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저출생 걱정?…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나라는 없다
현장선 “10년 쌓은 노하우 사라질 것”
경력단절여성을 지원하는 기관 관계자들이 여성가족부를 없애고 여성 경력개발 및 취업 지원 업무를 고용노동부로 옮기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정면 비판했다. 정부는 정책 집행력이 더욱 강화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현장에선 여성 고용 후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은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서대문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를 방문했다. 새일센터는 육아·가사 등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직업 상담, 직업교육 훈련, 취업 연계, 취업 후 직장 적응 지원 등의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전국에 159곳이 있다. 지난해 기준 경력단절 여성은 144만8000여명이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지난 7일 정부조직 개편안 설명회에서 “여성 고용 지원사업은 고용노동부의 다양한 취업 지원제도 및 고용 인프라와 체계적으로 연계돼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지원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장의 예상은 달랐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서대문 새일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새일센터 센터장들은 여성 고용 지원 업무가 노동부로 이관했을 때 여성 일자리가 보호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동부가 지원하는 대상과 새일센터가 지원하는 대상은 성격이 엄연히 달라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 새일센터 센터장은 “새일센터는 경력단절여성이 잠재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6개월까지 끊임없이 관리하고, 상담하고, 지원하면서 취업 동기를 부여하는 곳이다. 반면 노동부는 당장 취업 의지를 가진 분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노동부 이관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새일센터가 가진 10여년 간의 노하우와 사업 특성은 아마 1∼2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저희는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새일센터 센터장은 “새일센터를 방문해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이 지금도 많다. 여성 일자리는 지금보다 발전적으로 지켜져야 한다”며 “많은 경력단절여성이 ‘둘째 아이를 낳고 나서는 도저히 직장을 다닐 수가 없다’ ‘아이 둘을 제 본가와 남편 본가에 맡길 수 없는 형편이다’ ‘제가 슈퍼우먼이 아니어서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등의 얘기들을 많이 하신다. 이런 복합적인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여가부가 (경력단절여성 취업을) 지원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렇게 새일센터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현숙 장관은 지난 25일 국정감사에서 여가부가 민간영역에서의 여성 권익 신장에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에 “고용상 성차별 시정이 가능하고 성별 임금 공시도 하는 노동부 장관이 의지를 가지고 하면 굉장히 많이 진전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처럼 장관 개인의 의지와 역량에만 의존한다면 결국엔 경력단절 여성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 집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직 여가부 고위 관료는 <한겨레>에 “새일센터는 단순히 직업을 소개하는 기관이 아니라 (경력단절여성이) 정말 속 터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얘기는 곳이다. 그러나 고용센터(고용복지플러스센터)는 사실상 은행 창구처럼 돼 있어 실업급여, 고용장려금 지급 등의 업무가 많다. 경력단절여성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또 “노동부에 여성정책과가 있지만 과 단위 부서 하나로 여성 고용 관련 업무를 모두 다 하기가 어렵다. 노동부 우선순위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새일센터 종사자들은 노동부로의 업무 이관 소식을 언론을 통해 처음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새일센터장은 “센터장들 사이에서 노동부로의 이관 내용이 현장 의견 수렴 없이 발표돼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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