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후 술 더 마신 뒤 음주 측정했다" 주장한 60대 음주운전 무죄

류연정 기자

소량의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한 것은 맞지만, 운전을 마치고 음주 측정 직전 추가로 술을 마셨으므로 측정 결과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한 60대가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대구지방법원 제3-1형사부(재판장 이영철)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5)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3월 12일 새벽 3시 53분쯤 자신의 집 앞에 찾아온 경찰관의 요청에 따라 음주 측정을 했다. 경찰은 A씨가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은 것을 목격했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상황이었다. 음주 측정 결과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57%으로 나왔다.

A씨는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은 A씨에게 제기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었다.

하지만 A씨는 공소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다.

A씨의 주장은 이렇다.

A씨는 달서구의 모처에서 새벽 1시 40분쯤 맥주 2잔을 마신 뒤 승용차를 운전해 남구의 집으로 귀가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A씨는 3시 이전에 집에 도착했고 그 직후 맥주 2캔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이후 3시 15분쯤 경찰관이 찾아왔고 약 40분 뒤 음주 측정이 이뤄졌다.

즉 A씨는, 운전을 했을 때는 맥주 2잔만 마신 상태였고 음주 측정 결과 나온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에는 운전 이후 집에서 마신 술까지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맥주 2잔만 마시고 운전을 했을 때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음주운전 단속 수치를 넘지 않았을 것'이므로 음주운전 혐의는 무죄라는게 A씨의 주장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관에게 운전 이후 추가로 음주를 했다고 말했음에도 경찰관은 피고인의 집에 들어가 그 말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또 음주운전 신고 시간이 2시 48분이고 피고인이 경찰관을 집 앞에서 만난 시간이 3시 15분인 것을 감안하면 맥주 2캔을 추가로 마실만 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마셨다고 인정하는 맥주 2잔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 0.03% 이상에 이르렀다는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의 운전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가 측정 당시 수치와 같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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