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왜 날 안 도와줘" 분노조절 못해 경찰에 상습 행패 30대

도로 드러눕고 난동, 출동 경찰에 주먹 휘둘러…뇌전증 등 심신미약 주장
법원 "모든 범행 음주 상태서 저질러, 시민 안전 위험 초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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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판사님 제발 부탁드려요"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던 A씨(31)는 마지막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재판장에게 구속 만큼은 피하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A씨는 지난 17일 판결 선고 후 법정에 서서 "저는 도망갈 이유가 없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잘못을 저지른 것도 정신과 몸이 아파서예요"라며 5분 동안 범행 동기와 자신의 상태를 설명했다.

A씨의 하소연을 묵묵히 들어주던 재판장은 A씨의 말이 끝나자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재차 지적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A씨는 지난해 7월 27일, 오후 6시 50분께 충남 천안의 왕복 7차선 대로의 횡단보도에 드러누웠다. 길을 지나던 운전자가 A씨를 발견하고 비켜달라고 하자 화를 내며 가방을 차에 던졌다. 운전자가 다시 차에 타려고 하자 운전자를 밀치고 위협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멱살을 잡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A씨는 조사에서 경찰 등 공무원들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데 화가 나 항의하기 위해 도로에 누웠다고 진술했다.

같은 해 9월에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등 올해 3월까지 5차례에 걸쳐 경찰관을 폭행,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재물 손괴, 공용 물건 손상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스스로 경찰 지구대를 찾아가거나 112에 신고해 경찰관이 출동하게 하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의 범행이 뇌전증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A씨는 지난 2015년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이후 꾸준히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치료 중에도 기분이 불안정하고 분노 조절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A씨는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서도 "뇌전증 등을 앓으면서 스스로 기분 조절이 안될 때가 있다. 경찰에 스스로 신고하거나 지구대를 찾아간 이유도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을 막아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며 "경찰에 의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가 반복적인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치료감호를 청구했다.

법원도 A씨의 지속적인 치료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시 A씨의 상태에 주목했다. A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모든 범행을 음주상태에서 저질러 알코올 섭취에 대한 위험성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상태로 보인다"며 "다수 경찰관들의 공무집행상의 노고를 가중시키고 시민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질환으로 인한 심신 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범행으로부터 초래된 피해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1년의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스스로 항소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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