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괴정동 유물을 아시나요?…55년 만에 ‘고향’ 찾은 청동기

홍정표 2022. 10.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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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문 청동기(출처:국립중앙박물관)


■ 보물 '농경문 청동기'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에서 손꼽히는 유물인 '농경문 청동기'(보물). 국사 교과서에 나올 만큼 인지도가 높은 유물입니다.

아랫부분이 떨어져 나가 온전한 모습이 아니긴 하지만 표면에 나무와 새를 비롯해 농사를 짓는 사람이 새겨져 있어 수 천 년 전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유물입니다. 출토 지역은 대전으로 돼 있고 중앙박물관 소장품 검색 사이트 등에도 대전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전에서 이 유명한 농경문 청동기가 발견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1967년 괴정동 청동기 유적지 모습(출처: 대전보건전문대 故 이은창 교수)


■1967년 7월, 대전 괴정동…2,000년 만에 빛 본 청동기 유물들

채소밭을 갈던 농부의 쟁기 끝에 뭔가 범상치 않은 철제 물건이 걸려 나왔습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청동기 유물이 무더기로 발굴되는 '대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경찰의 정보 입수로 국립박물관에서 유구 확인을 위한 발굴이 진행됐고 괴정동은 대전에서 첫 '문화재 발굴지'로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밭에서 발굴된 돌널무덤은 일반적인 돌널무덤과는 달리 바닥에는 돌이 깔리지 않았고 상부에 뚜껑 돌 없이 돌널 내부에 그대로 무너진 돌덩이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돌널 북쪽 부분에서는 덧띠토기, 검은 간토기, 청동의기 등 17점이 한꺼번에 출토됐습니다. 이 가운데 '동검'과 거울인 '조문경' 등은 한국식 동검형식 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1967년 발굴된 동검 거울 등의 유물 (출처: 대전보건전문대 故 이은창 교수)


비교적 완벽한 형태의 거울 ‘조문경’과 대쪽 모양 동기(출처: 대전보건전문대 故 이은창 교수)


괴정동 출토 청동기 유물 탁본(출처: 대전보건전문대 故 이은창 교수)


발굴에 참여했던 고고학자인 대전보건전문대 故 이은창 교수는 유적지 현장 사진과 유물들을 탁본으로 남길 정도로 상세히 기록을 남겨 당시의 관심과 경이로움을 전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협조로 이 괴정동 청동기 유물들이 최근 55년 만에 출토지역인 대전으로 돌아와 시립박물관 특별전에 전시됐습니다. 그 동안은 복제품이나 영상 자료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방패와 종 모양 청동기와 검은 간토기, 동검 등 6점이 지역에서 실물로 처음 전시된 겁니다.

■ 출토된 지 55년 만에 고향 나들이

금강 지류인 갑천 등 3대 하천이 있는 대전은 곳곳에 선사인들이 삶의 터전을 이룬 흔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용호동과 노은동, 둔산동 등에서 발견된 구석기 유적은 이른 시기부터 이곳에 사람들이 생활했음을 짐작하게 하고 괴정동을 비롯해 노은동과 상서동, 가오동 등에서 청동기 유적이 발굴돼 청동기 문화가 꽃피웠던 지역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괴정동 유물을 살펴보면 가히 청동기 문화의 '메카'로 일컬어질 만합니다.

하지만 지역의 박물관에서는 정작 출토 유물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대전 사람들도 청동기 유물 발굴지의 존재를 아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지난 봄, 인근 세종시립민속박물관이 세종시에서 출토된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 이르는 국가귀속 매장문화재 2,500여 점을 인수하게 되자 대전에서도 괴정동 청동기 유물에 대한 지역 환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괴정동 유물 환수는 그리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우선 발굴 시기가 1960년대 말로, 유적이나 유물의 국가 귀속 개념 자체가 희박할 시기인 데다 지번으로만 남아있는 유적지 또한 현재는 주택가로 변모해 흔적조차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앙박물관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유물들이라서 자리를 내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동안 매장문화재는 국가로 귀속돼 국립박물관이 소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출토지역에 국가귀속문화재 위임 기관이 있을 때 그곳에서 소장해 관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소장기관이 국립박물관이 된 상황에서 지역으로 이관된 사례는 거의 없는 상태로, 그나마 복제품이 아닌 진품 유물을 대여 형식으로 빌려와 잠시나마 지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대전시립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 ‘뜻밖의 유물’


이번 특별전 이름은 '뜻밖의 유물'. 교과서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마주했던 고대 유물을 복제품이 아닌 실물로 만나 본 지역민들에겐 그야말로 '뜻밖의 만남'이 주는 감동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25일 개막한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 100여 일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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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표 기자 (real-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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