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179] ‘적은 비율’이 있을까

양해원 글지기 대표 2022. 10.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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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탄압이 세면 탑압이 됐겠습니까.” 잘못 적은 팻말을 무리 지어 들고 시위한 야당 의원이 이렇게 둘러댔다. 정말 탄압(彈壓)인지는 몰라도, 초자연 현상은 분명 아닐 텐데. 이 ‘정치 탑압’ 표기 나무란답시고 집권당 쪽에서 한 말도 어이없었다. “국어 탄압 중단하시라.”

무언가 못 하게 억누르는 일이 탄압일진대, 행위 주체가 아닌 국어를 탄압 대상으로 잘못 짚었다. 하다못해 ‘말살’이나 ‘파괴’라면 몰라도. 더구나 말이 아니라 글자를 가리켰으니 ‘국어’가 아니라 ‘한글’이 옳다. ‘오기(誤記)’를 탄압이라 하느니, 법 위반이라 하든가. 한글맞춤법. 그래도 말글살이 잘잘못 신경 쓰는 척이라도 하건만, 이치에 어긋나는 표현 쏟아내는 언론은 참 태연하다.

‘특정국 유학생이 지나치게 많은 비율을 차지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비율’은 어떤 수량을 비교한 값이므로, 많고 적음이 아니라 높고 낮음이나 크고 작음으로 나타내야 한다. 밤 30알에 대추 70알일 때, 밤이 수량은 ‘적고’ 비율은 ‘낮은(작은)’ 것이다.

‘유소년 때부터 좌타자 비율이 늘다 보니 우타(右打) 거포는 더 희귀해졌다.’ ‘늘다’는 주로 수량이 많아짐을 가리키므로 여기선 ‘높아지다/커지다’가 어울린다. ‘국가 부채 비율이 빠르게 증가’도 마찬가지. 그냥 부채를 말할 땐 ‘증가’가 맞겠지만, 비율이라 했으므로 ‘상승’ ‘올라’가 마땅하다. 반대라면 ‘하락’이나 ‘낮아져/떨어져/내려가’ 따위일 테고.

‘EU 코로나 확진자 158만명, 한 달 전 60만명대에서 급등.’ ‘급등’은 주가 급등(急騰)에서 보듯, 수량이 느는 게 아니라 값이 확 뛴다는 뜻. 한데 지금은 확진자 수를 일컬었으니 ‘급증(急增)’이다. 물론 비율이면 ‘급등’이 맞는다. ‘코로나 확진 청소년 비율 급등’처럼.

여기서 문제 하나. 김 사장 회사원 30명 중 여자가 15명, 이 사장네는 34명 중 여자 16명이다. 김 사장네 여사원 비율이 이 사장네보다 ①적다 ②낮다 ③많다 ④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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