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직원 손들어준 법원"…산업계, 직고용 후폭풍 '비상'

신민준 2022. 10. 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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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사내 하청 근로자지위확인 최종심 패소
SK넥실리스·포스코·현대위아 사측도 연이어 패소
수조원 비용 부담 등에 기업 경쟁력·일자리 창출 악영향 우려

[이데일리 신민준 하상렬 기자] 하청(협력)업체 직원(근로자)을 본사 직원으로 직접 고용(직고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직고용 비용이 조단위로 추정되는 만큼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막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하청업체 직고용이 추가적인 줄소송과 함께 경기 침체 국면에서 기업들의 경영 악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대차와 기아 사내 하청 노동자와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간접공정 노동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서 대부분 근로자 승소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와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430명이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불법 파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고인 근로자들은 현대차·기아 공장에서 도장이나 의장, 생산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근로자들은 파견근로자 보호법 등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했을 경우 현대차와 기아가 본인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근로자 지위 확인과 임금 차액 청구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근로자들과 현대차와 기아의 근로자 파견 관계 성립을 일부 인정했고 대법원 또한 이를 확정했다.

법원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대부분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이달 초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57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패소했다. 포스코(005490)도 지난 7월 하청업체 근로자 59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졌다. 포스코는 현재 대법원과 하급심에서 유사한 소송 7건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에는 현대위아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패소했다. 삼성전자(005930)와 한국지엠, 현대제철은 대법원 판결(최종심)을 앞두고 있다.

산업계는 직고용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들이 모두 패소할 경우 수조원 규모의 추가 인건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일례로 포스코의 경우 비정규직 직원이 1만8000명인데 이들을 모두 직고용하면 인건비(1인 평균 연봉 기준)가 1조7000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대제철과 현대차·기아 역시 각각 수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별도 자회사 설립 시 임금 문제로 노노 갈등

현재 기업들은 직고용 외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별도의 자회사 설립을 통해 직고용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임금 문제 탓에 녹록지 않다. 기업들이 별도 자회사에 채용하는 직원의 임금을 본사 직원보다 낮게 책정할 경우 직원들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정규직 직원들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할 수 있다. 별도 자회사 직원들의 임금 문제를 놓고 노노(勞勞)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별도의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고 있고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들은 자회사 정규직 전환을 거부한 사례가 있다. 아울러 기업 경영 환경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갈수록 험난해지는 노사 임금·단체협약 협상 논의 과정에서 직고용 문제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산업계는 하청업체 직원들의 추가 줄소송도 우려하고 있다. 기업이 불법으로 파견했다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면 근로자는 직접 고용됐을 때 받을 수 있었던 금액에서 그동안 받은 임금을 뺀 차액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법원이 도급 생산방식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직접생산공정뿐만 아니라 사내하청 업무 대부분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 우려된다”며 “다만 대법원이 현대차, 기아와 직접계약관계가 없는 부품조달 물류업무에 대해 구체적 심리를 위해 파기환송한 것은 다행이다. 이는 자동차 공장내 사내하도급은 무조건 불법파견이라는 노동계의 주장과 달리 적법도급 여부는 업무별로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급은 생산효율화를 위해 독일, 일본 등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보편적 생산방식”이라며 “생산방식의 분업화, 전문화, 네트워크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작업의 연계성 등을 들어 불법파견이라고 한다면 도급은 처음부터 불가능해지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급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하는 무리한 판결이 계속될 경우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민준 (adoni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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