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in포커스] 시아 맹주 이란 반정부 시위 속 주목받는 수니파 리더

이서영 기자 2022. 10. 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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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8400만 인구 중 수니파는 5%…성직자 "차별 철폐" 외쳐
온건하게 '수니파 권리 신장' 요구했으나 고향 폭력진압에 분노
'수니파 소수민족'의 권리 신장을 요구해 온 수니파 성직자 몰라비 압돌하미드(75). 트위터 캡쳐 갈음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시아파 맹주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란 당국에 '수니파 소수민족'의 권리 신장을 요구해 온 수니파 성직자 몰라비 압돌하미드(75)가 주목 받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인권 신장과 독재 타도 등을 외치는 이란 국민들 사이에서 성직자는 '수니파 권리 신장'이라는 이란 내 다양성 수용을 요구하고 나서서다. 이란은 시아파가 대부분으로 인구 약 8400만 명 중 단 5%만이 수니파다.

이란 당국이라는 '공동의 적'을 타도하고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시아파 국민들과 수니파 성직자가 함께 목소리를 내는 진풍경이 연출돼 이목이 집중된다.

이슬람 국가 지도. 이란은 시아파가 대부분이 장악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예맨, 오만, 등은 수니파 국가다. ⓒ News1 DB

◇ 75세 수니파 성직자이란 반정부시위에 "수니파 차별하지 말라" 외침 보태

히잡 미착용으로 체포된 지 사흘만에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전국단위로 확산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안군과 시위대 간의 충돌이 벌어졌는데, 압돌하미드의 고향인 이란 동부 자헤단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9월30일 기준 압돌하미드의 고향인 자헤단의 금요일 예배 후 보안군이 강경 진압에 나서 총 66명을 사살했다.

보안군의 유혈 진압에 앞서 압돌하미드는 9월20일 자신의 웹사이트에 성명을 통해 "아미니의 죽음에 대한 이란 전역의 강한 불만은 그간의 심각한 경제 위기와 부패, 사형제도 및 소수자에 대한 종교적 압력 등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란 보안군이 완전 무장한 상태로 자헤단을 헤집고 다니는 등 압돌하미드를 압박했지만 압돌하미드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저격해 비난했다. 또 오히려 시아파 국민들 뿐 아니라 수니파의 더 나은 생활수준과 정치적 대표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압돌하미드와 접촉 가능한 말레이시아의 대학 강사인 압돌하디 젬샤드제이는 "성직자는 당국의 대응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보안군이 자헤단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음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숨어 있지 않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26일(현지시간) 히잡 미착용으로 체포된 지 사흘만에 사망해 시위를 촉발한 마흐사 아미니(22) 사망 40일째를 맞아 애도하는 시민들까지 합세해 시위는 전국단위로 확산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안군과 시위대 간의 충돌이 벌어졌고, 보안군은 최루탄과 총을 쏘는 등 강경 진압한 것으로 파악됐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 압돌하미드 수니파 성직자…그는 누구?

압돌하미드는 1947년 이란 동부 도시인 자헤단 인근 마을에서 태어났다. 지난 30년 간 자헤단의 모스크 등에서 연설과 설교를 해온 종교적 인물이다.

압돌하미드의 설교 내용은 대부분 이란 내 수니파가 얼마나 차별받고 있는가에 집중됐다. 그는 경제적 기회가 부족하며 예배의 자유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설교에 그치지 않고 최근 몇 년간 이란 지도자들에게 장관, 부통령 혹은 차관보 직책에 적어도 한 명의 수니파 인사를 임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그의 발언은 이란 당국을 자극했고 압돌하미드는 2017년 출국 금지 명령을 받았다.

압돌하미드는 굴하지 않고 그 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수니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는 자필 편지를 썼다. 최고지도자실은 "이란 정부는 차별이나 불평등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할 뿐이었다.

압돌하미드는 또 시아파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에게도 서신을 보내 이란 내 수니파가 겪고 있는 대규모 차별을 종식시키기 위해 이란 당국과 중재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란의 수니파들이 고위 관리직 기회를 박탈당했고 수도 테헤란에는 제대로 된 모스크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읍소했다.

압돌하미드는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를 지지하는 등 '실용적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렇듯 필요하다면 정부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온건파의 입장을 견지해온 압돌하미드를 분노케 한 것은 9월30일 자헤단에서 금요 기도 후 자행된 이란 보안군의 폭력 진압이다.

이란 당국은 무장세력의 탓으로 돌렸지만 압돌하미드는 "진실이 결코 숨겨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란 국민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이란 전문가인 코넬리우스 아데바르는 "현재 이란 내 불만이 너무 많다"며 "정권이 흔들린다면 일부는 변화를 이뤄낼 적절한 순간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고 바라봤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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