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청소년 타깃 예능의 부재

MZ세대 타깃 예능 많지만 정작 청소년 위한 예능 부재
'고딩엄빠2' 등 10대 출연진, 소재로만 활용 아쉬워

아이들과 부모,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예능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아이들과 부모,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예능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특히 예능가는 'Z세대' 수식어로 10대를 소재로 삼지만, 정작 10대가 아닌 다른 연령층을 타깃으로 삼는 모양새다. 현 시점에서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예능들은 자취를 감춘 상태다.

스타 가족을 대상으로 한 관찰 예능의 유행이 한풀 꺾이면서 연애 예능의 열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체인으로 손목을 묶고 한 침대를 쓰거나, 밤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리얼리티들이 속출했다. 이 가운데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예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족 예능을 표방한 상담 소재의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고딩엄빠' '오은영의 리포트' 등에서는 심리 상담으로 해결되지 않는 갈등들이 전파를 타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나마 KBS2 '자본주의학교'가 10대들을 직접 경제 생활에 참여시키면서 자본주의에 대해 가르치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설정을 담아 청소년에게 유익함을 남겼으나 지난 9월 종영했다.

지금 예능가의 상황은 심각하다. MBN '고딩엄빠2'는 10대에 임신과 출산을 겪은 부모들을 다루지만 청소년들에게 교육적인 방송은 아니다. 가정폭력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시에 출연하거나 출연자로부터 조작 방송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거듭 논란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자극적인 그림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거듭 이어지고 있다.

가족 관찰 영역의 경우 포경수술을 받은 아이들을 고스란히 공개한다던가 부모에게 욕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어린이들을 필터 없이 고스란히 담는다. 예능 방송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주도 문제시된다.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른바 각 방송사들의 대표 예능들은 꾸준히 스타들의 음주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지난 23일 SBS '미운우리새끼'에서는 임원희가 후배 코미디언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MBC '나혼자산다' 역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연예인들의 일상 속 음주 장면을 내보냈다.

음주 소재를 거리낌 없이 예능에 활용하는 것은 어떤 결과를 야기할까. 먼저 청소년들의 음주에 대한 인식에 악영향을 미친다. 음주를 일상화하는 이들의 모습이 빈번하게 방송을 타면서 아동과 청소년들은 점점 음주를 친근하게 여기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예능에서는 음주에 대한 부작용을 명시하지 않아 음주에 대한 욕구까지 자극한다. '인생술집' 시리즈가 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는지를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음주가 일종의 오락화라는 잘못된 접근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과거 '고등래퍼' 시리즈와 최근의 '스트릿 걸스 파이터'가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진로와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동년배들의 이야기가 진정성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자리에 '쇼미더머니' '스트릿 맨 파이터'가 차지하고 있다. 주로 성인들이 출연하는 '쇼미더머니'와 '스트릿 맨 파이터'는 분명 10대를 위한 예능은 아니다. 결국 10대를 위한 예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시점이다. 특히 MZ세대를 내세우면서 10대를 다루는 일부 예능의 미흡함이 더욱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