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안보라인 “월북 근거 충분” 與 “가해자들의 방탄회견”
박지원 “첩보에 ‘월북 의사’ 담겨”
與 “월북, 북한군이 딱 한번 언급”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27일 기자회견에서 월북 몰이와 자료 삭제 등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2020년 9월 북한군에 사살, 소각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월북했다고 판단할 근거가 있었다는 것이다. 여당은 “자기 항변에 불과한 가해자들의 방탄 기자회견이었다”며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시 특별취급정보(SI) 첩보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며 “현 정부에서 월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다른 원인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별도 기자회견에서 숨진 이씨가 착용한 한자(漢字) 구명조끼를 “명백한 월북 증거”라고 했다. 설훈 의원은 “중국도 한국도 가기 싫었기 때문에 (중국 선박에 구조됐다가) 다시 바다로 들어가 북한으로 간 것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SI 자료에서 ‘월북’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 그것도 북한군 입에서 나왔다고 반박했다. 하태경 의원은 “북한군이 ‘당신 북한에서 왔느냐 아니면 월북했느냐’ 이런 질문을 하게 되고 이씨가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긍정 답변을 했던 것”이라면서 “이걸 (근거로) 계획적인 월북이라고 모는 것은 과잉 해석”이라고 했다.
한자 구명조끼도 “자진 월북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했다. 월북을 의도했다면 애초 구명조끼를 입었어야 하는데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 의원은 “중국 간체자가 적힌 구명조끼는 중국 배 아니면 북한 배에 있다”면서 “그런데 북한 김정은이 보낸 사과 통지문에는 ‘북한의 어선이 최초로 발견했다’고 나온다”고 했다.
이날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감사원 발표도 부인했다. “은폐를 시도했다면 관계 장관들과 보좌진까지 7~8명에 이르는 인원이 심야에 청와대에 모여서 회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에 대해 ‘자진 월북’과 배치하는 군사기밀을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하태경 의원은 “서훈 전 안보실장은 문 전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강하게 거짓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문 정권 인사들 주장처럼 ‘있는 그대로 밝히려고 노력했다’면 유족의 정보 공개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고, 법원의 정보 공개 판결에도 불복하고 관련 자료를 대통령기록물로 봉인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국민의힘은 지적했다.
또 서훈 전 실장 등은 “2020년 9월 22일 실종자가 북측 수역에서 발견된 당시에는 생명을 위협받는 위기 상황이 아니었다”며 “북한은 과거 전례로 볼 때 실종자를 억류하거나 송환하는 조치를 취해왔다”고 했다. 사살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참으로 북한에 대한 신뢰가 큰 문재인 정권의 인사다운 변명”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한가하게 북한의 구조를 기대하는 가운데 국민 모두가 예상할 수 있었던 비극이 벌어졌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북한이 이씨를 바다에서 건지지 않고 6시간이나 부유물에 매단 채 끌고 다녔는데 어떻게 ‘구조 정황’이라고 포장하느냐”고 했다.
문 정권 인사들은 2019년 11월 벌어진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해서도 “흉악한 범죄인들”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문 정권 인사들이 모인 기자회견엔 이재명 대표도 참석했다. 이 대표는 당초 기자회견에 불참할 예정이었지만 당일 오전에 일정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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