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5G 중간요금제 가입자 수도 모른다… 통신 3사 “영업 비밀”

박성우 기자 2022. 10.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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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중간요금제 효과 분석 못해
국회 자료 요구에도 통신 3사 자료 비공개
40~100GB 5G 중간요금제 세분화 필요
수익성 악화라더니 3사 영업익 1조 돌파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왼쪽), 구현모 KT 대표(가운데),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오른쪽) /연합뉴스

정부가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 가입자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영업 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과학기술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5G 중간요금제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지만, 국회조차 가입자 수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의 물가 대책 중 하나로 5G 중간요금제가 출시됐지만 정작 가입자 수, 통신비 절감액 등 효과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통신 3사는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통계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5G 중간요금제의 실효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한 통신사 유통망 관계자는 “중간요금제를 가입하겠다고 오는 방문객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 논란 많은 5G 중간요금제, 통신사는 자료 제출 거부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 3사 등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5G 중간요금제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통계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요금제 도입으로 국민의 통신비가 절감됐는지, 수익성 악화가 우려스럽다는 통신 3사의 주장이 맞는지 등의 검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G 중간요금제 가입자 수 등 통계는 통신사들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제공하지 않는다”며 “최근 국감 때 국회의원실을 통해서 자료 요구가 왔지만, 이마저도 통신사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라고 했다.

지난 6월 윤석열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5G 중간요금제 출시 유도를 발표했다. 5~6%의 고물가 상황에서 국민의 통신비 절감을 위한 목적이었다. 지난해 국감 때부터 10~100GB(기가바이트) 사이의 중간요금제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요금제 출시를 미루다가 통신 3사는 국감을 앞둔 8월이 돼서야 월 5만~6만원대의 중간요금제를 선보였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 매장에 붙어있는 통신 3사 로고. /뉴스1

각 사별 5G 중간요금제는 ▲SK텔레콤 ‘베이직플러스’(월 5만9000원, 24GB 제공) ▲KT ‘5G 슬림 플러스’(월 6만1000원, 30GB 제공) ▲LG유플러스 ‘5G 심플+’(월 6만1000원, 31GB 제공) 등이다. 하지만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통신 3사는 중간요금제 출시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5G 기지국 등 시설 투자가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등의 입장을 내놨다.

5G 중간요금제가 출시된 이후에도 논란이 이어졌다. 통신 3사의 중간요금제가 10~31GB 구간에만 출시됐기 때문이다. 가입자 1인당 월평균 27GB 데이터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데이터가 여전히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100GB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입자가 굳이 중간요금제로 갈아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4세대 이동통신(LTE) 이용자가 중간요금제를 활용해 5G에 가입하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 통신 이용자 70%, 중간요금제 “데이터 부족”

5G 중간요금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그리 좋지 못한 상태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지난달 이동통신사 이용자 1325명을 대상으로 5G 중간요금제 만족도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응답자의 34%는 매월 30GB 안팎인 데이터 제공량이 ‘매우 부족하다’고 답했다. ‘다소 부족하다’고 한 응답자도 34%에 달했다. 사실상 5G 중간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70%에 육박한 셈이다.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중간요금제 데이터 용량으로 ‘40GB 이상’(41%)을 가장 많이 꼽았고, ‘30GB대’(24%)를 그다음으로 선호했다. 문제는 이러한 중간요금제의 장단점을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통신 3사가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확한 가입수를 측정하긴 어렵지만, 유통망 등에 따르면 5G 중간요금제 가입 효과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종렬 SKT 인프라 사장(왼쪽부터),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 권준혁 LG유플러스 네트워크 부문장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통신 3사의 5G 중간요금제 가격 차이가 2000원밖에 나지 않아 요금경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이번 국감에서는 5G 중간요금제의 1GB당 데이터 요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110GB 이상 제공하는 기존 대용량 요금제는 1GB당 627원이었지만, 24GB 이상 제공하는 중간요금제 가격은 1GB당 2000원을 넘어 최대 3.9배나 비쌌다.

전문가들은 40~100GB 사이의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10~31GB 5G 중간요금제의 수요가 적은 원인이 부족한 데이터 제공에 있다는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윤 의원은 “통신 3사가 5G 중간요금제를 도입했지만 아직도 5G 이용자의 74%가 불만을 갖고 있다”라며 “5G 중간요금제가 24~31GB의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모자란다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 수익성 악화라더니, 통신 3사 영업익 1兆 넘어

이통 3사는 5G 중간요금제 출시 당시, 수익성 악화로 설비투자 축소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3분기에 5G 중간요금제 리스크는 찾아보기 어렵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합산 3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통신사 담당 증권사 한 연구원은 “5G 중간요금제 출시로 고가 요금제 이용자의 이탈이 예상됐으나 수요가 적어 ARPU(서비스 가입자당 평균 수익)에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에프엔가이드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통신 3사의 합산 매출액은 약 14조3392억원, 합산 영업이익은 1조1758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3300억원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200억원 증가하며 3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매출 4조3655억원, 영업이익 4564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 14.1% 증가가 예상된다. 매출이 전년보다 후퇴한 이유는 SK스퀘어가 분할 상장된 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KT는 매출 6조 4427억원, 영업이익 4439억원 달성이 추정되는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6.1%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는 매출 3조5310억원, 영업이익 27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소폭 증가,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의 통신비 절감을 위해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요구했는데,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생색내기 중간요금제가 됐다”며 “중간요금제 출시로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분기에도 통신사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인데, 통신사 실적에 기여하는 요금제가 아닌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제대로 된 중간요금제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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