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北 전술핵이 서울 도심에 떨어진다면…

임민혁 정치부 차장 2022. 10. 2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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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수준인 1㏏폭탄에 반경 10㎞까지 피해 입어
北, 대남용 전술핵 완성 코앞… 우린 너무 태평한 것 아닌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을 지도하는 모습. 김정은은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전술핵무기에는 ‘사용 가능한 핵’이란 설명이 따라붙지만 일반인은 잘 감 잡을 수 없다. 실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무기가 도심에 떨어질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어렴풋이나마 가늠할 수 있는 일이 2년 전에 있었다. 폭탄의 위력은 보통 일정 중량의 TNT가 폭발하면서 방출하는 에너지양으로 환산한다. 1kt은 TNT 1000t의 폭발 규모다. 2020년 8월 레바논 베이루트항(港)에서 질산암모늄 2750t이 폭발하는 사고가 났는데, 이를 TNT로 환산하면 1.1kt이다. 전술핵폭탄 중 작은 게 이 정도 된다.

당시 1차 폭발 후 많은 현지인이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하는 가운데 훨씬 센 2차 폭발이 일어나 그 생생한 장면이 화면에 담겼다. 영상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상을 보면 몇 km 떨어진 곳에서 찍는데도 귀를 찢는 굉음 직후 충격파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폭발 지점에는 깊이 43m 구덩이가 파였고, 주변 건물 8000채가 파괴됐다. 10km 밖 건물 유리창도 박살났다고 한다. 서울 광화문에서 강남역 직선거리가 10km다.

파괴력이 너무 커서 감히 사용할 수 없는 전략핵무기와 달리 실전에 쓸 수 있다는 ‘초저위력’ 전술핵무기가 이 정도 피해를 줄 수 있다. 김정은은 최근 이런 전술핵을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에 실어 한국 내 주요 표적을 공격하는 전술핵 부대 훈련을 지도했다. 핵을 상대 공격을 억제하는 ‘억지 전력’으로만 두지 않고 평시에 먼저 사용할 수 있다는 공세적 ‘핵 독트린’도 명문화했다. 말뿐인 위협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전술핵은 아직 완성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시간문제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서만큼은 늘 외부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제재로 인민들이 굶어 죽고 고통받는 데 아랑곳하지 않고 김씨 일가가 수십 년간 체제의 모든 역량을 핵·미사일에 쏟아부은 결과다. 발사체가 5번 연속 떨어지고 군 열병식에 종이로 만든 ‘가짜 미사일’을 내세워 조롱받던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런데 동굴 속에서 고철 뚝딱거려 아이언맨 만들 듯 어느 순간 지그재그로 움직이고 수중에서 쏠 수 있는 탄도미사일까지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조만간 7차 핵실험을 하면 핵탄두 소형·경량화도 이룰 가능성이 있다. 독재자의 광기(狂氣)와 실전 사용 가능 핵이 결합하는 아찔한 순간이 다가와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이에 대한 위기감, 경각심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여전히 ‘설마 핵을 우리한테 쏘겠냐’ ‘북핵은 자위용, 대미용’ 같은 무사태평론이 넘친다. 반복되는 북의 미사일 실험에도 “또 왜 저래” 정도로 넘어간다. 지난 몇 년간 끊이지 않았던 ‘평화 세뇌’ 탓이 클 것이다. 패닉에 빠져 정신 못 차리면 큰일이지만, 근거 없이 낙관하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

지금 북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국가의 최대 과제가 돼야 하는 게 당연하다. 이보다 더 시급한 일이 뭐가 있나. 명목상으로 존재하는 미국의 핵우산을 정교하고 확실하게 다듬는 일부터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협정, 독자 핵무장 등 여러 대안은 이미 제시돼 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기 때문에 어떤 길로 가든지 치열한 토론을 통해 국론을 모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생업에 바쁜 국민을 대신해 이런 일을 하라고 뽑아놓은 게 정치인들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북핵 대응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싸우고 특정인 지키는 데 ‘단일 대오’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코앞에서 핵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가 맞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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