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을 이긴 무모한 고집[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2022. 10. 2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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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회 참석차 아르메니아공화국에 다녀왔다.
출발 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무력충돌이 있어 양쪽에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는 보도를 접했다.
나의 아르메니아 첫 제자 알센 교수는 나와 같은 분야의 실험을 하는 물리학자다.
어려운 환경이더라도 어떻게든 연구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함께 애썼는데, 그 노력으로 알센 교수는 지금 아르메니아에서 가장 논문을 많이 발표하는 교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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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회 참석차 아르메니아공화국에 다녀왔다. 출발 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무력충돌이 있어 양쪽에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는 보도를 접했다. 걱정했지만 도착해보니 학회장 주변은 가을 날씨처럼 평온했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 아래, 코카서스 지역의 포도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번 방문의 중요한 목적은 제자가 교수로 있는 대학에 가서 실험하는 것이었다. 나의 아르메니아 첫 제자 알센 교수는 나와 같은 분야의 실험을 하는 물리학자다. 한국에 머물던 알센 박사가 아르메니아에 돌아갔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 많은 장비를 챙겨줬다. 당시 아르메니아는 대학에서 실험을 안정적으로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어려운 환경이더라도 어떻게든 연구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함께 애썼는데, 그 노력으로 알센 교수는 지금 아르메니아에서 가장 논문을 많이 발표하는 교수가 되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의 연구비 지원으로 최첨단 장비를 많이 구입해서, 지금 내 연구실보다 훌륭한 장비를 더 많이 갖추고 있다.
20년 전, 내가 한국에서 실험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내 장비는 누가 봐도 최첨단이었다.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모든 실험을 할 수 있었다. 모두 국가의 연구비 지원 덕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첨단 장비는 소위 구닥다리 장비가 되어 버렸다. 첨단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연구비 마련도 문제였지만 세상의 발전이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어쨌든, 내 장비와 알센 교수의 장비는 세월의 격차만큼 벌어졌다. 뭐 그래도 어디서든 새롭게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멋진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아인슈타인과 연결돼 있다. 아인슈타인의 ‘양자 얽힘’에 대한 연구는 그의 거의 마지막 유산과 같은 연구였다. 아인슈타인은 ‘양자 얽힘’ 이론에 동의하지 않았고, 1935년 이를 반박하는 이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양자 얽힘’ 이론에 따르면 양자역학적으로 두 입자가 얽힘 관계에 있으면 빛보다 더 빠르게 신호가 전달된다. 이 이론으로 양자정보학 분야가 탄생했으며, 양자컴퓨터의 개발이 가능해졌다.
세상은 아인슈타인의 생각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양자 얽힘에 대한 실험과 이론 연구가 지속적으로 시도됐다. 최종적으로 존 클라우저, 알랭 아스페, 안톤 차일링거는 양자 얽힘을 실험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고, 이 실험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틀리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공로로 이들 세 명의 실험물리학자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실험을 시작한 시기는 모두 대학원생 때였다. 미국의 클라우저는 지도교수로부터 시간 낭비라는 꾸지람을 들었다. 프랑스의 아스페 역시 학문을 막 시작한 대학원생이었을 때 이 실험에 도전했다. 만약 이들이 당시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는 말들을 곧이곧대로 들었다면 어땠을까? 노벨상이라는 영광은 그들을 비껴갔을 것이다. 실험물리학의 묘미는 바로 이런 무모함과 의심, 끈기에 있다. 이런 고집스러운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지 모른다.
이번 방문의 중요한 목적은 제자가 교수로 있는 대학에 가서 실험하는 것이었다. 나의 아르메니아 첫 제자 알센 교수는 나와 같은 분야의 실험을 하는 물리학자다. 한국에 머물던 알센 박사가 아르메니아에 돌아갔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 많은 장비를 챙겨줬다. 당시 아르메니아는 대학에서 실험을 안정적으로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어려운 환경이더라도 어떻게든 연구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함께 애썼는데, 그 노력으로 알센 교수는 지금 아르메니아에서 가장 논문을 많이 발표하는 교수가 되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의 연구비 지원으로 최첨단 장비를 많이 구입해서, 지금 내 연구실보다 훌륭한 장비를 더 많이 갖추고 있다.
20년 전, 내가 한국에서 실험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내 장비는 누가 봐도 최첨단이었다.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모든 실험을 할 수 있었다. 모두 국가의 연구비 지원 덕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첨단 장비는 소위 구닥다리 장비가 되어 버렸다. 첨단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연구비 마련도 문제였지만 세상의 발전이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어쨌든, 내 장비와 알센 교수의 장비는 세월의 격차만큼 벌어졌다. 뭐 그래도 어디서든 새롭게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멋진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아인슈타인과 연결돼 있다. 아인슈타인의 ‘양자 얽힘’에 대한 연구는 그의 거의 마지막 유산과 같은 연구였다. 아인슈타인은 ‘양자 얽힘’ 이론에 동의하지 않았고, 1935년 이를 반박하는 이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양자 얽힘’ 이론에 따르면 양자역학적으로 두 입자가 얽힘 관계에 있으면 빛보다 더 빠르게 신호가 전달된다. 이 이론으로 양자정보학 분야가 탄생했으며, 양자컴퓨터의 개발이 가능해졌다.
세상은 아인슈타인의 생각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양자 얽힘에 대한 실험과 이론 연구가 지속적으로 시도됐다. 최종적으로 존 클라우저, 알랭 아스페, 안톤 차일링거는 양자 얽힘을 실험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고, 이 실험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틀리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공로로 이들 세 명의 실험물리학자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실험을 시작한 시기는 모두 대학원생 때였다. 미국의 클라우저는 지도교수로부터 시간 낭비라는 꾸지람을 들었다. 프랑스의 아스페 역시 학문을 막 시작한 대학원생이었을 때 이 실험에 도전했다. 만약 이들이 당시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는 말들을 곧이곧대로 들었다면 어땠을까? 노벨상이라는 영광은 그들을 비껴갔을 것이다. 실험물리학의 묘미는 바로 이런 무모함과 의심, 끈기에 있다. 이런 고집스러운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지 모른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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