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 36년 내공으로 지금도 산길 44km는 거뜬히 달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2022. 10. 2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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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세환 씨가 서울 양재천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다.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산악자전거(MTB)를 구입해 들어와 타기 시작한 그는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하며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기자
한국 나이로 올해 75세인 가수 김세환 씨는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탄다. 산악자전거(MTB)와 사이클을 가리지 않는다. 1986년 미국에 스키 타러 갔다가 MTB를 사가지고 와서 자전거에 빠진 ‘MTB 1세대’인 그는 “무릎에 무리 안 가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 자전거 타기”라고 강조한다.

“제 집이 서울 양재동인데 지난주 토요일에는 경기 구리, 일요일에는 고양 행주산성까지 갔다 왔어요. 왕복 70∼80km 정도 됩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중간에 쉬고 점심도 먹고…. 이 나이에 이렇게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요?”

친구들과의 약속, 라디오 방송을 할 때도 자전거를 타고 간다. 김 씨는 “양재동에서 여의도까지 자전거로 45분이면 간다. 차를 타고 가면 길이 막혀 짜증나는데 자전거는 확 트인 야외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며 즐겁게 갈 수 있다. TV 방송 출연 땐 복장과 머리, 얼굴 상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를 탄다”고 했다.

김 씨의 자전거 사랑은 1980년대 중반에 시작됐다. 1968년부터 스키를 탔던 그가 미국에 스키를 타러 갔다 MTB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어느 날 바람이 많이 불어 스키를 탈 수 없었다. 근처에 자전거 파는 곳이 있어 들렀더니 앞기어 3단, 뒷기어 7단으로 된 자전거가 있었다. 직원에게 무슨 자전거냐고 물었더니 ‘산에서 타는 자전거’라고 했다. 산을 내려오는 게 스키와 비슷한 묘미가 있을 것 같아 바로 구매했다”고 했다.

“자전거를 그대로 비행기에 실을 수 없었죠. 그래서 나사를 하나씩 다 풀어 분리해 트렁크에 나눠 실었어요. 혹시 나중에 조립을 못 할까 싶어 일일이 그림을 그려 위치를 파악해 뒀죠. 붓대 속에 목화씨를 숨겨온 문익점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김 씨는 그 자전거로 혼자 한강으로 산으로 타고 다녔다. 비슷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만나면 반가워서 인사했다. 그렇게 만나서 결성된 동호회가 ‘한시반’이다. 그는 “자전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게 됐다. 내가 교회를 다녀서 일요일 예배를 보고 점심 먹고 한강에 나가면 오후 1시 30분쯤 됐다. 자연스럽게 그 시간에 제3한강교(현 한남대교) 밑에서 만나 함께 자전거를 탔다. 한시반 회원들은 아직도 모인다”고 했다. “우리나라를 가로지르기도 했죠. 1980년대 말 서울에서 강원 속초까지 220km 당일 투어를 처음 시도했어요. 새벽 5시에 출발해 저녁 6시에 미시령 정상에 도착했어요.”

김 씨는 집 근처 우면산, 그리고 남한산성을 수시로 올랐다. 지금은 MTB 동호인들의 성지인 강원 춘천 강촌챌린지코스도 개척하는 등 국내 MTB 코스를 다수 개발했다. 그는 “지리산 벽소령도 올랐다. 지금은 국립공원 내 자전거 출입이 금지됐지만 2000년대 초반엔 가능했다.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니 사람들이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며 난리가 났었다”고 말했다.

MTB에 집중하던 그는 2010년대 초반 사이클도 타기 시작했다. 4대강 사업으로 강 주변 자전거길이 조성되면서 스피드를 즐기기 위해 탄 것이다. 그는 “차에 비유하면 MTB가 오프로드를 달리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라면 사이클은 세단이다. 그 맛이 완전히 달랐다”고 했다. 김 씨는 MTB를 탈 땐 평균 시속 25km, 사이클을 탈 땐 평균 시속 30km로 질주한다.

나이는 80세를 향해 가지만 그의 몸은 아직 ‘청춘’이다. 김 씨는 “최근 젊은 친구들과 강촌 산길 44km를 달리고 왔다. 과거와 달리 이젠 숨을 헐떡이며 ‘야, 이 나이에 내가 이렇게까지 달려야겠냐’라고 하소연했지만 아직 그 정도는 문제없다”며 웃었다.

가수 조영남과 이문세, 김현철, 개그맨 박명수 씨에게도 자전거를 권해 ‘자전거 전도사’로 불리는 그는 2007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란 책을 썼다. “그 책에서 딱 두 가지를 강조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제일 잘 타는 사람은 부상 없이 오래 타는 사람이고, 자전거에서 가장 좋은 부품은 안장 위에 앉아있는 인간이라고. 빨리 달리는 것, 비싼 자전거, 의미 없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타는 게 최고죠.”

자전거 얘기를 할 땐 노래 부를 때보다도 더 즐거운 표정이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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