시군의 자치권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점은 시군 간 경쟁을 통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다한 경쟁으로 말미암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강원도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김 특별보좌관은 "가령 제주도의 영어교육도시와 같은 사업을 추진하거나 교통망을 확충한다고 할 때 시군 간 과당경쟁이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이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628년 만에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연합뉴스 자료사진]

출범 전 1차 개정 목표 특례 444건 발굴…연말까지 우선 반영 안 선정

강원도는 특별자치도 출범까지 한 차례 특별법 개정을 목표로 특례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굴한 특례는 강원도 96건, 도내 18개 시군 348건 등 총 444건이다.

남북 분단으로 인한 불합리한 규제를 비롯해 군부대 이전 유휴 부지 양여, 폐광지역개발기금 법령 정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등 분야별로 다양한 특례를 발굴하고 있다.

이들 특례 중에는 단순 민원성 건의도 있어 강원도는 연말까지 반드시 반영해야 할 것들의 우선순위를 정할 방침이다.

그래야 1∼2월 특별법 개정안 발의에 이어 4∼5월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교육청도 교육자치를 강화할 교육 특례 발굴을 통해 학령인구 감소로 말미암은 각종 교육 현안의 돌파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특별자치도 출범 전 한 차례 특별법을 개정할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특례 반영이 가능한지 검토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빠듯하다"며 "우선 반영해야 할 것만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특별자치도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여야의 공조 체계가 어느 때보다 좋고, 지역구 의원뿐만 아니라 관련 상임위에서도 '강원특별법은 처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특례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conanys@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