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출이라더니 ‘2000% 이자’ 매긴 대부업자 15명 경찰 검거

강연주 기자 2022. 10. 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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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미등록 대부업자들로부터 압수한 물품. 경찰은 미등록 대부업자들이 수취한 180억 가운데 36억원을 추징보전조치 했다고 밝혔다. 마포경찰서 제공.

소상공인들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유인해 1300억원을 빌려주고 최대 2000%가 넘는 이자율을 매겨 180억원 상당의 이득을 챙긴 미등록 대부업자 1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미등록 대부업 운영자 A씨(33)를 구속 송치하고 직원 14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27일 밝혔다.

A씨 등은 2019년 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서민 대상 대출광고를 내 저금리로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이들은 2300여명의 피해자들에게 1300억원을 빌려주고 180여억원의 이자를 받아냈다.

대환대출이란 다수의 고금리 대출이 있는 채무자의 채무를 모두 갚아줘 신용등급을 향상시킨 후 은행 등에서 저금리로 기존 대출에 이자(통상 원금의 10%)를 더한 금액을 빌리게 해 회수해가는 수법이다.

A씨 등은 대출희망자 모집과 상담, 대부 및 원금이자 회수 등의 역할을 분담해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먼저 과거 대부중개업을 한 직원들을 주축으로 대출희망자 모집을 전담하는 콜센터를 차려 피해자를 모집했다. 이어 모집한 피해자들을 미등록 대부업체로 이관시킨 뒤 개인신용정보를 조회해 저금리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저금리 대출이 가능한 이들이 추려지면 대출을 받도록 상담해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전체 범행자금을 관리하는 동시에 미등록 대부업을 전담해 운영했다. 그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직원들 모두 가명과 대포폰을 쓰게 했고, 모든 대부거래에 현금과 수표만 사용했다

경찰은 압수한 장부 등을 분석해 A씨를 포함한 상위관리자 3명의 소유차량과 예금채권, 부동산, 압수한 범행자금 등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고, 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아 36억원 상당의 재산을 처분 금지했다. 2020년 9월 개정 마약거래방지법 시행으로 경찰에 기소 전 추징보전 권한이 부여된 이후 단일 불법사금융 사건의 처분 금지액으로는 역대 최대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기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대출받으면 이득이 된다고 대출자들을 유인했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대출기간 연장으로 이자부담만 가중되는 등 다시 채무상환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졌다”며 “소상공인, 청년 등 금융취약계층 대출자들은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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