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의 외교만사] 시진핑 3기 체제의 등장과 한국의 선택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중국발 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처럼 강력한 시진핑 집권체제가 성립할 줄은 어느 누구도 예측 못했을 것 같다. 중국 핵심 지도부는 리창, 차이치, 왕후닝과 같이 시진핑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기준으로 채워졌다. 전문가들은 권력을 강화한 시진핑이 향후 보다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결코 굴복하지 않고 중국만의 방식으로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언명이나, 군사력의 지속적인 강화, 대만에 대해 비평화적 방식의 통일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주장 등은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여전히 중용된 시진핑의 책사 왕후닝의 이상이 원(元)나라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한 영감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적대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범죄와 경제문제가 주 이슈화되면서 공화당의 우위가 점쳐지고 있다. 2024년 대선 역시 바이든 외에 마땅한 후보가 없는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에 더 기회가 많아 보인다. 공화당이 정책을 주도한다면, 러시아에 대해서는 상대적인 유화책, 중국에 대해서는 강공책을 쓸 가능성이 크고 미·중 간 마찰은 더욱 커질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당면한 경제와 민생의 위기를 극복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전략적 자율성’을 추진해 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계기로 크게 충격을 받은 서유럽은 ‘연대’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 예상보다 강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중국을 놀라게도 했다. 그러나 이 연대는 이번 혹독한 겨울의 경제·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전략적 자율성’과 어떻게 조화할지를 새로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는 물론이고 내적인 ‘연대’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일본의 중국에 대한 경계감은 역대 최고이다. 그럼에도 미·중 전략경쟁 시기에 일본의 대중 무역 규모와 순위는 상승했다. 일본은 그 외양과 수사와는 달리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최상의 역량을 지닌 국가가 아닌가 한다. 이미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데 노력하고, 불안한 미국의 대외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호주·독일·영국 등과 거의 동맹에 준하는 전략적 연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북한은 최근 도발을 격화시키고 있다. 이는 흔히 회자되는 바이든 정부에 대한 협상이나 윤석열 정부에 대한 위협보다는 결국 중국이 주 대상이 아닐까 한다. 북·중 동맹으로 비치기를 꺼리는 중국을 향해, 한반도 긴장을 조성해 북한이 중국의 국익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북한에 신냉전은 결코 나쁜 환경이 아니다.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라는 신국면에서 각 주요국들은 수면 아래에서 치열하게 새로운 전략 구상에 돌입해 있다. 헤징(hedging)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럽의 주요국들이나 중국 역시 한국의 선택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다. 한국은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추진에 중요한 동반자 후보이다. 한·중관계는 현재 상호 이중 헤징에 걸려 있다.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거나, 한국이 중국에 적대적인 동맹 정책을 분명히 하면 한·중은 자연스레 멀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먼저 움직인 자가 그 파탄의 모든 책임을 덮어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에 지나치게 경사되기보다는 당분간 한국과의 우호 증진에도 여전히 노력할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국면에서 북한 중심이나, 미·중 이분법적인 좁은 전략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한된 지식과 비전, 희망적인 사고로 외교적 기회와 운용의 공간을 스스로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명쾌하지는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각국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유연성을 견지하면서,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과 자강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해법의 추구는 결론의 제시보다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대립과 충돌의 시기에 이를 당연한 조건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소통과 평화에 더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호주·독일·일본과 같은 세계적인 중추국가들과 전략적인 소통과 연대를 더 강화해야 한다. 중국의 시진핑 라인과도 소통할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까지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전략적 역량을 발휘하고 존중을 받을 수 있는 외교를 추진할 것을 기대한다.
김흥규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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