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꿈의 기술 꿈으로 끝내선 안 돼
탈원전에서 벗어나 원자력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돌려야만 한다. 발전소를 돌릴수록 필연적으로 부산물인 폐연료봉, 즉 '사용 후 핵연료'가 쌓인다. 현재 국내 사용 후 핵연료는 원전 내에 임시로 저장돼 있다. 포화 상태로 접어들고 있는 임시 저장 공간이 바닥나면 원전도 멈출 수밖에 없다.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원전 생태계 강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실상 원전 생태계 마비로 가는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당연하게도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사용 후 핵연료를 땅속 깊은 곳으로 묻는 '처분'보다는 사용 후 핵연료에서 필요한 물질을 뽑아내 핵연료로 재사용하는 쪽, '처리'가 장기적으로 원전 생태계에서는 필요한 방식이다.
파이로 프로세싱은 폐연료봉을 전기분해하고 이 안에 있는 다양한 핵물질을 분리·회수해 일부는 다시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기술이다. 수명이 다한 폐연료봉에는 여전히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우라늄이 93%나 남아 있다.
파이로를 거치면 이를 다시 핵연료로 만들어 재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용 후 핵연료 속 골칫거리인 초우라늄 원소도 소각된다. 원자력계에서 파이로가 꿈의 기술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즉 사용 후 핵연료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는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한 논의가 뒷전으로 빠져 있다. 정부 측은 처리와 처분이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담당하는 부처와 기술 개발에 사용될 예산의 출처도 엄연히 다르다고 한다.
일상에서 나오는 생활 폐기물조차도 쓰레기를 버리기 전 분리수거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다면 수만 년 동안 방사성 물질이 사라지지 않는 핵폐기물 처분을 위해서라도 양과 독성을 먼저 줄이는 재활용 기술, 즉 파이로 연구가 함께 진행돼야 하는 게 아닐까. 상식이 통한다면 말이다.
[벤처과학부 = 이새봄 기자 cestb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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