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형준]경기를 부양할 순 없어도 급락은 막아야
박형준 경제부장 2022. 10. 2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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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뜨거워지고 물가도 안정시키는 해법은 경제학에 없다. 물가도 안정시키고 경기 후퇴도 막아야 한다고 하면 스탠스가 꼬인다. 당분간은 물가 안정에 방점을 둬야 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한 말이다.
한국은행 전망대로 올해 물가가 5.2% 뛴다고 하면,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회사원은 260만 원을 날리게 된다.
물가 상승 폭이 너무 커지면 체제에 순응하던 서민들이 폭도로 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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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고’ 경제위기 상황에 ‘자금 경색’도 더해져
일시 자금부족 겪는 우량기업 핀셋 지원해야
일시 자금부족 겪는 우량기업 핀셋 지원해야
“경기도 뜨거워지고 물가도 안정시키는 해법은 경제학에 없다. 물가도 안정시키고 경기 후퇴도 막아야 한다고 하면 스탠스가 꼬인다. 당분간은 물가 안정에 방점을 둬야 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한 말이다. 동의한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 모든 국민이 불행해진다. 한국은행 전망대로 올해 물가가 5.2% 뛴다고 하면,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회사원은 260만 원을 날리게 된다. 물가 상승 폭이 너무 커지면 체제에 순응하던 서민들이 폭도로 변하기도 한다. 2008년 전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폭등했을 때 아이티에선 유혈 폭동으로 최소 8명이 숨졌다.
집권 1년 차인 윤석열 정부는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내년도 예산안(639조 원)을 올해 본예산보다 5.2% 늘어나도록 짰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총지출이 연평균 8.7%씩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건전재정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한국은행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최근 5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며 보조를 맞췄다. 빚 있는 가계, 투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기업에서 비명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목표를 우선시했고, 그런 공감대도 형성돼 있는 것 같다.
다만 변수가 생겼다. 올해 들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원화 가치 급락) 등 ‘3고’가 한국 경제를 위협했는데, 최근 자금시장에 돈줄이 마르는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중소 증권사, 건설사의 도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위기가 금융과 실물 분야로 파급되기 직전이란 느낌이 든다.
새 위기는 어처구니없게도 악재가 우연히 겹치면서 생겨났다. 우선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달 말 테마파크 레고랜드 기반 조성 사업을 했던 강원도 산하 공기업에 대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한다고 발표했다. ‘지자체의 신용보장도 믿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확산됐다. 대형 건설사인 롯데건설이 18일 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해 자금이 부족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증권가 사설정보지(지라시)는 사실관계 확인 없이 다른 건설사 이름까지 넣어 부도설을 퍼뜨렸다. 올해 약 30조 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한국전력공사는 연일 최고 신용등급(AAA)인 한전채를 고금리로 대규모 발행하며 시중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롯데건설의 유상증자, 한전채 발행은 모두 별개의 이슈이고 발생 시점도 다르다. 하지만 지난주 후반 한꺼번에 주목을 받으면서 폭탄이 터졌다. 과거의 빚은 부동산과 관련해 위험성이 본격적으로 불거졌고, 미래의 빚이 될 자금은 한전 등 일부 신용을 인정받는 기업에만 몰렸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흑자 도산’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신속하게 유동성을 공급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와 한은이 일요일인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새 정부 경제팀은 이제 더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게 됐다. 과감하면서도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지만 너무 과해선 안 된다. 그럼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실기업을 솎아내면서도 일시적 자금 부족을 겪는 우량 기업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정교하게 핀셋 지원해야 한다. 경제팀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한 말이다. 동의한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 모든 국민이 불행해진다. 한국은행 전망대로 올해 물가가 5.2% 뛴다고 하면,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회사원은 260만 원을 날리게 된다. 물가 상승 폭이 너무 커지면 체제에 순응하던 서민들이 폭도로 변하기도 한다. 2008년 전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폭등했을 때 아이티에선 유혈 폭동으로 최소 8명이 숨졌다.
집권 1년 차인 윤석열 정부는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내년도 예산안(639조 원)을 올해 본예산보다 5.2% 늘어나도록 짰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총지출이 연평균 8.7%씩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건전재정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한국은행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최근 5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며 보조를 맞췄다. 빚 있는 가계, 투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기업에서 비명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목표를 우선시했고, 그런 공감대도 형성돼 있는 것 같다.
다만 변수가 생겼다. 올해 들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원화 가치 급락) 등 ‘3고’가 한국 경제를 위협했는데, 최근 자금시장에 돈줄이 마르는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중소 증권사, 건설사의 도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위기가 금융과 실물 분야로 파급되기 직전이란 느낌이 든다.
새 위기는 어처구니없게도 악재가 우연히 겹치면서 생겨났다. 우선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달 말 테마파크 레고랜드 기반 조성 사업을 했던 강원도 산하 공기업에 대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한다고 발표했다. ‘지자체의 신용보장도 믿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확산됐다. 대형 건설사인 롯데건설이 18일 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해 자금이 부족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증권가 사설정보지(지라시)는 사실관계 확인 없이 다른 건설사 이름까지 넣어 부도설을 퍼뜨렸다. 올해 약 30조 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한국전력공사는 연일 최고 신용등급(AAA)인 한전채를 고금리로 대규모 발행하며 시중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롯데건설의 유상증자, 한전채 발행은 모두 별개의 이슈이고 발생 시점도 다르다. 하지만 지난주 후반 한꺼번에 주목을 받으면서 폭탄이 터졌다. 과거의 빚은 부동산과 관련해 위험성이 본격적으로 불거졌고, 미래의 빚이 될 자금은 한전 등 일부 신용을 인정받는 기업에만 몰렸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흑자 도산’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신속하게 유동성을 공급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와 한은이 일요일인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새 정부 경제팀은 이제 더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게 됐다. 과감하면서도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지만 너무 과해선 안 된다. 그럼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실기업을 솎아내면서도 일시적 자금 부족을 겪는 우량 기업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정교하게 핀셋 지원해야 한다. 경제팀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박형준 경제부장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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