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삼립호빵…올겨울엔 ‘헤어질 결심’

정유미 기자 2022. 10. 2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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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고 있는 제빵 공룡…유통가, 불매 확산 ‘SPC 제품’ 손절 움직임
소비자 반발 ‘불똥’ 튈라…유통업체, 매장 진열·‘1+1 행사’ 줄줄이 취소
대형마트, 대체상품 물색…전국 매장에 ‘찜통’ 설치 끝낸 편의점도 ‘고심’
SPC삼립, 신제품 마케팅 연기…‘호빵’ 경쟁업체 롯데제과는 표정 관리

제빵업체 SPC 불매운동의 불똥이 ‘겨울 간식’의 대명사인 호빵 판매로까지 번지고 있다. 찬 바람과 함께 호빵 성수기가 돌아왔지만 SPC삼립이 국내 호빵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 등은 매장 진열은 물론 신제품 마케팅까지 포기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PC삼립의 국내 호빵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매년 10월에서 내년 2월까지 인기를 끌며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에서 대량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SPC 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로 유통업체들이 매장 진열은 물론 할인 쿠폰 제공이나 1+1 행사 등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특히 호빵이 가장 많이 팔리는 대형마트는 SPC 삼립호빵을 사실상 손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A마트에 따르면 SPC 사태가 터진 이후인 지난 17~25일 SPC 삼립호빵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다. A마트 관계자는 “SPC 불매운동의 영향이 아직은 미미하지만 불매운동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는 예년처럼 호빵 시식행사나 신제품 마케팅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B마트는 ‘SPC 사태’ 직전 일주일간 SPC 삼립호빵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0% 증가하자 대규모 행사를 준비했으나 사고 이후 해당 제품을 매장 구석 한쪽에 소량 진열하고 있다. B마트 관계자는 “SPC 삼립호빵을 사지 않겠다는 고객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면서 “할인점 대표 겨울 간식하면 SPC 삼립호빵이었는데 올겨울에는 피자와 샌드위치를 대체상품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편의점 업계도 조심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SPC 삼립호빵 기계를 매장에 배치했지만 올겨울에는 공개적으로 판매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PC 사태 이전부터 삼립호빵을 찌는 기계를 전국 매장에 배치했는데 이번 사고로 고객 앞에 꺼내놓고 팔기가 힘든 만큼 전자레인지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몰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일부 온라인몰은 SPC 삼립호빵 4개들이 제품을 대량으로 묶어 할인 쿠폰과 함께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행사를 보류하거나 취소한 상태다. 한 온라인몰 관계자는 “연이어 사고가 터지며 고객들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아 e쿠폰 할인행사를 모두 취소했다”면서 “이번만큼은 불매운동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MD(상품구매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쟁업체인 롯데제과는 SPC 사태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호빵 성수기가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기존 장수상품을 비롯해 신제품 개발 등 MZ세대부터 장년층도 선호하는 호빵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삼립호빵’은 1971년 출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지구를 16바퀴 돌고, 에베레스트산을 1만800여차례 왕복할 수 있는 64억개가 판매됐다. 올해도 지난달부터 이달 15일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한 달여간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25% 증가한 바 있다.

SPC삼립은 이달 말 호빵을 비롯해 겨울 시즌을 겨냥한 대규모 신제품 마케팅을 계획했으나 이번 사고로 포기, 11월 말로 행사를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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