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우승으로 기회 얻었지만 진정한 음악가의 길은 이제부터"

김소연 2022. 10. 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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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콩쿠르 우승은 진정한 음악가 경력의 시작이죠. 콩쿠르가 인지도를 높이고 많은 연주 기회를 얻는 가장 빠른 방법이긴 해도 세계 음악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충분한 연습을 위해 일정을 조율하는 등 그다음부터 생각할 게 정말 많아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는 올해 한국 젊은 연주자들의 권위 있는 국제 콩쿠르 우승 행진의 첫 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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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내달 2·10일 부산시향과 진은숙 바이올린협주곡 1번
"궁극적 꿈은 바이올린협주곡 직접 작곡해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2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 1번을 연주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국제 콩쿠르 우승은 진정한 음악가 경력의 시작이죠. 콩쿠르가 인지도를 높이고 많은 연주 기회를 얻는 가장 빠른 방법이긴 해도 세계 음악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충분한 연습을 위해 일정을 조율하는 등 그다음부터 생각할 게 정말 많아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는 올해 한국 젊은 연주자들의 권위 있는 국제 콩쿠르 우승 행진의 첫 주자였다. 그가 지난 5월 제12회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뒤 첼리스트 최하영(퀸 엘리자베스), 피아니스트 임윤찬(반 클라이번) 등의 우승 소식이 잇따랐다.

내달 2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부산시립교향악단 창단 60주년 기념연주회의 협연자로 나서는 양인모가 27일 기자들과 만났다.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후 첫 기자간담회여서 콩쿠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미 2015년 이탈리아 프레미오 파가니니 콩쿠르 첫 한국인 우승의 기록을 세웠던 그는 "동기 부여가 절실했다"고 7년 만의 콩쿠르 재도전 배경을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등 여러 여건으로 갈 곳을 잃은 느낌이어서 좀 더 활발한 연주 활동을 위한 계기가 필요했어요. 콩쿠르가 제 연주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제 음악 해석이 또래 연주자들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죠."

그는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이후 "바라던 것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회가 끝난 후 근 한 달간 한두 시간은 연주 제의에 답하는 이메일을 쓰는 데 보냈다. 이메일뿐 아니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를 통해서도 매일 2, 3건의 연주 제의를 받았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2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양인모는 "올해만큼 변화가 많았던 시기는 없었다"며 "음악적으로 듣는 귀도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졸업한 후 독일 베를린에 머무르며 한스아이슬러 국립 음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동시대 음악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어느 순간부터 현대음악을 들을 때 눈물이 나는 등 현대음악과의 감정적 고리를 찾았다"고 했다.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 후 '인모니니(양인모와 파가니니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얻었던 양인모는 "인모니니라는 어감은 귀여워 좋지만 파가니니라는 수식어로만 나를 수식하는 게 싫었다"며 "파가니니 외에도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많다"고 말했다.

양인모는 이번 부산시향과의 협연에서 2002년 독일 베를린에서 초연됐던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그는 "21세기를 사는 음악가가 21세기 음악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음악은 무엇이고 어떻게 음악을 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양인모는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내 곡을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바이올린협주곡을 직접 써서 연주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콩쿠르 우승 후 정체되거나 한때 반짝이고 사라지는 연주자도 많이 봅니다. 그렇지만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진지하고 솔직하게 음악을 대하면 그게 점진적으로 커리어를 이어 가는 길 아닐까요."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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