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간접고용 해소 ‘20년 투쟁’ 성과…사측, 28건·366억 손배소는 남아

이혜리 기자 2022. 10. 2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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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2년 전 불법파견 인정
현대차·기아, 문 정부 권고에
특별채용 형식 정규직 전환

현대차·기아 사내하청 노동자 400여명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대법원의 27일 판결은 노동자들이 자동차업종의 간접고용 해소를 20여년간 요구하며 투쟁한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자동차업계의 불법파견 문제는 2000년대 초반 불거졌다. 자동차 조립 공장에선 자동차 회사 소속 정규직 노동자와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일한다.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왼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끼운다’는 말이 나왔다.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자동차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같은 업무를 했지만 신분과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현대차에서는 최병승씨, 기아에서는 김수억씨가 노동조합 활동에 앞장서며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을 인정해도 검찰은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해 기소하지 않는 등 정부 기관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렸다. 분기점이 된 것은 2010년 대법원 판결이다. 최씨가 낸 부당해고 소송에서 대법원은 처음으로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최씨는 이후 정규직 채용 발령에도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출근하지 않고 투쟁했다. 2012~2013년 296일간 철탑 농성을 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고용노동 분야 적폐청산을 담당하는 자문기구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현대차·기아의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 판결 기준에 따라 직접고용 명령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2019·2020년 노동부가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린 뒤에야 회사는 특별채용 방식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벌 총수 처벌이 빠졌고, 근속년수와 임금체불도 인정되지 않았다며 충분치 않다고 비판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간접공정에서 일하는 현대차·기아의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현대차·기아의 노동자’임이 법적으로 인정됐지만 투쟁의 상처는 남아 있다. 회사는 파업 등을 문제 삼아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었다. 현대차·기아를 합쳐 28건, 청구금액은 36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노동계는 추산한다. 최씨와 김씨도 파업 책임으로 수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시민단체 손잡고는 “판결에 12년이 걸리는 동안 노동자들은 일상이 무너질 정도의 탄압을 받았다. 갚지도, 벌지도 못하는 손배 금액을 맞은 것도 모자라 재판받을 권리조차 빼앗겼다”며 “오늘 판결은 왜 노란봉투법이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드러낸다”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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