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상자에 꽉 채워 김용에 8억 전달"
유동규가 돈 건넬때 사용한
종이상자·돈가방 등 확보
남욱·유동규 진술 이어
구체적인 물증도 확인
검찰이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거쳐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자금이 전달될 때 사용된 종이상자와 돈가방을 확보한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남 변호사, 유 전 본부장 등의 진술에 이어 구체적인 물증까지 발견되며 검찰 수사가 한 발 더 진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남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을 거쳐 김 부원장에게 8억4700만원을 전달하는 데 사용된 종이상자와 가방을 물증으로 확보했다. 해당 상자는 5만원권 지폐를 가득 채웠을 경우 1억원이 들어가는 크기인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돈과 관련된 수사를 할 때는 돈이 전달되는 과정에 대한 모든 걸 샅샅이 살펴본다"며 "(돈이) 어떻게 포장되는지, 어떻게 전달되는지 경위를 살펴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2월 김 부원장에게서 "광주 쪽을 돌고 있으니 20억원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받고 지난해 4~8월에 걸쳐 총 8억4700만원의 자금을 조성해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유 전 본부장이 1억원을 빼돌렸고, 지난해 9월 대장동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하자 김 부원장이 1억원을 돌려줘 실제로 도달한 금액은 6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지난해 4월 1억원 △지난해 6월 초 5억원 △지난해 6월 중순 1억원 △지난해 8월 1억4700만원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이러한 금액이 김 부원장 쪽으로 움직였다고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자금 전달책이자 남 변호사의 최측근인 이 모씨가 돈의 전달 과정을 꼼꼼히 기록한 메모를 확보했으며 관련자들이 한목소리로 메모 내 '오자'를 바로잡는 걸 확인하는 등의 검증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돈을 전달한 종이상자와 돈가방까지 확인하며 물증 확보에 탄력이 붙은 모습이다.
다만 자금을 수령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 부원장은 여전히 검찰 진술에서 입을 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 부원장은 해당 종이상자와 돈가방이 자신에게 돈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됐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자금이 오갔다는 정황이 '미싱링크'로 남아 있는 이상 이 자금이 이 대표의 선거용으로 쓰였는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증명이 어렵다. 특히 김 부원장이 받은 6억원가량이 전액 현금인 것으로 알려져 구체적 사용처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에 전격 협조하기 시작한 유 전 본부장이 본인 휴대전화와 그 안에 담긴 증거를 제출하며 추가적으로 증거가 확보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본인 휴대전화와 함께 "휴대전화 비밀번호와 클라우드에 모인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이 대표가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던 기간에 대장동 사업자에게서 나온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 일부가 이 대표 후원회 등에 '쪼개기 차명' 방식으로 흘러간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10일 유 전 본부장의 배우자 계좌로 400만원이 입금되고, 이 중 일부인 30만원이 이 대표 후원회로 이체됐다.
이 때문에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배우자 계좌를 통해 대장동 자금이 이 대표에게 전달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부원장에 이어 자신의 양대 '최측근'이라고 말한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향해서도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2020년 남 변호사가 당시 경기 남양주시 양정역세권 개발사업 참여에 대한 편의를 바라며 정 실장에게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최근 검찰에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정 실장은 2014년에도 남 변호사 측에서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검찰이 정 실장을 소환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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