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공공도서관 가보니…주민들 문화 사랑방으로 ‘진화’[현장에서]
도서관하면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는 ‘정숙’이다. 빼곡히 쌓여있는 도서와 칸막이가 촘촘히 있는 비좁은 열람실 그리고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도서관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며 주민들의 문화 사랑방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25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상현도서관에서 만난 김희영씨(30)는 1주일에 두세번은 도서관을 찾는다고 했다. 이날은 신간 도서 <마거릿 애트우드 에세이 선집>을 빌리기 위해서 방문했다. 김씨는 3층 종합자료실에서 책을 대출한 후 프랑스자수 강좌가 열리는 4층으로 세미나실로 이동했다.
김씨는 “강사의 설명에 따라 무지 원단 위에 형형색색의 실과 바늘로 한땀 한땀 수를 놓으며 집중하다보면 골치 아픈 일이 싹 잊혀진다”면서 “나에게 도서관은 책도 마음껏 빌릴 수 있고 취미나 문화생활도 즐기면서 힐링하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2015년 문을 연 상현도서관은 용인시가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이다. 용인지역에는 이런 도서관이 17개 더 있는데 심리·생태·원예·육아·전통·진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지도서관은 VR·AR 체험관과 3D프린터와 레이저 커터기를 체험할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 영상을 촬영해 편집·제작할 수 있는 미디어창작실 등으로 시민들에게 4차산업 관련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멸종위기 2급 보호종인 맹꽁이 서식지에 지난해 9월 개관한 서농도서관은 맹꽁이 서식지와 연계한 다양한 행사 및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성복도서관은 다국어를 내세우며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과 협약을 맺고 외국어 능력과 글로벌 역량을 향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운영중인 ‘휴먼북’도 인기를 끌고 있다. 휴먼북은 말 그대로 책 대신 특정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이 도서관 장서로 등록해 독자와 소통하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는 재능나눔 서비스다. 고진아 용인시 서부도서관장은 “이제 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 시설”이라며 “주민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관 본연의 역할도 충실하고 있다. 주민들이 도서관에 방문하지 않고도 책을 편리하게 대출할 수 있도록 행정복지센터와 경전철 역사내에 ‘스마트도서관’을 설치하고, 읽고 싶은 책을 동네 서점에서 빌릴 수 있는 ‘희망도서 바로 대출제’도 운영하고 있다.
매년 20억여원을 들여 장서를 꾸준히 확충하고 있다. 현재 18개 공공도서관에서 보유한 도서는 260만3602권에 달한다. 용인시 인구가 110만여명인 점을 볼 때 1인당 장서 수가 2.26권으로, ‘독서 도시’인 셈이다.
용인시 공공도서관에는 지난해 507만1383명이 방문해 580만1598권의 책을 대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현도서관의 경우 도서대출 건수가 69만6051권으로, 전국 공공도서관 중 대출권수 1위를 차지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도서관은 지식의 습득뿐만 아니라 교육 및 문화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시민 누구나 도서관에서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고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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