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와 은빛 머릿결 같은 억새밭이 장관인 '김제 새만금바람길'[전라북도 천리길]
진봉방조제 따라 펼쳐진 드넓은 김제평야
광활한 대지는 100년 한 서린 '블러드 랜드'
'바람으로 머리를 빗는다' 명품바람이 부는 해안길
만경강 둑 위를 걸으며 숲, 들, 바다 정취 만끽
왜구침입 막기 위해 배를 숨겼던 포구 '전선포'
처절하리 만큼 낙조가 아름다운 '망해사'
민초들의 애환 간직한 항구 '심포항'
만경강과 서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봉수대'
■ 방송 : 전북CBS <컴온라디오, 김도현입니다> (평일 낮 12시 30분~1시)
■ 진행 : 김도현 변호사 (법무법인 영)
■ 출연 : 소인섭 해설사
◇ 김도현> 전라북도의 아름다움을 걸으면서 만끽하는 명품 여행길. 전라도 천년의 역사와 자연을 담은 길, 전라북도 천리길. 44개로 이루어진 전북 천리길을 매주 하나씩 만나보는 시간입니다. 내 친구 전북 천리길을 소개합니다. 지난주에는 정읍 대장금 마실길을 다녀왔었죠. 오늘은 김제 새만금 바람길로 떠나보겠습니다. 오늘 천리길 안내해 주실 분 소인섭 해설사님 자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 소인섭>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도현> 준비를 하나도 안 했다, 너무 떨린다, 잠바가 빨간색인데 튀는 것 아니냐, 옷은 벗어야 하냐 입어야 하냐, 질문이 굉장히 많으셔서. (웃음) 기대가 됩니다. 오늘 소개해 주실 길은 어떤 길인가요?
◆ 소인섭> 바로 김제 새만금 바람길입니다.
◇ 김도현> 길 이름부터가 굉장히 낭만적입니다. 지금 전북CBS 노컷뉴스 유튜브 채널 들어오시면 영상 보실 수 있는데 여기가 김제 새만금 바람길이에요?
◆ 소인섭> 네. 진봉방조제, 첫 번째 쉼터가 있는 그곳입니다.
◇ 김도현> 저렇게, 뭐라고 해야 하나. 논두렁이라고 해야 해요?
◆ 소인섭> 간척지를 만들기 위해서 쌓은 방조제이기 때문에 논두렁치고는 굉장히 큰. (웃음)
◇ 김도현> 아, 사진으로 보니까 저렇게 조그맣게 보이는군요.
◆ 소인섭> 그렇습니다. 왼쪽으로는 지금 보이지 않지만 진봉 들녘이 있고 오른쪽으로 만경강 그리고 또 바닷물이 들락거렸던 그런 곳인데 지금 새만금 방조제에 막혀서 저렇게. 외래종 같기도 하고 억새 그다음에 갈대 이런 것들이 혼재해 있는 그런 공터라고 볼 수 있겠죠.
◇ 김도현> 바람이 엄청 불 것 같은. (웃음)
◆ 소인섭> 엄청 붑니다.
◇ 김도현> 네, 보기만 해도 엄청 불 것 같습니다. 이 길은 얼마나 걸리죠?
◆ 소인섭> 정확하지 않습니다마는 10km 내지 12km. 12km 정도 약 4시간 걸리더라고요. 제가 그저께 걸었습니다마는 사부작사부작 걸어서 4시간, 이렇게 잡으면 될 것 같아요.
◇ 김도현> 네. 아무런 생각 없이 걷기 좋은 길인 것 같아요. 지금도 영상 보니까 바람개비가 이렇게 곳곳에 있어서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일부러 바람개비를 설치해놓은 것인가 봐요?
◆ 소인섭> 제가 보기에는 이름에 걸맞은 상징물 같아요.
◇ 김도현> 자전거 타고 가도 너무 좋겠어요.
◆ 소인섭> 자전거 타고 저길 갈 수는 있으나 사실 해안길인 만큼 곳곳에 위험 구간이 있어서 그렇게 하기에는 좀 적합하지 않습니다.
◇ 김도현> 자전거는 좀 어렵군요.
◆ 소인섭> 네. 끝까지 완주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 김도현> 지금 이 가을에 너무 걷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랄까 황금 들녘의 느낌, 황금색 풀들의 느낌. 아닌가요?
◆ 소인섭> 추수가 거의 다 끝나서 사실 진봉 들녘에 푸른 보리밭도 이제 나락이 꽃 피운 황금 들녘, 이런 것은 이제 볼 수 없이 맨살을 드러냈어요. 거의 반라 상태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사실 인력으로 일군, 그야말로 땅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색다른 감정을 가져볼 수 있는 그런 코스라고 생각해요. 또 이곳은 갈대와 은빛 머릿결 같은 그런 억새밭이 장관이거든요. 또 이런 것들이 가을의 상징이잖아요.
◇ 김도현> 맞아요. 가을의 상징이죠.
◆ 소인섭> 그저께 다녀왔는데요. 주민들 사이에는 그 바람으로 머리를 빗는다고 표현할 만큼 요즘 명품 바람이 불고 있어요.
◇ 김도현> 바람으로 머리를 빗는다는 표현 너무 좋아요.
◆ 소인섭> 그렇죠.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강바람 혹은 바닷바람 같은 드센 바람. 이런 것들은 새만금 바람길이 아니고서는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그런 재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김도현> 잠깐만요.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강바람 같은 혹은 바닷바람 같은 드센 바람이라면 이 길 걷다가 머리 산발 나는 것 아니에요? (웃음) 연인이라든지 잘 보이고 싶은 사람하고는 이 길 못 걷겠는데.
◆ 소인섭> 틀림없이 그렇습니다만. (웃음)
◇ 김도현> (웃음)
◆ 소인섭> 진짜 광활한 대지 또 끝없는 하늘, 이것은 왜 그렇게 높은지요. 확 트인 곳에서 보는 하늘은 정말로 한없이 넓기만 합니다.
◇ 김도현> 그 하늘만 바라보면서, 그 같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걷는 그런 느낌 한번 받아보고 싶습니다. 또 곳곳에 대숲이 있다고요.
◆ 소인섭> 가다 보면 정말로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경치가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사실 대숲이 있어서 그래서 사철 푸르죠. 그래서 새만금 바람이 그 대숲에 걸리는 그 바람 소리. 느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것을 느낄 수가 있어요.
◇ 김도현> 솨~ 하는 소리인가?
◆ 소인섭> 그렇죠. 갈댓잎은 왠지 쇳소리? 까칠한 소리라면 그에 비하면 좀 묵직하고 왠지 뭐라고 해야 할까요. 문학적인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소리를 들을 수가 있어요.
◇ 김도현> 그렇군요. 아, 이렇게 난이도가 좀 있어서 자전거로는 안 되는군요.
◆ 소인섭> 워낙 험한. 옛날에는 해안 초소가 있던 곳이었기 때문에 험하다고 볼 수 있겠고요. 두 번째로는 그런 코스를 나무 계단과 같은 곳으로 연결해 놓아서 자전거로는 사실 불가능한 곳이죠.
◇ 김도현> 저 지금 원고 보고 잠깐 놀랐는데 이때쯤이면 민물장어 잡으려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요?
◆ 소인섭> 사실은 거의 사철 걷다 보면 강태공들을 볼 수 있는데요. 언젠가 제가 한번 물어본 적이 있어요. '뭐가 좀 낚여요?' 그랬더니 붕어, 민물장어 이런 것들을 낚으려고 왔다고 해요. 실제 잡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 김도현> (웃음) 잡으러 왔다고.
◆ 소인섭> 그렇지만 그분들도 풍문으로 들었겠죠. 거기 가면 민물장어가 낚인다.
◇ 김도현> 좋은 민물장어들이 많다.
◆ 소인섭> 그렇죠. 어쩌면 거기는 거의 민물이기 때문에 민물장어인 것이죠.
◇ 김도현> 그런데 잡은 사람은 또 못 봤다는 그런. (웃음) 잡았다는 얘기는 못 들었지만.
◆ 소인섭> 네, 좀 흉흉합니다마는. (웃음)
◇ 김도현> (웃음) 잡으러 온 사람들은 꽤 있다는. 네, 그렇습니다. 어떤 경로로 우리는 걸어볼 수 있어요?
◆ 소인섭> 보통은 진봉면 행복센터에서 출발하는데요. 아까 말씀드린 진봉방조제 그곳을 지나 제가 붙인 용궁길.
◇ 김도현> 용궁길.
◆ 소인섭> 나중에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그다음에 전선포, 망해사, 심포항 그다음에 봉하산 봉수대 여기를 거쳐서 거전마을에 이르는 이런 코스입니다.
◇ 김도현> 편도군요?
◆ 소인섭> 네, 버스로 반드시 돌아와야 하는 그런 편도죠.
◇ 김도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갈 수 있겠습니다. 저는 용궁길이 너무 궁금해요.
◆ 소인섭> 그래요?
◇ 김도현> 네. 또 이름을 직접 붙이셨다고 하니까. 왜 용궁길이죠?
◆ 소인섭> 글쎄요. 용궁길은 사실 용궁이라는 곳이 심해에 있었던 곳이죠. 그 용궁길은 그야말로 방조제가 막히지 않았다면 바닷속이었던 그런 길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용궁길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또 그곳에는 심해의 어떤 안정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양쪽에 키 큰 여러해살이풀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아늑한 느낌을 가질 수가 있어요. 그래서 붙여본 이름입니다.
◇ 김도현> 원래는 용궁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그곳이기 때문에.
◆ 소인섭> 그렇군요.
◇ 김도현> 아니, 방금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자꾸 왜 그러시는 거예요. (웃음)
◆ 소인섭> (웃음) 콕 짚어 그렇게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그렇게.
◇ 김도현> 그럴지도 모르는, 그럴지도 몰라서.
◆ 소인섭> 네, 그렇게 이름 붙일 만한 곳입니다.
◇ 김도현> 아늑한 길입니다. 여러해살이풀이 있어서 여러해살이풀 구경하기도 '이것은 뭘까, 뭘까.' 하면서 걷기도 좋을 것 같아요. 경로 따라 같이 걸어볼게요. 길에 대한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 소인섭> 사실은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길인 진봉방조제. 이것이 시점이기도 합니다마는 2km 정도 되는데요. 조금 과장해서, 들어보셨을 겁니다. 천의무봉이라고 할까요. 꾸밈없고 또 탁 트여서 가슴이 확 열어젖혀지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길인 것은 분명한데 이 지역은 완주 동상에서 발원한 만경강 물줄기가 한 80km 정도 달려왔기 때문에 굉장히 물줄기가 약해졌죠. 쉼 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지쳐서 그랬다,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데 갈대는 또 그렇게 몸을 흔들어대고 여성을 비하하려고 지어낸 말이겠지만 억새는 진짜 가만히 있어요. 그런데 갈대는 왜 이렇게 몸을 흔들어대는지.
◇ 김도현> (웃음) 억새는 바람이 불어도 가만히 있는데 갈대는 그렇게 흔들고 있군요.
◆ 소인섭> 네, 이상하죠. 억새가 더 두꺼워서 그랬을 수도 있고요. 아니면 촘촘하게 자라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는데 하여간 제가 보기에는 갈대는 그렇게 막 흔들어댔습니다. 그래도 그런 것들이 큰 파도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여서 저는 오히려 이곳은 바다라고 이렇게 생각해보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김도현> 이 갈대와 억새들이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바다와 같다.
◆ 소인섭> 그렇죠.
◇ 김도현> 그렇군요.
◆ 소인섭> 해석을 참 잘하십니다.
◇ 김도현> 그냥 저는 방금 말씀하신 것 그대로 얘기했는데. (웃음)
◆ 소인섭> 그래요? 진짜로 다르게 들립니다.
◇ 김도현> 이렇게 진봉방조제를 두고 양쪽이 간척지라고 하셨는데 어떤가요? 간척지에서는 지금 농사를 짓고 있는 거예요?
◆ 소인섭> 1924년에 완공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 100년 가까이 됐죠.
◇ 김도현> 여전히.
◆ 소인섭> 네. 그래서 진봉방조제를 걷다 보면 왼쪽으로 진봉 들녘이 있어요. 그것을 포함해서 1,928헥타르에 이른다고 하니까 얼마나 광활한 지역입니까. 그리고 오른쪽은 만경강 물줄기가 다다르고 있는 방조제를 막아 생긴 그런 공간. 향후 그런 것은 점차 다른 모습으로 인위적으로 변모시키거나 또 아름다운 공간으로 바뀌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 김도현> 이렇게 정말 그 논이라고 하잖아요. 논의 면적이 정말 크네요. 이런 논에서 나는 쌀을 일제시대 때 엄청 많이 수탈해 갔잖아요. 저희 호남 지역의 쌀을. 그래서 그런 것도 좀 알 수 있는 그런. 약간 짠한 길이기도 하네요.
◆ 소인섭> 그렇죠. 아리랑이라는 소설 속에서도 등장하는 갯벌에서 허리가 끊어지도록 구역을 했던 그런 사람들을 떠올리면 눈물이 날 지경인데 사실 그들은 그렇게 삽질을 해대고 또 농사를 짓지만 결국 그 쌀은 모두 수탈이 됐기 때문에 정말로 뉘 섞인 쌀밥조차 구경이나 했겠습니까. 말씀대로 짠한 일이죠.
◇ 김도현> 정말 또 한편으로는 짠한 그런 길입니다. 이렇게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철책선 같은 곳도 있다면서요.
◆ 소인섭> 그렇죠.
◇ 김도현> 철책선이 왜 있나요?
◆ 소인섭> 매우 이색적이긴 한데 옛날 말로 무장공비 침투를 막기 위해서 친 해안선의 철책, 이것을 볼 수 있는데 철책뿐만 아니라 방공호나 교통호 또 막사, 초소 이런 것들을 차례로 볼 수가 있어요. 그런 것들이 지금도 유물처럼 남아 있는데 그런 것을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시대를 조금 이해하는 행동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좀 해봅니다.
◇ 김도현> 살아있는 박물관이네요.
◆ 소인섭> 그렇죠, 맞아요.
◇ 김도현> 이렇게 쭉 걷다 보면 저희가 이제 전선 방조제를 만나게 됩니다. 전선 방조제는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 소인섭> 지금 현황판이라고 할까요. 그것을 보면 고려 후기에 지금 해군기지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전선포를 만들어서 왜적, 이런 적선의 침투를 막으려고 했던 이런 어떤 목적을 가진 전선포가 있었던 곳인데요. 그런데 그것이 왜 그곳에 있어야 했냐면 일단 그곳이 전북 내륙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곳이고 또 만경강으로 들어올 수 있는 초입. 또 금강과 동진강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굉장히 요충지였던 것만은 분명해요.
◇ 김도현> 그래서 이쪽에 전선포를 만들어서 왜구의 침입을 막았던 것이군요.
◆ 소인섭> 그렇죠. 군함들을 주둔시켜서 저쪽 서쪽에 봉하산 봉수대에서 보낸 신호에 따라서 이들이 출동했다고 생각해 볼 수 있겠죠.
◇ 김도현> 그렇군요. 여기 되게 평화로운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무장공비 침투를 막기 위한 철책선도 볼 수 있고 또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전선포의 그런 역사까지도 알 수 있는. 완전하게 평화로운 곳은 또 아니었네요.
◆ 소인섭> 그렇죠. 뭐라고 할까요. 풍랑처럼, 바다는 풍랑을 품고 있듯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변호사님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외침에도 취약한 이런 지적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 김도현> 이렇게 드넓은 평야가 있지만 엄청나게 긴장하고 사셨던 분들의 마음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우리 해설사님이 지으셨던 그 용궁길을 우리가 이제 지납니다.
◆ 소인섭> 그렇죠. 그것이 전선포를 막 지나면 저 멀리 망해사가 보이고요. 망해사 직전에 쉼터도 보입니다마는 그 길 중간에 놓인 곳이 바로 용궁길인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바닷속이었고 지금은 코스모스나 여러해살이풀이 많아서 정말로 아늑하고 따뜻합니다.
◇ 김도현> 그래요?
◆ 소인섭> 네. 그 길 추천합니다.
◇ 김도현> 용궁길은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우리 이 정도 걸었으면 사진 한번 찍어야 하는데요.
◆ 소인섭> 네. 아까 바로 말씀드린 포토존이 있는 전망대. 거기 가면 바다였을 그곳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막 지나온 비단길 같은 용궁길도 볼 수 있고요. 거기서 간식을 먹거나 날이 차지 않다면 도시락을 까먹는 그런 곳입니다. (웃음)
◇ 김도현> (웃음) 너무 좋아요. 포토존에 있는 전망대에서 해설사님이 시를 암송하기도 하신다면서요. 이게 무슨 일이야.
◆ 소인섭> (웃음) 네. 바다였던 곳을 걷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그런 감정에 휩싸여서 제가 외우고 있던 그 시를 간혹 암송하기도 하는데요.
◇ 김도현> 한번 들어볼까요?
◆ 소인섭> 아, 그래요?
◇ 김도현> 어떤 해설사님은 노래도 부르고 가셨어요. 시 정도는 암송하고 가셔야 해요.
◆ 소인섭> 그런 분에게 제가 용기를 얻은 것 같습니다. 시를 한번 암송해 보겠다고 하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 바로 그런 분 때문인데요. 한번 해 볼까요?
◇ 김도현> 네, 우리 들어봅니다.
◆ 소인섭> 이도윤의 시 '바다 3'이라는 제목이 붙은 시인데요. 썩지 않기 위해 / 제 몸에 소금을 뿌리고 / 움직이는 바다를 보아라 / 잠들어 죽지 않기 위해 / 제 머리를 바위에 부딪히고 / 출렁이는 바다를 보아라 / 그런 자만이 마침내 / 뜨거운 해를 낳는다. 사실 이곳이 바로 시 속의 바다였거든요. 그래서 그랬습니다.
◇ 김도현> 저 소름 돋았어요. 뭐랄까 호흡이 너무 좋은데요? 시 낭송하실 때 호흡이.
◆ 소인섭> 고맙습니다.
◇ 김도현> 짬짬이 생각하게 할 수 있는. 너무 멋있습니다.
◆ 소인섭> 고맙습니다.
◇ 김도현> 저도 한번 외워서 포토존이 있는 전망대에서 저도 낭송 한번 해보겠습니다. (웃음)
◆ 소인섭> (웃음) 특별한 감흥이 있을 것이 틀림없어요.
◇ 김도현> 네, 알겠습니다. 여기 이 길은 여기저기 할 것이 너무 많네요. 김제에서 유명한 낙조 있잖아요. 아까 잠깐 말씀하신 망해사. 여기도 지금 경로에 포함되어 있죠?
◆ 소인섭> 그렇죠. 아까 그 전망대에서 한 5분만 걸으면 망해사에 다다를 수 있는데요. 이곳의 일몰을 '처절하리만큼 아름답다'라고 하는 그런 표현도 제가 읽어봤는데요. 정말 시간이 맞다면 그곳에서 아니면 심포항에서 서해의 일몰을 한번 감상하시기를 권합니다.
◇ 김도현> 심포항 가면 이제 싱싱한 해산물 또 빼놓지 않고 먹을 수도 있겠네요.
◆ 소인섭> 심포항은 예전의 심포항하고 사뭇 달라졌죠.
◇ 김도현> 그래요?
◆ 소인섭> 바닷길이 막혔기 때문에.
◇ 김도현> 아, 옛날 심포항이 아니구나. 맞다.
◆ 소인섭> 그렇죠. 방조제로 인해서. 지금은 하루에 두 차례씩 바닷물만 들여보내는. 그래서 그 바닷물로 그 생물들이 살아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옛날의 그 심포항은 아니죠.
◇ 김도현> 좀 아쉽네요.
◆ 소인섭> 그렇지만 그때의 음식점들은 거의 그대로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어부들, 어선 그다음에 이런 그릇에 해물을 담아.
◇ 김도현> 다라이, 다라이. (웃음)
◆ 소인섭> 맞는 표현인가 모르겠습니다마는 거기에 온갖 해산물을 넣고 팔고 또 그것을 먹으러 왔던 관광객들, 이런 것들이 정말 아련하게 떠오르는데.
◇ 김도현> 작은 항구의 복작복작한 느낌 있잖아요.
◆ 소인섭> 그렇죠. 그런 것들을 추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긴 한데 한편으로는 좀 아쉽기도 하죠.
◇ 김도현> 좀 아쉽습니다.
◆ 소인섭> 그곳은 이제 마리나가 만들어질 곳입니다.
◇ 김도현> 아, 그렇군요. 이제 약간 세련돼지는 거군요. (웃음)
◆ 소인섭> 그렇습니다.
◇ 김도현> 이 길을 걸으면서 꼭 봐야 하는 포인트 3가지 들어볼게요.
◆ 소인섭> 그러게요. 참 시각이 달라서 고민할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 김도현> 3개만 얘기하세요.
◆ 소인섭> (웃음) 네, 알겠습니다. 진봉방조제 그다음에 용궁길 또 새만금 역사 현장 이렇게 꼽을 수 있겠는데요. 진봉방조제와 진봉 평야는 백성의 피땀이 섞인 일종의 블러드 랜드 이렇게 부르고 싶은데요.
◇ 김도현> 아까 말씀하셨죠. 허리가 휘도록.
◆ 소인섭> 네. 걸으면서 그런 의미를 새기면 훨씬 의미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고요. 용궁길은 심해처럼 고요함을 느낄 수 있어서 명명해본 것인데 지금도 소금이 하얗게 묻어나거든요.
◇ 김도현> 땅에서요?
◆ 소인섭> 그렇죠. 칠면초나 의산 이런 염생식물도 자라고 있는데 아무튼 오감을 우리가 다 동원한다면 보고 맛보고 할 수 있을 텐데 소금을 찍어서 이렇게 짠맛도 느껴볼 수 있는 그곳이 그런 특별한 여행 코스이기도 합니다.
◇ 김도현> 저 땅바닥 찍어 먹어볼 수 있다고요?
◆ 소인섭> 네, 하얗게 드러나 있는 것은 분명히 소금이기 때문에 한번 맛볼 수 있겠죠.
◇ 김도현> 드셔보셨어요?
◆ 소인섭> 그렇습니다.
◇ 김도현> 너무 확신에 차서 말씀하시니까.
◆ 소인섭> 아니, 그래서 그때 소금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어요.
◇ 김도현> 찍어 먹어봐야 아는 소금이군요.
◆ 소인섭> 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모양의 소금이 아니라 다 으깬 그런 소금 모양이기 때문에 찍어 먹지 않고는 맛을 알 수 없죠.
◇ 김도현> 용궁길은 일단 심해의 느낌보다 소금 찍어 먹어보러 한번 가보고 싶네요. 그리고 새만금 역사 현장도 한번 들어볼게요.
◆ 소인섭> 지금 새만금은 사실 개발을 시작한 지 수십 년 됐지만 현재 진행형이죠.
◇ 김도현> 네, 아직도 진행되고 있죠.
◆ 소인섭> 금강 하굿둑이 아니었으면 서해 물결이 저쪽 강경까지도 밀고 올라갔을 그런 곳인데. 더욱이 지금은 방조제에 막혀서 바다 서해의 출렁임은 아예 멈춰버렸잖아요. 그래서 아쉬움이 큰 그런 지역인데 사실 새만큼 현장이 보입니다. 지척에 두고 있는 새만큼 현장에 하고 싶은 말은 우리에게 진 빚을 무엇으로든지 좀 갚아라. 새만큼은 사실 그런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 김도현> 새만금이 내가 너희들에게 나를 내어줬으니 너희들도 나에게 뭔가 대가를 치러라, 약간 그런 책무를 생각하면서 걸을 수 있는 길.
◆ 소인섭> 많이 뺏어간 만큼 돌려다오, 이런 것이죠.
◇ 김도현> 굉장히 묵직한 마음을 가지고 걸어야 하는 길입니다.
◆ 소인섭> 그렇습니다.
◇ 김도현> 마지막으로 어떤 길인지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요?
◆ 소인섭> 경량 패딩 같은 길이라고 할까요? 패딩은 날씨를 짐작할 수 없거나 추울 수도 있겠다고 고민할 때 망설이지 말고 챙겨야 할 그런 옷인데요. 그런 때, 여행 중에 요긴하게 썼을 때 갖고 오길 참 잘했다 싶을 건데 스토리가 있고 또 풍광이 아름다운 이 길을 걷고 나면 처음 망설였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걷기를 참 잘했다 싶을 거예요. 마치 경량 패딩 같은 곳이죠.
◇ 김도현> 잘 챙겨왔다.
◆ 소인섭> 그렇죠.
◇ 김도현> 좋습니다. 경량 패딩 같은 길은 처음 들어봤는데 일단 한번 저도 걸어보겠습니다.
◆ 소인섭> 고맙습니다.
◇ 김도현> 소금 찍어 먹으러. (웃음)
◆ 소인섭> (웃음)
◇ 김도현> 전라북도의 아름다움을 걸으면서 만끽하는 명품 여행길, 전라북도 천리길. 오늘은 44개의 길 중 벌써 25번째 길입니다. 김제 새만금 바람길을 함께 걸어봤습니다. 진짜 조만간 꼭 가서 걸어보고 제가 연락 한번 드릴게요.
◆ 소인섭> 네. 기다리겠습니다.
◇ 김도현> 소인섭 해설사님 멋진 안내 감사했습니다.
◆ 소인섭>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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