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청 학생수 예측 못해 ‘조립식 교실’… 학부모 반발

우정식 기자 2022. 10. 28. 05: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성구 용산지구 신규입주 앞두고 용산초 ‘모듈러 교실’ 설치 추진
대전 용산초에 설치될 모듈러교실 조감도. 대전교육청이 대전 유성구 용산지구 신규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과밀 학급이 우려되는 용산초 옆 부지에 조립식 ‘모듈러 교실’ 설치를 추진 중이다. 이를 반대하는 용산초 학부모들이 자녀 등교 거부에 나서며 반발하고 있다. /대전서부교육지원청

대전교육청이 대전 유성구 용산지구 3500여 세대 신규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과밀학급이 우려되는 용산초등학교에 조립식 ‘모듈러 교실’ 설치를 추진하자 학부모들이 자녀 등교 거부에 나서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모듈러 교실은 공장에서 골조·마감재·전기시설을 갖춘 건물을 부품(Module)화해 만든 뒤, 옮겨서 설치하는 조립식 교실이다. 빠른 설치와 해체가 가능해 학교를 증·개축하거나 리모델링할 때 대체 학습공간으로 쓰거나,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교실로 사용되고 있다.

27일 용산초 학부모들로 구성된 모듈러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교육청의 모듈러 교실 설치 방침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지난 17일부터 일주일간 전체 재학생 383명 중 6학년(76명)을 제외한 1~5학년 학생 70% 정도가 수업 대신 가정체험학습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등교를 거부했다. 지난 24일부터는 2개 학년 학생들이 돌아가며 등교 거부를 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교육청이 학교를 증축하고 새로 올 학생들을 인근 학교로 분산배치하도록 했다면 교실 부족은 없었을 것”이라며 “용산초에만 1000명 넘는 학생을 모듈러 교실에 수용하려고 고집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교육청과 학부모들의 갈등은 과거 교육청의 잘못된 학생 수요 예측에서 비롯됐다. 당초 택지 개발 업체는 용산초 인근 용산지구에 내년 5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3538세대 아파트를 분양하기 전 단지 내 초등학교 용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대전교육청은 지난 2019년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의 초등학생 자녀 수를 580명 정도로 예상했다. 인근 학교 시설을 증축하면 학생 수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교육청은 단지 내 초등학교 용지 지정을 해제했다. 하지만 교육청의 예측은 빗나갔고, 이후 기존 학교 증축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설동호 대전교육감

용산초 모듈러 반대 비대위는 새 아파트단지 4개 블록 입주자의 초등학생 자녀 수가 당초 교육청 예측치의 2배인 1000명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5월 입주할 1·3블록 입주자의 초등학생 자녀는 780여 명, 2024년 입주 예정인 2·4블록 입주자의 초등학생 자녀는 200~300명으로 추산했다.

이에 대해 대전교육청도 잘못된 학생 수요 예측을 인정했다. 예측이 빗나간 이유에 대해 신혼부부 및 다자녀가구 특별공급 물량 증가, 분양권 전매 제한 등 부동산 정책의 변화, 과밀학급 기준 강화 등의 변수를 면밀히 따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교육청은 해명했다.

교실 부족이 예상되자 대전교육청은 용산지구 아파트단지 내 학교 신설을 위해 기존 유치원 터와 공원 일부를 학교용지로 바꾸는 도시계획 변경을 추진 중이다. 용지가 확보되면 교육부에 학교 신설을 요청할 방침이다. 하지만 학교 신설은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건축까지 마치려면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년 5월부터 당장 용산지구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용산초에 늘어날 학생을 모두 수용할 수 없게 되자 교육청은 모듈러 교실 설치를 추진 중이다. 용산초 옆 대전시 소유 부지를 임차해 학생 1000여 명을 수용하는 모듈러 교실 36개를 설치키로 하고 사업예산 143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비대위를 주축으로 한 용산초 학부모들은 건물의 안전 문제 등을 우려해 모듈러 교실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비대위는 용산초로 도보 통학이 가능한 학생 30%는 용산초에 수용하고, 용산초 도보 통학이 어려운 학생들은 인근 3개 초등학교에 임시 분산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용산초 분교 건립도 촉구하고 있다. 이원경 비대위 위원장은 “학부모들이 수긍할 조치가 없으면 계속 등교를 거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전교육청은 “인근 학교로 학생을 분산 배치하면 해당 학교도 과밀이 우려돼 모듈러 교실 설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신설 학교 용지 확보를 추진 중이라 별도로 용산초 분교를 세우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모듈러 교실에 대한 안전 대책을 꼼꼼히 세우겠다고 했다.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모듈러 교실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옥내 소화전, 자동화재 탐지 설비 등 소방 안전시설을 갖추기로 했다. 건물 외부로 나가는 직통계단 3곳, 공기 순환시설도 설치할 예정이다.

오광열 대전교육청 행정국장은 “당장은 늘어날 학생을 모듈러 교실에 배치해야 할 상황”이라며 “학부모들의 이해를 구하면서 학교 신설 준비도 서두르겠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