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정치] 여론몰이 하려는 여론조사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2022. 10.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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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 등 진보단체 주최로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주도한 ‘촛불승리전환행동’ 공동대표 안진걸씨는 최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탄핵 찬성 여론이 60% 가까이 나온 조사가 몇 개 있다”고 했다. 그러자 김어준씨도 “나도 (여론조사를) 본 적이 있다”고 맞장구쳤다.

윤 대통령 탄핵 관련 조사가 얼마 전 본지가 지적한 선관위 미등록 업체인 넥스트위크리서치 조사 이외에 또 있다는 얘기이다. 친야(親野) 성향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의뢰로 데이터리서치가 10월 초에 실시한 조사가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공감이 56%로 넥스트위크리서치의 9월 조사(53%)보다 더 높았다.

그런데 이 조사를 실시한 데이터리서치는 넥스트위크리서치와 마찬가지로 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92개에 달하는 조사회사 명단에 없었다. 선관위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거 관련 항목인 ‘정당 지지율’을 쏙 빼고 조사한 것도 똑같다. 여론 조작을 밝혀내기 위해 조사 녹음파일, 응답 기록, 피조사자 전화번호 DB 등 자료 일체를 6개월간 보관하도록 하는 선관위의 사후 통제 관련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의소리는 조사 결과를 보도한 기사에서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고 했다. 선관위 미등록 조사를 심의 받는 조사로 둔갑시켰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서울의소리는 윤 대통령의 서초동 집 앞에서 꽹과리와 북을 치며 시위를 하고, 대선 전에는 이른바 ‘7시간 통화’와 관련해 김건희 여사로부터 소송을 당한 매체다. 그런 매체가 선관위 미등록 회사에 의뢰해서 윤 대통령 탄핵 찬반을 묻는 조사를 했다. 여론을 측정하기 위해 조사한 것인지 아니면 반윤(反尹) 진영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조사한 것인지 헷갈린다.

선관위 미등록 조사회사인 데이터리서치는 쿠키뉴스 의뢰로 매달 정기 조사도 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58%, ‘이재명 대표 수사가 정치 탄압이란 주장에 동의한다’ 53%, ‘윤석열 정부가 법치를 잘못하고 있다’ 62% 등이다. 역시 선관위 심의를 받지 않는 조사였다.

전문가들은 “조사 의뢰자나 조사회사가 일부 진영과 결탁한다면 특정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여론조사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최근 두 곳에서 실시한 대통령 탄핵 관련 조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선관위 미등록 조사회사가 실시해서 심의도 받지 않았다. 정치와 관련한 모든 조사를 선관위가 감독하고 규제하지 않는다면 여론조사가 특정 정파의 정치적 도구로 남용(濫用)될 수 있다는 불신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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