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8개월, 바닥난 유럽 곳간…구직·주거·교육난 겪는 450만 난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을 받아들인 지 8개월이 지났지만 난민들은 여전히 유럽 사회에 정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난 3월4일부터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별도의 난민신청 절차 없이 최대 3년간 체류할 수 있는 자격과 함께 취업·주거·의료·자녀 교육 등의 권리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난민 생활의 어려움에 지친 우크라이나 난민 중 300만명은 전황이 호전되자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인 450만명이 여전히 유럽에서 난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15~2016년 시리아 내전으로 유럽에 들어온 난민 규모의 2배 이상이다.
WP는 전쟁이 장기화하고 전쟁의 영향이 전 유럽으로 확산함에 따라 유럽 국가들의 난민 지원 능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조사에 따르면 난민들의 63%가 우크라이나에서 일자리를 갖고 있었으나 난민이 된 후에는 28%만 일자리를 갖고 있다. 47%는 수입의 대부분을 사회보장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일자리는 부족하지 않지만 언어 장벽과 육아지원 부족이 취업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난민들의 취업 상황은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해 우크라이나인 네트워크가 잘 구축된 폴란드에서는 취업 가능 연령대 난민들의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구했다. 반면 언어 장벽이 높고 우크라이나 이민자들도 많지 않은 프랑스에서는 취업 가능 연령대 난민들의 구직 성공률이 15%에 불과하다. 물론 폴란드의 경우에도 대부분이 물류, 농업, 건설, 돌봄 등 안정성이 떨어지고 임금이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거 상황도 안정적인 정착과는 거리가 멀다. 난민 대다수는 여전히 난민센터, 홈스테이 등 임시 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다. 지난 9월 발표된 UNHCR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난민 중 4분의 1만이 최소한의 공간과 위생시설을 갖춘 정상적인 주택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들을 받아주겠다는 유럽 가정들도 사라지는 추세다. 전쟁 초기에는 어려움에 처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몇 달간 한시적으로 빈방을 내줄 수 있었지만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난민들에 대한 주거지원을 철회하고 있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은 이미 지난 7월부터 재정 부족을 이유로 난민들에 대한 주거지원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가장 많이 몰린 폴란드도 난민센터를 폐쇄 또는 축소하고 난민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가정에 대한 지원도 줄이고 있다.
체코 프라하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WP에 “요즘 집주인들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집을 임대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집주인들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특혜를 받고 있으며 몇 달만 살고 갑자기 나가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난민 자녀들에 대한 교육지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폴란드와 체코 등은 전쟁 전부터 교사와 시설 등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였는데 난민들이 유입되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체코에서는 난민들이 자녀를 받아줄 학교를 여기저기 수소문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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