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 ‘남세균 검출’ 주장 가정집 끝내 안 밝혀

박상현 기자 2022. 10. 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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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같은 수도관 다른 집은 미검출”

대구시 현풍읍 한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유해 남세균이 발견됐다는 대구MBC 보도와 관련, 대구시상수도본부가 공식적인 조사를 위해 대구MBC 측에 해당 가정집을 물었지만 끝내 밝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상수도본부가 같은 수도관을 쓰는 다른 가정집을 조사한 결과에선 남세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대구MBC가 연구를 의뢰한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은 현미경 촬영 및 DNA 검사가 끝난 후 시료(試料)를 냉장보관 중이나, 회수 및 운반과정·보관 등에 대한 객관적 확인이 불가해 대구MBC의 12일 ‘남세균 검출’ 보도는 결국 일방적인 주장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2일 대구MBC가 대구시 현풍읍 한 가정집에서 남세균이 검출됐다며 수돗물 필터를 가져와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에 분석 의뢰를 맡겼을 때 이 교수팀이 촬영한 현미경 사진. /대구MBC

27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대구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상수도본부는 “대구MBC가 보도한 가정집은 MBC측에서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구상수도본부는 어쩔 수 없이 같은 수도관을 쓰는 아파트 단지 내 가정집 3곳을 대상으로 수돗물 검사를 실시했으나 남세균은 발견되지 않았다. MBC 주장대로 독성이 있는 ‘살아있는 남세균’이 검출됐고 수돗물 안전과 결부된 문제라면 같은 수도관을 쓰는 다른 가정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와야하지만 아니었던 것이다.

대구상수도본부는 이밖에도 “수돗물 필터에서 연두색 물질이 나왔다”는 민원을 낸 가정집 3곳에서 수돗물 필터를 가져와 조사했다. 3곳 모두 무해성 녹조류인 코코믹사(coccomyxa)로 밝혀졌다. 수돗물은 순수한 증류수가 아니라 오염된 원수(原水)를 각종 화학적·물리적 정화 과정을 통해 깨끗하게 만든 것이라, 막 정화 작업을 마친 정수(淨水)는 깨끗하지만 유통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각종 물질이 녹아들 순 있다. 하지만 남세균인 마이크로시스티스에서 나오는 간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은 수질검사 때 엄격하게 감시하는 항목인데다 정수 과정에서 다 죽기 때문에 살아있는 채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식수(食水) 오염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현재의 ‘상수도 시스템’을 뚫고 살아있는 남세균이 수돗물에서 검출됐다면 이는 대구시가 상수도 물 공급을 중단해야할 정도로 큰 사안이다. 반대로 심각성이 큰 만큼 ‘공인시험방법’에 따라 해당 물질이 정말 검출됐는지 정확한 근거가 뒤따라야한다. 대중에게 수돗물에 대한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나온 가정집을 대구상수도본부 측에 알려주지 않은 데 대해 대구MBC 측은 “상수도본부가 단독으로 조사한다고 해 알려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결과를 축소·왜곡할 우려 등이 있었다는 취지다. 대구MBC는 상수도본부 측에 공동조사를 제안하고 공문까지 보냈으나 상수도본부가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MBC가 현재 보도처럼 공인시험방법인 ‘현미경 검사법’을 쓰지 않고 ‘유전자 검사법’을 계속 주장했다면 공동조사 자체가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대구MBC가 이승준 교수팀이 ‘효소면역분석(ELISA)법’을 통해 가정집 수돗물을 검사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보도를 했을 때도, 이 논란에 대해 환경부가 환경단체 측에 공개검증을 제안했지만 ‘방법론’ 등을 두고 이견이 커 무산된 바 있다. 공식수질검사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프-텐덤질량분석(LC-MS/MS)법’을 쓰기 때문에 검사법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면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결국 대구시 현풍읍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이 검출됐다는 주장은 ‘공인시험방법’으론 제대로 확인을 거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됐다. 이승준 교수팀이 찍은 현미경 사진도 형태학적으로 분석이 가능한 검경배율을 적용하지 않은 채 분석이 어려운 수준으로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뉴스1

이주환 의원은 “대구MBC의 12일 수돗물 필터 남세균 보도는 결국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다른 기관에 의해 공개적으로 검증될 기회가 사라졌고, 대구MBC의 일방적 주장으로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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