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전남도청 복원사업, ‘미디어월’ 철거로 시끌

권경안 기자 2022. 10. 2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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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억 들어간 대형 전광판 철거 방침 놓고 찬반 논란
옛 전남도청 부지 안 경찰국 건물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월의 모습.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알리는 대형 전광판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옛 전남도청 복원 사업에 따라 철거될 방침이어서 철거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장소인 옛 전남도청(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시설을 복원하는 공사가 내년에 시작되는 가운데, 아시아문화전당에 설치된 일부 시설과 작품을 철거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광주시와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국토교통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에서 시설 복원을 위한 시공 업체 선정 방식이 결정돼 옛 전남도청 시설 복원 공사가 본격 시작된다. 공사를 통해 옛 전남도청 본관·별관·회의실과 경찰국 본관·민원실, 상무관 등 6동(연면적 9211㎡)이 1980년 5월 당시 모습으로 복원된다. 총사업비 46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문체부 복원추진단은 오는 12월 시공 업체를 선정한 뒤 내년 6월 착공, 오는 2025년 개관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당초 2019년 착공, 올해 복원을 마칠 계획이었으나 예산 증액으로 타당성 재조사가 이뤄지면서 늦어졌다.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거점으로, 계엄군의 진압 작전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공간이다. 지난 2016년부터 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옛 전남도청 복원 요구가 제기됐다. 복원추진단은 옛 전남도청 본관 등 일부 철거되었거나 변형된 부분을 복원한다. 그러나 옛 경찰국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월 등 아시아문화전당의 일부 시설과 작품 철거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시설물은 경찰국 뒤편 외벽에 설치한 전광판 ‘미디어월’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이 개발한 콘텐츠를 알리고, 미디어아트 영상물 등을 상영해온 이 시설물은 2017년부터 운영돼, 아시아문화전당을 알리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미디어월은 가로 75.2m, 세로 16m로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빛을 발하며 연평균 720건의 콘텐츠를 상영하고 있다.

최근 최협 전남대 명예교수를 포함한 지역 원로 인사 41명이 ‘철거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광주가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된 후 3년 넘게 논의를 거쳐 정부가 5·18 사적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26억3800만원을 들여 설치했다”며 “아시아문화전당이 제작한 콘텐츠를 소개하는 매우 효율적인 기능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5·18 정신을 문화적으로 소통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복원추진단은 원칙적으로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복원을 바라는 옛전남도청복원대책위는 “5·18 당시 건물에는 없던 시설물로, 미디어월이 건물을 가리고 있다”며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홍성칠 복원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철제 구조물과 전광판에 가려지지 않은 옛 전남도청 본래의 모습이 전당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신응주 조선대교수(건축학과)도 “옛 도청이 지정문화재로 인정받으려면 미디어월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활용 방안을 모색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유빈 ‘지역공공정책플랫폼광주로’ 이사는 “미디어월을 통해 오월 이야기를 표현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시도를 제안했다. 박홍근 건축사는 “(미디어월은) 현재의 문화전당과 옛 도청 건물을 조화롭게 하는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정도 시설로 흔적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강현 아시아문화전당장은 “시설을 존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복원추진단, 사회단체들과 협의해 해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옛 전남도청 인근 상무관에 설치된 작품도 논란이다. 지난 2018년 정영창 작가의 작품 ‘검은 비’가 이곳에 설치됐다. 가로 8.5m, 세로 2.5m 규모의 대형 캔버스다. 개개인의 생명을 뜻하는 쌀에 검은색 유화물감을 칠해 캔버스에 붙인 설치 작품으로 추모비를 연상시킨다. 상무관은 5·18 당시 희생된 시민들의 주검들을 수습했던 곳이다. 광주시와 복원추진단은 “복원 사업을 위해 올해 말까지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작가와 일부 예술인은 “5월의 상징물로 자리매김한 만큼 함부로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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